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시월달밤과 해인술집
맹천 / 승만석
처용이 놀던 밝은 시월달밤은
이르러 불의 현란에도 까닥 않는 튼실한 청형(靑熒)이야
가만가만 청형을 밟으며
성당 예수께서 두 팔을 벌리고 내려다보는
불빛 어룽거리는 해인술집 앞을 지나가는데 밝은 시월달밤을 뚫는
홍도오야 울지 마라아 오빠가아 있다아~~
저 능청스런 소리와
눈익은 젓가락 장단에
우두커니 멈추었지
밝은 시월달밤이었지
성질머리 지랄 같은 친구와
싸아랑을 팔고 싸아는 코파라암 쏘오게~~
쭈그러진 주전자가 놓인 나무탁자를 치며 장단을 맞추다가 형이상학이니 형이하학이니 주절주절 대다가 욕질을 하다가 술집에는 오늘이 처음이라면서도 비비 꼬는 이름이 선이라는 얼굴이 밝은 시월달밤 같은 계집과 히히덕거리다가 정이 들다가 감 꼭지 떨어지듯 떨어지다가…
긴 그림자를 끌며 방황하던 날들을 기어코 낭만이라고 치기 부리든 젊은 날 한 토막의 환영이
두 손 모은 마리아가 바라 보이는
해인술집 앞
밝은 시월달밤
깔깔대던 선이의 교성으로 떨어지다
삼십 년 만에
*청형(靑熒) : 옥의 광택이 푸르게 빛남. 또는 그런 빛
첫댓글 깨어 지내면 세상의 도처가 도량 아닌 곳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