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줄거리
(01)편 http://cafe.daum.net/Europa/2oQs/14743
(02)편 http://cafe.daum.net/Europa/2oQs/14745
(03)편 http://cafe.daum.net/Europa/2oQs/14753
(04)편 http://cafe.daum.net/Europa/2oQs/14760
나, 만능 해결사 파스파르투는 괴짜 주인을 모시는 하인이다. 혁신 클럽에서 무얼 하고 왔는지 말도 안 되는 내기를 시작한 포그 씨 덕분에 준비도 없이 세계 일주를 하게 된 우리는, 베네치아에서 아테네로 배를 타고 이동하려던 계획이 틀어지는 바람에 생각지도 못하게 로마로 떠나게 되었다. 통일 이탈리아 왕국과 교황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듯한 로마. 휘말리고 싶지는 않은데……. 베네치아에서 로마로 가는 차를 타려던 나는 웬 자동인형들이 비밀스럽게 객차를 타고 떠나는 황당한 모습을 보고 의아해 했다. 기계 주제에? 로마에 도착해서 광장을 구경하던 중, 재수 없게도 병사의 검문에 걸려 붙잡히려던 차에 더욱 재수 없게도 누군가가 광장에 수류탄을 던지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다! 나는 병사와 수류탄을 피해 죽을 듯이 달렸고, 호텔까지 도망쳐 오면서 피아메타가 말했던 발명 학회에 맞선 교황청의 투쟁, 그리고 베네치아에서 봤던 자동인형들이 무엇인지 모두 깨닫는다. 이탈리아에서는 자동 기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개조해서 기계와 융합하고 있던 것이다! 심각한 회의에 빠진 나는 이번 만큼은 포그 씨와 마찬가지로 빨리 로마를 뜨고 싶은 생각뿐인데…
......
“아테네만 갈 수 있는 건 아니었네요.”
“좋아.”
잠시 고민하는 듯하던 포그 씨는 그러나 곧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계획대로 아테네로 가지.”
“알겠습니다.”
출발하기 직전에 다시 장에 들러 잽싸게 4 파운드짜리 망치를 삽니다. 아테네에서는 망치가 비싸다는데, 용돈 좀 벌겠죠? 그걸 담느라 10 파운드짜리 가방을 더 사야 하지만 그 정도의 이익은 날 겁니다.
간신히 비행선 승강장에 갔더니 화물이 많다고 추가금을 내라고 하네요. 아테네에서 망치가 그래도 30 파운드보다는 비싸겠죠?
바람이 심해 흔들리지만 신사의 여행 세트 덕분에 지장이 없습니다.
......
오전 11:58
로마에는 비행선 승강장이 많다. 우리는 그 중 한 곳에서 상업용 여객 비행선을 탔다.
선내에 짐을 적하하는 것을 보니, 짐꾼들이 늘어서서 자기 팔에 꼭 맞는 갈고리와 길게 늘일 수 있는 장대를 이용하여 수하물을 다루고 있었다. 나는 마치 내가 흥미가 동한 곡예사라도 되는 양 그들을 지켜보았다. 짐꾼들이 화물칸 안에서 원숭이처럼 이리저리 공중 그네를 타며 서로에게 상자를 던지는 모습을.
그들은 쾌활했고, 요란하고 익살이 가득했으며, 효율적이었다. 수 시간 내로 우리를 비롯한 승객과 화물이 모두 비행선에 실렸고, 그 뒤 약 한 시간쯤 후에 비행선은 정박용 밧줄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포그 씨와 잠시 대화합니다.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요?”
“아직 출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네!”
“아테네에 관해 알아내신 것은 있으십니까?”
“아테네의 유적들이 방치되고 있다더군. 그것들은 반드시 보존해야만 하네. 비록 그 때문에 거주민들을 이주시켜야만 하더라도 말이지!”
“음, 신문에서 이즈미르에 관한 기사는 뭐 없었나요?”
“우리가 이즈미르에서 이스탄불로 갈 수 있다는 걸 아나? 자네라면 흥미가 생길지도 모르겠군. 대중교통편이 있다고 하네만, 느릴 것이야.”
이즈미르-이스탄불 경로를 알았습니다.
......
오후 10:00
여행은 길고, 또 조금 느렸다.
도착을 마냥 기다리고만 있기에는 여행은 지겨울 정도로 길었다. 계획도, 준비도 부족하더라도 되는 대로 모험에 뛰어드는 편이 차라리 낫겠어. 하지만 결국, 내가 오늘 비행선에서 생각한 그 어떤 계획도 모두 기각되었다.
비행선은 이탈리아를 횡단했고, 그때 우리는 서빙 접시를 왼쪽 옆구리에 끼고 있는 중년의 여성 승무원을 만났다.
“커피 드시겠습니까?” 그가 물어 왔다.
“아니면 프르세(pressé-과즙을 짜서 설탕, 물과 섞은 음료)로 드릴까요?”
“포도주는 없습니까?” 내가 물었고, 승무원은 미소를 지었다.
“물론 있습니다, 손님.” 그가 답하고는 뽐내듯이 복도를 걸어가더니 잠시 후 메를로(Merlot)를 가득 따른 한 잔을 가지고 돌아왔다. 나는 감사를 표하고 일등석 서비스를 칭송했다.
......
포그 씨와의 관계가 조금 좋아졌고, 세련된 성격이 되었습니다. 술을 받아 와서 그런가 봐요.
DAY 8
오전 09:32
심심한 나는 신문이나 읽기로 했다.
-타임스
필리어스 포그, 세계일주 모험을 시도하다!
우리에 관한 소문이 나고 있군!
오후 01:00
비행선 아래의 에게 해가 다이아몬드를 뿌려놓은 천처럼 반짝인다. 이렇게나 높은 고도에서도 연락선들이 바다를 왕복하며 승객을 실어 나르는 것이 보인다.
“비행선이 선박 운항의 수요를 없애 버릴까요?”
나는 생각에 잠겨 옆에 있던 사람에게 말했다. 두꺼운 안경을 쓰고 걱정스럽게 혀를 차는, 키가 작은 그리스인이었다.
“그러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가 대답했다.
“왜냐하면 배는 내 밥줄이거든요.”
손을 내민 그는 자신을 그리스와 북아프리카 간의 물류를 담당하는 화물 운송 회사의 사장, 드미트리 소포스(Dmitri Sophos)라고 소개했다.
나는 깜짝 놀라 눈을 깜박였다. 이 사람은 취한 피아메타가 그렇게 화를 냈던 바로 그 사람 아닌가? 하지만 이 사람은 전혀 해를 끼칠 것 같지 않은데!
나는 피아메타가 말했던 스쿠올라에 대해 물었다.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탈리아에서 조합의 존재가 흥미를 끌고 있기는 합니다만, 나는 그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는 기분 좋게 웃었다.
나는 출항지에 관해 물어보았고, 그는 기쁜 마음으로 항로와 운항 시각 목록을 들려주었다.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은 바로 알 카히라로의 항해이다. 내일 출항한다고 한다!
아테네-알 카히라 경로를 알게 되었습니다.
......
우리는 그의 고향이 얼마나 훌륭한 곳인지, 그곳에 얼마나 걸출한 역사와 경이로운 건축물들이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더 나누었다.
나는, 소포스 씨가 비록 지금 내 옆에 앉고서 수소를 가득 채운 기구를 타고 수마일 상공을 날고 있음에도, 그는 상상 속 수백 년 전의 세상에서 사는 것을 그리며 행복해 한다는 것을 느꼈다.
아테네 ATHINAI
멀리 파르테논이 보이는군요. 시장에 먼저 들릅니다.
-신타그마(Syntagma) 광장
멋지다! 이 복잡한 광장 가운데에는 세차게 물을 뿜는 분수가 있다.
......
아마도 우샨카를 살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 외의 물건도 딱히 필요치 않습니다. 망치를 팔아야 하는데, 일단 계획부터 빨리 세우고 내일 다시 와서 팔도록 하죠. 탐색 시간을 놓치면 안 됩니다.
......
오후 08:37
내 주인님은, 대개, 여행하는 동안 멋진 장소와 이국적인 도시 구경에는 딱히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아테네만은 예외였다. 그의 이 갑작스러운 관심은 마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스어 할 줄 아나?”
“길을 찾을 정도로는 못합니다.”
나는 아주 평범한 어조로 답했다. 주인님은 슬프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거리에서 흔히 들리는 디모티키(주: 그리스 언중이 사용하는 그리스어. 이 시기 공식 그리스어는 카타레부사라고 합니다.)를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는 몸짓을 섞어 가며(내가), 적당한 호메로스의 구절을 인용하며(주인님이), 반쯤은 아첨하면서(다시 내가), 길을 묻는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미로 같은 플라카(Pláka) 거리를 지나 아크로폴리스(Acropolis)로 가기로 하였다. 나는 파르테논(Parthenon)의 기둥을 바라보았다. 파괴되었음에도, 장엄한 광경이었다. 나는 겨우 아테네 제국의 관 위에서 빛나는 저 보석이 이천 년 전에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하는 정도 밖에는 할 수 없었다.
우리는 조용히 구경했다. 나는 경이로운 파르테논을 보며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포그 씨 또한 분명 나와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
포그 씨와의 관계가 또 좋아졌습니다!
도시를 탐색했더니 경로를 아주 많이 발견했습니다. 무려 모두 당일 도착 여정입니다. 이제 계획을 세웁시다.
“차로 메테오라라는 곳을 갈 수 있답니다. 이틀 후에 출발한답니다.”
“오…….”
주인님은 그리스 문화에 관심이 많으신가 보다. 세계일주에 도움이 되는 길은 아닐 것 같은데…? 이런 곳을 가려고 시간을 협의하려 하시다니. 하지만 내일 출발하려면 700 파운드를 더 내야만 한다!
“그리스 해안 철도로 테살로니케로 갈 수도 있답니다. 내일 출발하면 당일 도착입니다.”
“이즈미르로 가는 에게 해 페리도 내일 저녁에 출발합니다. 이스탄불로 가실 생각이 있으신지?”
“…….” 주인님은 고민 중인지 말이 없었다.
“소포스 씨가 운영하는 소포스 여객선을 타고 카히라로 갈 수도 있고요. 낮에 비행선에서 얘기하다가 알아냈죠! 내일 아침 출발입니다.”
흠, 그런데 카히라를 가면 가면을 비싸게 팔 수 없겠지? 조금 아깝다.
나의 설명을 모두 듣고 나서, 포그 씨는 조금 생각한 후에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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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스쿠올라는 발명가 조합과 독립적인 집단이 아니라, 조합 소속의 이탈리아 지회 내지는 분파 같은 것이었네요.
게임도 흥미로운데 브금때문에 더 볼만하네용! 물론 제가 바라던 시베리아 횡단 철도는 끝났지만 말이져 ㅠ
주인님의 집단지성이 시베리아를 버렸네요 ㅠㅠ
미묘...
이스탄불 가려고 오리엔트 급행을 탔다가 빈에서 전쟁 리스크를 피하려고 우회로를 선택했는데, 막상 소포스와의 만남으로 카이로까지의 직통 루트를 열어버린 듯한 마당에 굳이 이스탄불을 갈 필요가 있나... 싶네요.
아니 근데 수에즈 운하 열렸다고 하지 않았던가... 왜 운하 타는 길을 여태껏 발견 못했을까요? 소포스를 만나면 분명 운하를 통과해서 아덴까지는 직행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카이로행 연락선이라니 그딴 거 필요없는데 흠...
저도 그게 이상합니다. 운하는 화물 전용인건가? ㅠㅠ 역사적으로도 개통 이후이고 대화에서도 분명 canal 이 새로 뚫려서 운송이 빨라졌다고 했는데...너무 쉬우니까 길을 꼬아 놓았나 싶기도 해요.
원작처럼 인도 루트가 무난할 것 같으면서도 인도-동남아 쪽은 잠재적인 리스크가 크단 말이죠
오헝과 오스만의 다툼에 낄 필요는 없죠! 안탈리아 그거 들리려다 큰 걸 놓칠 수 있기도 하고요. 그러니 이즈미르를 통한 이스탄불 루트로!(?)
힘을 실어 주셔야 그리 갑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헉...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