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에 군 제대를 하고 하나님께서 나를 어디로 부르실지를 놓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군에서 군종병으로 훈련을 받으며 하나님께서 반드시 그다음 길을 예비해두셨으리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전역을 하고 나니 나를 불러주는 곳도, 갈 수 있는 곳도 없었다.
문득 ‘하나님께서 왜 길을 열어주지 않으실까?’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러던 중 동기의 소개로 어떤 교회를 찾아가게 되었는데 갑자기 그 교회에서 교육부 간사로 사역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하나님의 명확한 응답을 받지 못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제안을 거절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미 잘 알려진 교회였고, 여기보다 더 좋은 환경의 교회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다음달부터 편안한 마음으로 일단 와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교회를 나오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하나님께서 여기로 인도하신다는 확신은 들지 않았지만 내심 이곳으로 가야겠다고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결정을 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인생 처음 식중독에 걸려서 앓아 눕게 되었다. 심한 구토로 더 이상 아무런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하나님께 투정을 부렸다.
“하나님,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요? 왜 이런 거예요?”
움직이기도 힘들어 누워서 하나님의 뜻을 구할 때 깨달아지는 것이 하나 있었다.
내가 주님께 묻지 않고 앞서갔던 것이다. 이것이 주님이 원하시는 길이겠거니 하고 영적 과속을 해버린 것이다. 사역지를 정하는 문제에 있어서 기도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결정을 내린 부분을 생각나게 하셨다.
아무리 교회가 좋아도 하나님이 허락하시지 않는 교회가 있을 수 있다.
즉 주님께서 보내실 교회, 내가 가야 할 곳은 따로 있으니 머뭇거리지 말고 나오라고 하시는 것 같았다. 며칠 뒤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추어탕을 먹고 기력을 회복한 뒤, 서울로 올라가 친구에게 내 사정을 전하였다. 결국 그 교회의 교육부 신학생 간사로 부임하는 일은 없던 일이 되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바로 그다음 사역지를 예비해두셨는가?
또다시 2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역시 사역지를 찾지 못하였다. 정말 마음이 가난해지고 간절해졌다.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기도밖에 없었다.
이제는 주님께서 말씀하지 않으시면 기근이 올지라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결단을 드렸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났을 때 안산 광림교회를 담임하시던 유기성 목사님께서 11월에 성남에 있는 한 교회로 오시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유기성 목사님은 내게는 잊을 수 없는 분이셨다.
군 입대를 하기 전 2000년 고난 주간 기간, 수업을 듣다가 쉬는 시간에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동기가 내게 설교 테이프를 하나 건네주었다. 그 설교 테이프는 용두동감리교회에서 있었던 부흥회 말씀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안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라는 다소 생소한 주제였다. 그 날 저녁 나는 눈물 콧물을 흘려가며 회개 기도를 드리게 되었다. 바로 이것이 유기성 목사님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유기성 목사님이라고 해도 섣불리 움직여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지난번과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었다. 다시 한 달을 기도했다. 말씀으로, 기도로 두 번이나 확증을 받았다.
처음 유기성 목사님을 만나뵙고 인사를 드렸다.
목사님께서 무엇을 잘하느냐고 물으셔서 무엇이든 시켜주시면 열심히 섬기겠다고 했다. 그 당시 나는 영상 편집을 할 줄 알았기 때문에 혹시 멀티미디어 분야에서 섬길 부분이 있으면 섬기겠다고 말씀드리자 일단 내일 주일예배부터 참여해보라고 하셨다. 그렇게 해서 다음 날 첫 예배를 드리게 되었고, 그다음 주부터 ‘멀티미디어 간사’로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다.
방송실 부스에서 매번 예배할 때마다 얼마나 감격해서 울었는지 모른다.
지난 반년 동안, 주님보다 앞서 갔다가 어려움을 당하고 헤맸던 때가 생각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약하고 부족한 나를 건져주시고 이곳까지 인도해주신 주님의 은혜가 너무 감사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내게 단 하나의 화살만 주지 않으셨다.
감사하게도 여러 개의 화살을 예비해주셔서 내가 실수하더라도 나를 버리지 않으셨다. 다시 한번 내게 화살을 쥐어주셨다. “다시 한번 해보렴. 이번에는 너무 조급해하지 마.”
주님은 그렇게 나를 토닥여주셨다.
선한목자교회라는 사역지도 너무 감사했지만, 하나님이 나를 불러주시고 써주신 것만으로 정말 감사했다. 그렇게 메마르지 않는 눈물의 샘이 흘러넘쳤다.
- 섭리하심, 김다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