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단풍철. 사람 비집고 땀 흘리며 산에 오르는 것은 싫다. 신세대 커플은 분위기 좋은 펜션 테라스에 앉아 와인 한잔 마시며 창 너머로 단풍을 음미한다. 펜션 주인들은 “연인들은 웬만해서 울타리 밖을 나서지 않는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경치만 좋아선 곤란하다. 젊은 연인들은 ‘터치받는 것’을 싫어한다. 은밀하고 한적한 펜션일수록 인기가 높다. 강원도 평창은 단풍 좋고 서울에서 멀지 않다. 숙박지도 널렸다. 덕분에(?) 스키장 인근에 위치한 흥정계곡은 펜션 난개발로 골병이 든 상태다.
평창 금당계곡과 금당산은 평창의 단풍 비경을 조용히 간직하고 있다. 백옥포에서 하암리에 이르는 20㎞ 구간은 아직 비포장도로다. 손이 덜 탔다. 이곳 펜션 20여개 중 10여곳은 ‘영 커플’들의 기호에 딱 맞는 곳이다. 금당계곡의 ‘단풍 펜션’을 직접 답사,엄선해 소개한다.
휘슬 스톱(용평면 재산리)=단풍 속 초록 건물이 눈에 확 띈다. 개집도 초록색이다. 휘슬 스톱은 간이역이란 뜻. 주인장이 인도네시아에 거주할 때 자주 다니던 술집 이름이었다. 금당계곡 래프팅 출발지에 자리잡았다. 사계절을 테마로 봄 여름 가을 겨울 방이 마련돼 있다. 방마다 계절을 연상시키는 디자인도 특이하다. 와인바가 마련돼 있으며 생일 결혼기념일 등 특별한 날이면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케이크도 만들어준다. 주인집 다락방을 보여달라고 하자. 봄 방이 가장 예쁘다.(033-334-4700)
알펜하임 (봉평면 유포리)=펜션 앞마당에 금당산 봉우리가 겹겹이 펼쳐졌다. 스위스 하이디 마을을 연상시킨다. 방 4개에는 한스 하이디 클라라 피터란 이름이 붙었다. 그중 하이디 방은 침대 쪽에 조그마한 침실공간이 마련돼 있다. 연인에게 인기가 높다. 금당계곡을 따라 오르다 면온천에서 빠지면 작은 샛길 위에 자리잡았다. 금당계곡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광경과 실개울 소리가 좋다. 지난 9월 문을 열었다.(033-332-0770)
할로우 힐(용평면 재산리)=최민수가 주연한 드라마 ‘태양의 남쪽’의 키스신이 촬영된 곳이다. 할로우 힐은 요정들의 언덕이란 뜻. 집 근처 경치로만 따지면 ‘넘버 1’이다. 창문 열면 금당산 단풍이 그림처럼 펼쳐진다.멀리서 보면 초라해 보이지만 펜션 앞에 다가서면 분위기에 압도된다. 침대에 레이스가 드리워진 2층 공주방이 인기 절정. 입구도 따로 있고 분위기가 몽환적이라 젊은 커플이 선호한다. 방이 8각형으로 생긴 1층 8각방도 귀족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033-333-7006)
원경 펜션(대화면 개수리)=주인 아줌마 마음씨가 비단결이다. 금당계곡 끝자락 대화면 계수리에 자리잡았다. 집앞 물가에선 메기 꺽지 등이 잡힌다. 계곡 위엔 감투바위가 우뚝 서 있다. 마당에 농구장이 마련돼 있고 자전거는 공짜로 빌려준다. 텃밭에서 재배하는 고추 감자 피망 등을 얻을 수 있으며 아침엔 셀러리가 제공된다. (033-332-5225)
FNR(용평면)=25년 동안 스키를 탔던 스키 마니아가 펜션을 열었다. 입구부터 테이블까지 온통 스키장비로 장식돼 있다. 펜션 주변은 전나무숲이 들어서 있으며 전나무숲 너머로 바라다보이는 치마바위 벼락바위 등이 절경이다. 주인장은 이곳 펜션 앞 금당계곡이 가장 빼어난 포인트라며 강력 추천. (033-332-5597)
별이 빛나는 밤에(용평면 재산리)=이곳 펜션은 낮보다 밤이 환상적이다. 주인장은 조명 전문가. 밤이면 형형색색 조명으로 분위기를 돋운다. 방마다 다른 조명이 비치돼 있다. 누워 쉬기에도 딱 좋다. 마당엔 해먹 그네가 들어서 있으며 캠프 파이어도 즐길 수 있다. 자전거를 공짜로 빌려주고 탁구장 농구대 등이 마련돼 있다. (033-333-9339)
허브 빌리지(용평면 백옥포리)=금당계곡 초입 청소년 수련원에 마련된 통나무집이다. 지난해 11월 개장했다. 각 동마다 세모지붕의 2층 다락방이 있다. 가족 단위의 단풍 나들이객에게 적당할 듯. 청소년 수련원 내부에는 허브농장,간이 동물원,인공암벽 등이 들어서 있다. 다양한 테마형 문화체험 프로그램에도 참가할 수 있다. (033-333-8661)
이밖에도 금당계곡엔 다양한 펜션이 자리잡았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선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고 버들개 너머는 계곡 옆 벼락바위 밑에 위치해 경치가 빼어나다. 산내들 펜션에선 밭에서 나는 고구마 옥수수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