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민들레가 방긋 웃어 길을 멈추시면
애타게 기리는 그 마음 이해하진 못하셔도
언제까지나 사랑한다 사랑한다 말을 합니다
* <부부싸움>
목소리 큰사람이 이긴다고?
나는 순 경상도 토종 출신이라
음성이 무지 크다.
그래서 웃을때도 크게 웃고 얘기할 때도 크게 하고
싸움할 때도 무지 큰소리로 한다.
싸움- 상대는 늘 일정하다.
남편이외의 사람하고는 생전 싸움 할 일이 없는데
왜 제일 잘 지내야할 남편하고는 사흘이 먼건 고사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싸울까?
진짜 불가사의한 의혹중의 하나다.
싸움하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든가?
근데 내 경우는 전혀 아니다.
목소리는 내가 엄청 크지만 항상 내가 진다.
싸움이 붙었다하면 나는 음성이 올라가는 대신
울 남편은 음성이 착 가라앉고 낮아진다.
우리 부부의 싸움은 우리부부代에서 그치는게
아니고 거슬러 올라가서 그 옛날 죄도 없는
웃대조상代까지 다 들먹인다.
불리할상 싶으면 어김없이 내 18번이....히히.
"옛날 울 할버지때부터 당신 조상들은 싹수가
노랬어. 호시탐탐 비겁하게시리 기회만 노리고 말야.
그때부터 알아봤지. 어휴~"
마치 내가 그 옛날 조상들의 싸움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씩씩거린다.
울 조상은 전주이씨.
고로 태조 이성계이다.
근데 울남편은 정씨다.
울 왕할배 이성계의 대권을 넘보고 정도전의 난을
일으킨 사람이 울남편 조상이다.
그러니 싸움만 했다 하면 역사얘기가 안 나올수가 없지.
성공한 쿠테타는 죄가 없다고 누가 그랬으니
억울하면 지들 조상도 성공하지 누가 실패하랬나.
"그때 우리대권을 넘볼 때부터 알아봤지..."
옛날에 애들 있을때는 내가 형편없이 불리했다.
애들도 정가니까 내가 그럴 때마다 우르르 들고
일어나서 지 애비편을 드는거라...
1:5니까 내가 많이 불리했었다.
근데 지금은 애들이 없으니까 싸움만 했다 하면
그넘의 정도전의난 얘기가 나오는데 울남편이
젤 듣기 싫어하는 역사 레퍼토리다.
(그 조상은 우짜다가 그런난을 일으켜가지고..히히)
항상 사소한것에서 시작하여 싸움을 하면
내 음성이 크지는데 반비례하여 울남편은
얄미울정도로 음성이 착 가라앉는다.
내가 못살아. 미쳐. 환장하겠네...어짜고 저짜고
이런말로 감정을 못이겨 씩씩거리는 나에 비해
울남편은 팔짱 딱 끼고 있다가
"그래? 좋다. 앉아서 내 설명 들어보고
맞나 안맞나 얘길해"
요러면서 메모지랑 볼펜 꺼집어내는데
음성이 크면 하나도 안 무섭겠는데
착 가라앉은 음성이 사실은 더 무섭다.
이때 쯤은 내가 슬슬 꼬리를 내려야할판.
속으로는
'애구 더러버라. 그래 니잘났다. 너그 조상 똑똑다'
싶지만 어쩌겠남.
들어보면 남편말이 맞으니까 존심때문에
고개는 못 끄떡이고 기껏하는말이
'알았다. 내가 져준다"
결국은 내먼저 칼을 뺐다가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집어넣는꼴이다.
논리적으로 설명을 하면서 맞나? 안맞나?
다그치며 답을 재촉하니 얼팡한 나는 항상
맞는거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하고 휘왕하다.
내가 싱겁한 말로 웃기면 실컨 웃어놓고선
내 정신연령이 소아적이라느니 15세에서 성장이
멈췄다느니 그런 소리도 하는데...
이것도 잘 들어면 칭찬이고 못 들어면 무지 욕이지만
따지고 들면 빠져나갈 말을 하기땜시 말해봐야
내 손해고 나의 판정패다.
그래서 아예 좋은뜻이려니 그렇게
맘 편하게 생각하고 산다.
난 골 아픈게 싫다.
그래 뭐든 논리적으로 따지고 드는 울남편 성격이
싫지만 어쩌겠남.
자신도 자신의 성질 못 버리고 나도 내 성질 못버리니
죽을 때까지 이렇게 싸우다가 가는거지.
저녁에도 화가나서 정도전 얘기 꺼집어 냈다가
본전도 못찾고 당하고 말았다.
그러니 목소리 크다고 무조건 이기는건 아닌가 보다.
* <할머니의 신심>
전라남도 영광에서 70평생을 사시는 할머니가
아들 따라 서울로 이사를 했습니다.
물론 전남 영광에서 열심히 성당을 나가시며
연령회 봉사를 하셨던 할머니 였습니다.
할머니는 새로 전입한 본당에서도 연령회에 가입하셨습니다.
연령회 첫모임이 끝나면서 '영광송'을 바치는데
이 할머니의 기도 소리가 이렇게 나는 겁니다.
"서울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모두들 놀라는 표정을 짓자,
.
.
.
.
.
.
.
.
.
.
.
.
"아이구! 내가 영광에서 한평생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 했는디
이제 서울로 이사왔은게
서울로 바꿔서 해야제 안그라요?"
"결혼이란 인생에 있어 가장 아름답고
인간을 향한 끝없는 경건한 투신이지만
그것은 동시에 가장 인내와 희생을 요구하는
장거리 경주이다.
독립성 중심의 남자에게 인정과 신뢰를,
친밀성 중심의 여자에게
관심과 이해를 줄 필요가 있다(송봉모, 관계속의..)."
오늘 날씨가 너무 맑고 아름답네요.
주위에 노오란 키작은 민들레도 만연하고요.
짙은 모란도 여전히 건강하게 잘 피어 있네요
행복한 주말 되세요.
♬ 내생에 봄날은 - C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