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건
글을 쓴다는 건 자신을 내보이는 일이다.
글을 쓰는 목적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다른 답이 나오겠지만
글을 쓴다는 건 몸짓 대신 글로 자신을 내보이는 일이다.
자신을 내보이는 건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글로 표현하는 일이기도 하고
자신의 감정이나 의지, 또는 주의 주장을 펼쳐 보이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글은 그 사람과 분리될 수 없는 것일뿐더러
그 표현 내용이 진실일 수도, 가식일 수도 있을 테지만
그 안에 글쓴이의 지식수준이나 인격,
또는 성품 성향이 녹아 있기도 하다.
그래서 학생 선발이나 취업현장에서
논술 테스트를 해보는 것일 게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남의 글을 탓하는 건 안 된다.
남의 글을 탓한다면 그건 마치
"너는 왜 그 모양이냐?"라고 힐난하는 것이어서
가당치 않은 행위가 된다.
설사 부모님이 자식에게 그렇게 야단치는 경우가 있다손 치더라도
동등한 입장에서 함께 어울려 나가는 마당에서야
그럴 순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함께 어울린다면서
남의 글에 대해 비아냥, 비난을 넘어
"쯧쯧" 하거나 "쩝" 하는 소리를 낸다면,
또 비비 꼬아서 그런 뜻을 내비치는 글이나 댓글을 쓴다면,
온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언어도단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구미에 맞지 않는 글을 만나면
조용히 읽고 가만히 물러날 뿐이지만
때론 조용히 읽고 머무르며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왜 그럴까...?" 하고 말이다.
맹자는 사단설(四端說)을 폈다.
인간의 가슴속엔 측은, 수오, 사양, 시비의 마음이 있다는데
이것이 단초가 되어 仁 義 禮 知의 도덕심이 나왔다 한다.
주희는 이를 발전시켜
앞엣 것을 정(情)이라 하고, 뒤엣 것을 성(性)이라 했지만
이 중에서 시비(是非)의 마음을 잘못 표출하면
사달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 생각에 잠길뿐, 머뭇거리는 때도 있게 마련인데
여기서 용기가 작용하면 행동에 이르기도 한다.
"너는 왜 그런가...?" 하고 말이다.
우리 카페엔 여러 가지 게시판이 있다.
각 게시판마다 게시할 수 있는 글의 성격을 정해 놓았다.
그건 마치 음식을 차리면서 밥그릇엔 밥을, 국그릇엔 국을,
또 종지엔 간장을 담아 내놓아
식별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한 배려에 다름 아니다.
그래야 음식이 떨어지면 구분해서 보충도 하는 것이니
그걸 어기면 어울림도 취식 질서도 무너뜨리는 꼴이 되고 만다.
게시판별로 특성이 있는 것이니
서로 그 특성을 지키지 않으면 혼란스럽게 된다.
그래서 나는 기왕이면 내 특성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게시판을 찾아
드나들곤 한다.
그게 수필방이요, 띠방이요, 삶의 방이요, 등등인데
방마다 표현을 달리 해서 글을 쓴다.
나는 주로 수필방에 드나들었는데
요즘엔 좀 뜸했다.
그건 왜냐 하면, 마뜩지 않은 댓글 사례를 받고 보니 그랬다.
그건 뭐냐 하면..
얼마 전에 매슬로우의 <인간욕구 5 단계론>을 인용해
글을 썼더니
낡은 매슬로우에 매몰되지 말라는 댓글을 달았더라.
그건 댓글 쓰는 사람의 자유겠지만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래서 글 올리는 걸 자제해 왔다.
자주 올린다고 견제가 들어오는 것 같아서였다.
사실 매슬로우의 <인간욕구 5 단계론>은 묵은 이론이지만
고전에 속한다.
지금도 플라톤을 인용하는데
플라톤의 이론이 묵은 거라고 배척하면 될까?
고전은 고전인 것이다.
다음 사례를 또 보자.
얼마 전에 자기 분수에 맞게 살자는 뜻의 글을 올리면서
흔히 하는 오유지족(吾唯知足)을 인용했더니
한자를 쓰면 뭐 달라지느냐면서
사대주의가 아니냐고 댓글을 달았더라.
그래서 그러냐고 했지만
글을 올릴 기분이 가라앉더라.
사실은 보통 그렇게 인용하면서 글을 쓰는 것이요
한글 전용도 좋지만, 국한문 혼용도 하는데 말이다.
여하튼 수필방의 콩꽃님이 격려해 주셔서 다시 글을 올려봤지만
뭐니 뭐니 해도 수필방은 운영위원인 콩꽃님의 기여가 크다고 본다.
콩꽃 님의 기를 살려드리자.
수필이란 무언가?
그건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느낌이나 체험 등을
자연스럽게 쓰는 산문이라고 풀이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수필은 그렇게 쓰면 되는 것이요
남이 수필이라고 쓴 산문을 이렇다 저렇다 겸열할 건 아닐뿐더러
자기의 그런 글을 수필이냐고 물을 것도 없는 것이다.
물어본들 누가 대답하겠는가.
다만 수필방엔 지킬 준칙이 없지만
같은 글방인 삶의 이야기방엔 지켜야 할 준칙이 있다.
진지하지 못한 글,
음란성 글,
정치나 종교적인 글은 불허하고 있으니
수필방에서도 그걸 준용하면서
자기 나름대로 글을 올리면 되지 않겠는가?
그런 과정에 글이 좋으면 많은 회원들이 호응할 것이요
그렇지 않을 경우엔 냉랭할 텐데
그런 분위기도 하나의 준칙이 되는 것일 게다.
글방에서 특별히 생각해야 할 것은
공론화(公論化)인 것 같다.
무엇이든 공창에서 공론화하면 갑론을박이 이어질 뿐
바람직한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사달만 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모쪼록 카페 준칙 하에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면서
어울려 나갈 일인 것 같다.
만약 토론할 게 있다면
책임자의 주재 아래 질서있게 하는 게 좋으리라.
내가 받은 댓글 사례를 공개하는 뜻은 이러하다.
이런 이야기를 암암리에 나눠봤더니
본글을 보고 이렇다 저렇다 악평하는 이가 있어서,
소위 겸열관이 무서워서 글을 안 올린다는 거다.
나도 위 사례가 그렇게 악성은 아니란 생각은 하지만
그런 경우에 내가 기분이 나빴다면
다른 회원들은 어떻겠는가...
이건 정격 수필도 아닌데
좋은 쪽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라지만
글을 쓰면서 어울린다는 건 참 예민한 일이기도 하다.
악화(惡貨)는 양화(良貨)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도 마음에 두자.
그래야 수필방이 재미로 어울리는 다른 방과 달리
정제되고 부드러운 문학방의 분위기를 견지하지 않겠는가.
첫댓글
인터넷 카페에서 글 쓰는 여러분에게
무엇을 말씀하시고자 하심은 깊이 깨닫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글을 쓴다는 것은 좋은 마음으로
읽고 마음이 내키면 댓글을 달아서
서로가 화합하고 교류하는 의미가 클 것입니다.
남의 글을 꼬집고 흠집을 내어
글 쓴이의 마음을 다치게 한다는 것은 그분의 품격입니다.
수필방의 활성화가 될 수 없지요.
방장이 없는 방에서, 긴 세월 함께 해 왔습니다.
좀 즐겁게요.
상식선에서 진행이 되었지만,
서로 글 올리고 댓글 달고 서로 친숙한 느낌으로 여태 왔습니다.
타 방으로 부터 칭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곳에서, 이 정도면 잘 나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근래에 와서, 옛 모습과 달리 자기집 안방에서나 할 일이지
무슨 투정이 있는 지 자기의 기분에 맏지 않다는 투정이 올라 옵니다.
본래 회원이 적었지만, 한 분 두 분 모여드는 재미도 있었지요.
석촌님도 근래에 그런 경험이 있으신가 봅니다.
수필방 외의 사람이 그럴 경우는 한 번에 그칠 수 있는 사항이지요.
같은 수필방에 함께 하면서, 이런 저런 투정이 있으면 지기님에게 말씀 하시지요.
저는 운영위원으로써 내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 합니다.
감정이 많이 절제되어있네요.
여하튼 수고에 걈사드리고요
마음으로라도 힘을
보태드립니다.
기분에 맏지 ㅡ> 맞지 않다는
이제야 보니...
죄송합니다.^^
고마워요.
글을 쓸때 본문과 반대 되는 꼬리글이나 네거티브 적인 꼬리글을 볼때 안타깝습디다
석촌 선배님도 그래서 상처를 받았군요
힘을 냅시당
충성
네에, 힘 내야지요.ㅎ
수필방은 회원 여러분들이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는
그런 방이 되길 바랍니다.
자기 취향에 맞지 않는 글이 올라오면
악성 댓글을 달기 보다 그냥 건너 띄면 좋겠어요.
맞는 말씀이에요..
특히 비비 꼬아서 기분 상하게 하는 일이 없어야겠어요.
그런 것 때문에 수필방에서 나갔다는 사람이 많답니다.
그랬었지요.
푸른비님 글에 거의 전부라 할 정도로
댓글을 달았지만,
이 번 영화 이야기는 그냥 넘어갔지요.
내 취향이 아니니까요.^^
석촌님이 바른 길을 제시하셔서 역시 어르신다운 면모구나 하고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아이구우, 어르신이라니요..ㅎ
언덕저편 1 님이 늘 든든하데요.
늘 마음이 넉넉하신
언덕저편님의 생활상이 든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