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7대 대통령은 트럼프로 결정났습니다. 수많은 매체가 트럼프의 재집권에 대한 원인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사실 한국의 언론들은 트럼프의 재집권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대접전을 벌일 것이라거나 트럼프가 패하면 선거불복에 나서 미국에 내란같은 소용돌이가 펼쳐질 것이라거나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라는 예측 아닌 예측을 내놓은데 급급했습니다. 그야말로 미국의 현지 속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그냥 미국 언론들이 보도하는 내용을 번역하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국 언론사들이 미국에 많은 특파원들을 보내지만 그들도 미국의 유수한 언론내용을 파악해 번역해 국내로 송고하는데 급급한 것이 현재 특파원들의 상황입니다. 그 지역에서 겨우 몇년째 살면서 그 밑바닥까지 흐르는 정서를 3년 임기를 가진 특파원이 제대로 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방송과 신문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어떻게 한국의 언론들이 파악하겠습니까. 그러니 그런 언론에 기댈 수밖에 없는 한국민들은 거의 야구방망이로 한대 얻어 맞은 그런 기분이었을 것입니다. 어떻게 초박빙이라는 예상이 이렇게 틀릴 수가 있는지, 트럼프가 어떻게 압승을 거둘 수 있었는지, 민주당 텃밭이고 굳건한 성이라던 캘리포니아에서 트럼프의 공화당이 40%의 득표를 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미국의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석권할 수 있었는지 그냥 어안이 벙벙할 따름입니다. 방송과 신문에서 트럼프 재집권기에 한국정부가 해야 할 일 등을 논하고 있지만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답을 얻기는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어떤 신문들에서는 일본의 아베처럼 트럼프에게 예쁜 짓을 해서 환심을 사야 한다던지 지금부터 속성 골프를 배워서 골프광인 트럼프에게 가깝게 다가가야 한다는지 하는 쌩뚱맞은 방법까지 제시하는 것을 보고 그야말로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여러 매체에서 이번에 트럼프의 재집권의 의미에 대해서 분석했지만 트럼프의 재집권이 갖은 우려와 두려움의 근본적인 상황은 바로 트럼프가 너무도 세계 정세에 대해 전문가라는 점입니다. 트럼프는 이미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을 통치했던 대통령이었습니다. 물론 그때는 처음 중책 그리고 중책중의 중책을 맡아 이런 저런 잡음도 있었고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바이든처럼 50년가까이 공무원생활을 한 것이 아닌 처음으로 공무원 그가운데서 최고의 공무원이 됐으니 그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미 돈과 관련된 움직임에서는 귀재였습니다. 비록 공무원으로서 근무는 하지 않았지만 세계의 돈줄인 미국의 자본 흐름에 대해서는 귀신이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특히 미국의 경제와 국제 통상문제 그리고 미국의 무역상황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전문가적인 식견이 있었다고 보입니다. 그래서 트럼프에 앞선 전임 대통령들이 속으로만 꿍꿍 앓았던 중국과의 무역불균형에 대해 트럼프는 처음으로 직접 나서서 무역전쟁까지 일으킬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트럼프는 나름 미국 경제를 튼실하게 하는데 주력했고 어느정도 효과를 보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2020년 재선은 따놓은 당상이라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임기말기에 터진 코로나19에 대해 너무 자만했고 너무 독선적으로 대처했습니다. 미국의 환자들이 급증하고 사망자도 급격히 증가하자 트럼프는 당황하게 되고 긴급하게 대처하려 했지만 실기하고 말았습니다. 그 틈을 잘 이용한 것이 당시 바이든 후보였고 그래서 그가 46대 대통령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선거패배를 수용하지 못하고 사상초유의 국회의사당 무장 점거라는 오명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이후 이런 저런 사안으로 사법적 처리를 받았고 다음 선거에 출마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 됐습니다. 사법기관에도 여러번 들락거려야만 했고 법정에도 서야했습니다. 트럼프는 자신의 사법적 처리는 당시 민주당의 음모이다라며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끊기위한 민주당의 협잡에 미 국민은 속지말라는 식으로 대응했습니다. 그것이 미국 공화당 트럼프 추종자들에게 먹혀들었습니다. 사법리스크가 그렇게 난리를 쳤지만 그의 추종자들은 더 늘었습니다.
트럼프는 실각한뒤 지난 4년동안 와신상담과 절치부심을 거듭했을 것입니다. 자신이 보기에 미국 대통령 감이 아닌 바이든의 행보를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으로 바라보았을 것입니다. 매일 매일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을 모니터했을 것입니다. 특히 바이든과 정상회담을 하는 타국 정상들의 움직임과 태도를 예의주시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들의 행보는 지금 트럼프의 뇌리속에 깊게 새겨져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다시 대선에 도전할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판단을 통해 비판할 것을 찾아내고 미국의 강건한 앞날을 위해 무엇이 더 효과적인 방법인지에 대해 홀로 고민하고 연구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누구처럼 술에 취해 세월을 죽이지는 않았습니다. 트럼프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타인의 흥에 맞춰줄 수는 있어도 스스로 흥을 유발하지는 않는 성향입니다. 바이든 정부의 패착을 곰곰히 메모하고 자신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고 전해집니다. 대선에 재도전때 미국 공화당내에서도 이제 그만두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지금 공화당내에서 자신만큼 경쟁력있고 미국과 세계 정세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있느냐며 강한 도전의식을 드러냈습니다.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에 대해 불만을 품은 전직 고위관료들도 많았지만 트럼프의 독설과 강한 의지를 꺾을 인물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는 자신이 있었던 것입니다. 현재 세계를 주름잡는 중국의 시진핑과 러시아 푸틴 그리고 일본의 아소다로와 기시다총리 등 전직 총리들, 프랑스의 대통령 마크롱,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등은 그가 대통령이었을 때 막역하게 만나고 그들이 가진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하고 있었던 인물이 바로 트럼프였습니다. 세계의 문제아라는 북한의 김정은과는 무려 3번이나 정상회담을 갖은 사람으로 김정은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해 너무도 속속들이 파악한다는 생각을 가진 인물이 바로 트럼프라는 말입니다. 바로 이 점이 공화당으로 하여금 트럼프를 차기 대선주자로 선출하게 된 가장 근본이유가 아닌가 여겨집니다.
세계적 리더가운데 징검다리식 정권장악을 한 인물은 거의 없습니다. 한번 실각하면 그것으로 끝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많은 인물들이 도사린 미국에서 한 번 기회도 얻기 어려운데 실각후 또 한차례 더 기회를 갖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다가 트럼프는 그 어렵다는 징검다리 정권을 압승으로 석권하고 말았습니다. 미국 상하원도 공화당이 장악했습니다. 미국 역사상 그 예가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야말로 트럼프가 하고자 하는 일은 이제 모두 할 수 있는 전지전능의 힘을 갖게 됐습니다. 트럼프가 오르고 싶었던 신의 경지 비슷한 곳에 도달한 것입니다. 트럼프는 독재자들에게 관심이 많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독재자 기질이 있기에 그런 것이 아니냐는 말입니다. 결코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맞는 말도 아닙니다. 트럼프는 독재자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독재자들을 누르고 그들을 자신의 아래에 두고 싶은 것입니다. 이미 러시아 푸틴은 그런 사이이고 북한의 김정은도 비슷한 처지입니다. 중국의 시진핑도 곧 그렇게 만들겠다는 야심에 가득차 있는 것이 바로 트럼프입니다. 민주 자본주의 진영은 돈의 힘으로, 공산 독재주의 진영은 자신의 기질과 근성으로 제압하겠다는 것이 트럼프의 복안입니다.
트럼프 재집권이 무서운 것은 트럼프는 이제 재선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일인이 세번 집권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제 트럼프는 주변을 살필 필요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냥 하고싶은 데로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대부분의 대통령들이 두번째 임기를 염두에 둔 나머지 이리 저리 끌려 다닌 상황을 트럼프는 겪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했듯이 한번 집권한 뒤 실각해 4년동안 낭인으로 생활하며 더욱 단단해지고 더욱 독해진 자세로 국내외 문제를 요리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트럼프의 아들이자 실세중 실세인 트럼프 주니어는 아버지보다 잘났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절대로 중용하지 않겠다고 밝힌데서도 그런 분위기가 읽혀집니다.
트럼프의 재집권이 무섭다는 다른 측면은 트럼프가 구상하는 세계입니다. 트럼프는 자신의 임기에 만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권력의 힘을 너무도 잘 아는 트럼프는 자신의 임기 4년 다음을 생각하고 있을 듯합니다. 그래서 아주 젊은 밴스라는 인물을 부통령으로 전격 지명한 것입니다. 4년후 밴스부통령은 44살입니다. 아마도 트럼프는 밴스를 차차기 대통령으로 만들어 트럼프니즘을 더욱 확산시키려고 할 것입니다. 후계자 가운데 자신의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도 당연히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화당 세상으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민주당에게 권력을 넘겨주지않고 공화당의 깃발아래 미국과 전세계를 호령하고 싶은 것이 바로 트럼프의 복안이자 심정일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번에 민주당이 우왕좌왕하면서 미국의 유권자들의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을 미뤄볼 때 트럼프의 복안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예측이 듭니다.
미국은 내년 1월 20일 취임식이후 트럼프의 진두지휘속에 거침없는 항진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 행보가 주변국들에게 결코 호의적이지도 편하지도 않은 상황을 만들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트럼프에게는 미국과 미국내 공화당 지지자들만이 그의 관심사입니다. 그런 자신의 옹호자들을 위해 모든 것을 건 항진을 펼칠 것입니다. 적당히 아부하고 이득을 얻으려는 얕은 꽤로는 트럼프를 당할 수 없습니다. 부동산 귀재가 그냥 생긴 것이 아닙니다. 처절한 돈의 투쟁속에 평생을 살아온 트럼프앞에서 얕은 계략은 그냥 무용지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는 트럼프는 그래서 더욱 냉정합니다. 그가 웃는 것은 그냥 웃는 것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말이 그래서 나옵니다.
말이 통하고 상식이 통하면 그래도 대처방법이 있겠지만 그야말로 무대포식 밀어붙이기와 자기 주변만을 위한 성취적 성향앞에서 조용히 처분을 기다리며 내국민들을 설득해 엄청난 트럼프 핵주먹과 파고에 견디며 앞으로 4년을 견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대처법이 될 것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달라면 꽤부리지 말고 그냥 주고, 긴 변명 늘어놓지 않고 순순히 처분을 기다리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는 언급하기도 부끄러운 너무도 씁쓰레한 해법이 그래서 나오고 있습니다. 지략도 지혜도 없는 지도자를 보유한 나라에게는 더욱 그러할 것으로 보입니다.
2024년 11월 9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