中, 돼지 대규모 살처분하면 내년쯤 공급 대란 발생 우려
수요 맞추려 수입 확대할 경우 국제 가격 약세→강세 전망
사태 악화 땐 국내 악영향 수입량 줄어 가격 상승 예측
중국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전세계 돼지고기 가격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ASF에 대한 공포 때문에 현재 일시적으로 주춤한 중국 내 돼지고기 소비가 회복되면 수입량이 크게 늘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으로, 2017년 기준 1인당 연간 돼지고기 소비량이 38.6㎏에 이른다. 우리나라보다 14.1㎏이 많다.
그동안 국제 돼지고기시장은 미국·유럽·브라질 등 주요국의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전반적으로 공급과잉 기조였다. 이런 이유로 돼지고기 가격도 약세가 지속됐다.
하지만 중국에서 연이어 발생한 ASF가 국제 돼지고기 가격을 반등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전세계 돼지의 절반을 사육하고 있는 중국에서 대규모 살처분이 불가피한 탓이다. 정P&C연구소 등은 발생농장 반경 3㎞ 이내의 모든 돼지를 살처분하는 러시아 방식으로 중국이 대응할 경우 최대 2800만마리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대규모 살처분은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단기적으로는 돼지고기 가격이 하락하겠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내년쯤 돼지고기 공급 대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영철 정P&C연구소 대표는 “ASF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닌 데다 중국인의 식습관·소비성향 등을 고려하면 현재 줄어든 수요는 곧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대의 돼지고기 소비국인 중국이 수입을 늘리면 약세를 보이던 가격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중국이 세계 돼지고기의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미국의 돼지고기 선물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정 대표는 “미국의 현물 돼지고기 가격은 폭락하고 있으나 선물 가격은 폭등하는 것이 그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돼지고기업계는 향후 중국의 수요회복이 국내 가격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각각 돼지고기 수입금지 조치를 당한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주요 수출 대상국이었다.
정P&C연구소에 따르면 1~7월 국내 돼지고기 수입량은 지난해 24만2511t보다 23.3% 늘어난 29만9117t에 달했다. 특히 무역분쟁으로 중국·멕시코 수출길이 막힌 미국산 수입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나 늘었다. 스페인산 역시 35% 증가했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관계자는 “중국발 ASF 영향으로 가수요가 생기면서 8월 마지막주 수입 돼지고기 중 냉동삼겹살·목전지 등의 가격이 소폭 상승했다”고 밝혔다.
ASF는 향후에도 수입 가격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유통 전문가는 “미·중 무역분쟁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중국 내 ASF 사태가 더 악화되면 중국 당국으로선 미국산이든 뭐든 가리지 않고 돼지고기 수입을 대거 늘릴 수밖에 없다”며 “결국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 물량도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급과잉 기조를 보이면서 하락할 것이란 기존 전망과 달리 국내산 돼지고기가격은 강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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