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언
인류인 사람은 집을 짓고 삽니다.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인 건축주는 설계기술 및 시공기술이 필요합니다. 설계 및 시공기술이 없는 건축주는 설계전문가 및 시공전문가에게 돈을 주고 설계 및 시공을 의뢰하게 됩니다.
건축주는 훌륭한 건축물을 짓기 위해 훌륭한 설계능력이 있는 건축사에게 설계를 의뢰하고자합니다. 따라서 건축사는 훌륭한 건축물을 설계하기 위해 연구하고 공부하여, 건축기술 · 예술 등을 발전시키어, 결국 인류(국민)는 쾌적한 건축환경 속에서 자연적 재해 인위적 재해 등으로부터 안전하고 편리하고 아름답게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설계는 전문성과 배타적 권리를 갖고 있는 건축사만이 합니다. 건축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연구한 건축사에게 설계업을 배타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등의 권리는 헌법에 기초한 건축관련법으로 제도화하고 보호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헌법 제 22조 제2항에 "저작자 · 발명가 · 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건축사는 이론의 여지없이 건축저작자 · 건축발명가 · 과학기술자 · 예술가인 것입니다.
그러나 과연 건축법은 인류(국민)가 안전하고 편리하고 아름답게 살 건축물을 설계하는 건축사들을 헌법정신에 맞게 보호하고 있는가 ? 그 문제점과 위헌성은 없는가 ? 알아보고 그 개선책을 찾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2. 건축사 자격(면허)제도
원시시대에 식량을 채집하여 지급자족하던 시대에는 건축물 역시 자급자족으로 누구나 지어서 살았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사회는 복잡 다난해 지고 과학과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아무나 집을 지을 경우 일어나는 재해를 막기 위해 일정한 연구·공부·경험을 쌓은 사람에게만 배타적 권리로서 설계 및 시공을 하게 자격(면허)제를 법률로써 정한 것입니다. 의사 변호사 등 모든 전문자격자의 경우도 같다고 할 것입니다.
3. 건축허가, 사용승인(준공), 감리제도.
현 건축법령상에서 건축이 이루어지는 과정과 실태를 순서에 따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① 건축주가 설계를 건축사에게 의뢰합니다.
② 건축주는 설계건축사가 설계한 설계도서에, 설계건축사가 작성한 건축허가현장조사서를 첨부, 허가권자
에게 건축허가를 신청하면, 허가권자는 건축허가를 합니다.
③ 건축주는 시공자(직영포함) 및 감리자(통상 설계건축사)를 선정 계약하고 착공신고서에 시공자 · 감리자 날인을 받아 허가권자에게 착공신고를 합니다.
④ 시공자는 공사를 진행하고 감리자는 감리를 합니다.
⑤ 건축물이 완공되면 건축주는 감리건축사가 작성한 감리보고서 및 감리자가 선정해준 사용검사자가 작성한 사용검사서를 첨부 건축허가권자에게 사용승인을 신청, 사용승인서를 교부 받습니다.
4. 현 법령의 근원적인 모순점
① 건축주와 감리자 관계에 모순점
건축주가 감리자를 고용할 때에는 건축주의 이익을 위해 1. 건축주대신 시공자를 감독하거나 2. 건축기술을 자문 해주거나 3. 건축예술을 자문 해주는 역할을 건축주로부터 요구받게 됩니다.
건설교통부의 건축사업무기준의 사후설계관리 "건축설계가 완료된 후 공사를 시공하는 과정에서 건축사의 설계의도가 충분하고 올바르게 반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설계도서의 해석, 자문 그리고 현장여건 변화 및 업체선정에 따라 발생하는 자재와 장비의 치수, 위치, 재질, 질감, 색상 등의 선정 및 변경에 대한 기능과 미관적 검토 ·보완 등을 위하여 수행하는 설계업무를 말한다."가 감리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건축법에서의 감리업무란 (건축법 제2조 제1항 제15호, 제21조, 시행령 제19조)에서 "품질관리 공사관리 안전관리 등 지도감독"이라고 정하고 있으나 쉬운 말로 정리하면 건축주(또는 건축주의 지시를 받는 시공자)의 행위를 감시하는 업무입니다.
건축주 등 공사행위자가 잘못하면 지적하고 허가권자에게 위법건축공사보고를 하여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이 감리자의 임무인 것인데, 문제는 감리자가 건축주를 추궁할 수 없다는 현실성에 있습니다. 공사감리자란 건축주에게 고용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공사감리자가 건축주를 허가청에 고발(보고) 한다면 그는 이후 업무수임을 못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생계의 위협를 받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대다수의 감리자는 건축주 등의 부실 내지 위법건축공사행위를 묵인하거나 이를 해결(사용승인처리)하여야 하는 실정에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모순된 제도를 적극적으로 설계수주 방편에 악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실적으로 설계한 건축사가 작성한 감리보고서와, 감리한 건축사가 선정한 건축사가 작성한 사용검사서를 첨부하여, 허가권자에게 사용승인신청을 하면 사용승인서가 교부되기에, 건축주는 설계 잘하는 건축사보다 위법부실건축을 하였어도 허가 잘 내주고 사용승인 잘 내주는 건축사에게 설계 · 허가 · 사용승인을 의뢰하게 되어, 본래의 건축법 목적에 상반된 결과가 생기는 것입니다. 즉 위법 부실한 건축물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막대한 해악이 있는 것입니다.
② 대규모 건축물과 소규모 건축물에 대한 감리제도 모순점
현행 감리제도는 대규모 건축물과 소규모 건축물에 있어서 현격한 차이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대규모 건축물(총공사비 100억원 이상의 정부발주공사 및 공동주택건설공사)은 감리자를 개인 건축사가 아닌 '감리전문회사'에게 하도록 되어 있으나(건설기술관리법 제21조 및 동법 시행령 제50조) 이 규모이하의 소규모 건축물은 건축법에 의거 '건축사'에게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대규모 건축물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므로 안전하고 부실공사가 없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감리를 철저히 하자고 '감리전문회사'제도를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동 제도 시행이후에 실제로 부실공사나 위법공사가 많이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제도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원인은 많겠지만 근본적인 사항은 감리자가 건축주 또는 시공자의 간섭을 받지 아니 하고 독립적으로 자신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동 규모이하의 소규모 건축물에 대해서는 여전히 근본적인 대책은 방치하고 책임전가에 필요한 잡다한 규정들만 나열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소위 소규모 건축물이 우리나라 건축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체 건축물 중 90퍼센트 이상이 소규모 건축물인 실정을 감안한다면 현행 감리제도의 개선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봅니다.
5. 감리제도의 개선방안
우선 건축사는 건축주를 위해 일하는 사람(변호사격)임을 인정하고 앞에서 설명한 감리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설계'와 '감리'를 독립적으로 분리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ⅰ. 공사감리업무를 전담하는 '건축공사' (주택공사, 토지공사와 같은 개념)를 만들어 운영하는 방안.
ⅱ. 허가권자가 직접 감리자를 고용하여 업무 수행하게 하는 방안 (재원은 수익자 부담원칙으로 건축주에게서 적정액 징수)
ⅲ. 제도적으로 건축사사무소를 '건축설계사무소'와 '공사감리사소'(가칭)로 이원화하고 건축사는 이중 하나만을 선택할 수 있도록 관계법령(건축사법 제23조)를 개선하는 방안.
ⅳ. 건축사사무소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건축사의 업무내용에서 본인이 설계한 공사에 감리를 할 수 없도록 관계 법령(건축사법 제19조, 건축법 제21조)을 개선하는 방안.
단순히 효과만으로 볼 때는 위 ⅰ, ⅱ, ⅲ, ⅳ의 순위로 되겠으나 동시에 순위가 높은 방안일수록 더 많은 준비 과정과 관계자들의 의견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공사감리제도 개선을 함께 인식하고 또 이를 발효시키기 위해서는 ⅳ방안부터 시작하여 ⅰ의 방안으로 점차 확대 개선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분명한 것은 건축사가 설계비 잔액을 받기 위해서 또는 앞으로의 설계수주를 위해서 건축주 등 공사행위자에게 예속 될 수밖에 없는 현행의 감리제도는 과감히 그리고 조속히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6. 현장조사 · 검사업무대행제도
가. 건축공사에 있어서 현장조사 · 검사업무
건축물은 허가권자(구청장, 군수)에게 건축허가를 받고 공사를 하여야 하며 완공이 되어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승인을 받도록 건축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건축법 제8조 및 제18조)
이 과정에 있어서 허가권자가 허가의 적합성을 위해 현장조사를 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또한 결과물의 확인을 위한 검사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건축법 제18조제2항)
이것이 건축공사에 있어서 현장조사 · 검사업무인 것입니다.
나. 건축사의 현장조사 · 검사업무대행의 정의
건축물의 현장조사 · 검사업무는 원칙적으로 허가권자의 고유(의무적) 업무입니다. 설계 및 감리업무가 건축사의 고유 업무이듯이 현장조사 · 검사업무는 공무원의 고유(의무적) 업무인 것입니다. 단지, 공무원
의 업무능력(인력, 전문능력, 예산)의 부족과 공무원의 부정방지 목적이란 명분을 갖고 그 업무를 건축사에게 대행하게 할 수 있는 근거를 법적으로 명시한 것입니다. (건축법 제23조제1항) 따라서 현장조사 ·검사업무는 언제든지 허가권자가 다시 수행 할 수 있으며, 또한 언제인가는 수행하여야 할 업무입니다.
다. 건축사의 현장조사 · 검사업무대행 운영실태 현재 건축공사에 대한 건축사의 현장조사 · 검사업무대행은 전국적인 상황입니다. 이 업무가 건축공사의 최초와 최종적인 확인이라는 막중한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허가권자는 위에서 말한 명분으로 건축사에게 대행시키고 있는 것이 현 실정입니다. 그러나 건축사에게 대행시키는 실질적인 이유는 이 업무에 따르는 막중한 책임감을 회피하기 위한 것입니다. 과거 담당 공무원들은 이 업무로 인하여 수없이 징계를 받아 왔기 때문에 현재 공무원들은 거의 모든 이가 이 업무 자체를 회피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렇지만 건축허가 및 사용승인과정에서 현장조사 · 검사업무는 필수적인 사항이므로 누군가가 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건축주와 허가권자 사이에 있는 힘없는 건축사가 이 업무를 하게된 것이 현재의 전국적인 실정인 것입니다.
라. 건축사협회의 현장조사 · 검사업무대행 관리
현장조사 · 검사업무가 허가권자로부터 개인 건축사에게 일방적으로 지정되어 가자 당사자간의 갈등 심화, 건축공사의 문란 등 건축행정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고 또한 충분히 예상됨에 따라 각 지방 건축사협회에서는 동 제도의 개선을 바라면서 일시적으로 허가권자들과 협의(업무대행자 지정 위 · 수탁 협약)하여 동 제도의 관리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7. 건축사의 현장조사 · 검사업무대행 운영상의 문제점
건축사는 비록 전문인이라 하더라도 개인적 수익사업을 하는 민간인입니다. 이러한 건축사가 공권력을 단독으로 수행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로 문제점이 많습니다.
ⅰ. 건축행위자들(건축주, 시공자)은 건축사가 조사 · 검사를 하는 것이 공무원이 하는 것보다 사정하기가 쉽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ⅱ. 건축사는 성장과정 및 업무의 특성상 동료 건축사, 건축주, 시공자들과의 긴밀한 관계에 있음에 따라 그들의 행위를 조사 · 검사하는 데 인과관계가 따르게 됩니다.
ⅲ. 건축사는 건축현장의 최일선 전문인이며 건축서비스 제공자이므로 법규정 이전에 공사의 특수성 및 현장 여건 등에 대한 고려가 앞서게 됩니다.
ⅳ. 조사 · 검사대행업무에 대한 행정처분내지 형사처벌까지 받게 되는 막중한 처벌규정(건축사법시행령 제29조의2, 건축법 벌칙 제78조의2)으로 건축사들은 동 업무를 허가권자에게 협조하는데 회의와 갈등이 증폭되어 가고 있습니다.
8. 현장조사 · 검사제도의 개선방안
세상의 어떠한 일에도 각자 하여야 할 직무가 있는 것입니다. 건축공사에 있어서도 같은 이치가 따른다고 봅니다. 건축사는 설계를 하고, 시공자는 공사를 하고, 감리자는 감리를 하며 공무원은 조사 · 검사를 하여 건축주가 건축물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이 간단한 논리가 어긋날 때 문제는 발생하게됩니다. 건축물은 부실해지고 부패는 생기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건축물의 현장조사 · 검사업무는 본연의 직무인 허가권자가 직접 수행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때에 담당 공무원은 수시로 변경이 가능토록 하여 건축관계자들과의 유착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부득이 제도 개선이 되기까지 시한이 걸린다면 업무당사자인 허가권자와 건축사들(협회)이 진정으로 부패를 방지하고 좋은 건축물을 만들기 위한 평등하고 합리적인 대책을 만들고 일시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