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여행 인터넷 언론 ・ 1분 전
URL 복사 통계
본문 기타 기능
문화 칼럼니스트 김승국
인류가 언제, 어떻게 처음 예술을 시작했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다. 하지만 고고학적 증거들을 보면 인류가 이 세상에 등장한 이래 끊임없이 무언가를 표현하고 창조하려는 본능을 지녔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러한 것들은 인간의 예술이 단순히 취미나 장식이 아니라, 인류의 존재 방식 자체에 깊이 뿌리내린 근원적인 특성이라는 걸 보여준다. 우리는 주변 세상을 이해하고, 감정을 공유하며,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하는 강력한 욕구를 통해 '예술적 동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 왔다.
초기 예술, 상징과 표현으로 시작하다
인류의 예술적 본능은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증거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남아프리카 블롬보스 동굴(Blombos Cave)에서 발견된 약 7만 3천 년 전의 붉은 황토 조각에 새겨진 기하학적 문양은 인류가 단순히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추상적인 사고와 상징을 창조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다.
남아프리카 블롬보스 동굴에서 발견한 돌연장. 엄지손톱 2개 정도의 크기인 이 작은 돌도구 표면에 의미있는 것으로 보이는 문양이 표기돼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인류 최초의 기호로 평가받고 있다.
그것은 특정 의미를 담거나, 혹은 미적인 만족을 위한 최초의 시각적 표현이었을 것이다. 또, 네안데르탈인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동굴 벽의 표식이나 조개껍데기 장식 등은 현대 인류뿐 아니라 고대 인류에게도 예술적 충동이 존재했음을 암시한다.
6만4000년 전 그림으로 밝혀진 스페인 동굴의 그림. 달 월(月) 모양의 도형과 동물 형상, 기하학적 무늬가 보인다. 염료를 이용한 최초의 네안데르탈인 벽화다.
네안데르탈인 장식용 조개껍데기
서사와 삶을 담아내는 조형 예술로 발전하다
이와 함께, 약 4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독일의 홀레 펠스(Hohle Fels) 비너스(여성상)나 사자 인간 조각상 같은 소형 조각상들은 인류가 3차원적인 형태로 대상을 재현하거나 상상 속의 존재를 구현하려 했음을 보여준다. 이런 조각들은 단순한 모방을 넘어, 상징적 의미를 담거나 주술적인 목적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건 곧 인류가 물질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였음을 말해준다.
사자 인간 조각상사자 인간 조각상
추상적인 표식과 조형 예술이 태동한 이후, 인류의 예술은 더욱 풍부하고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Lascaux Caves)이나 쇼베 동굴(Chauvet Cave), 인도네시아 술라웨시(Sulawesi) 섬 동굴에서 발견되는 벽화들은 인류가 주변 환경, 특히 동물의 모습을 얼마나 면밀하게 관찰하고 이를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독일의 홀레 펠스 비너스(여성상)
이 그림들은 단순한 이미지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사냥 의식, 교육, 혹은 신화적 서사를 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벽화는 인류가 시각적인 이야기를 통해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집단적 기억을 형성했음을 드러내는 중요한 증거다.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 벽화
고고학적 증거로 직접 남기 어려운 노래와 춤은 인류의 사회적 상호작용과 감정 표현에 필수적인 요소였을 것이다. 언어의 발달과 함께 자연스럽게 나타났을 이 감각 예술들은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고, 기쁨, 슬픔, 두려움 같은 복잡한 감정을 표출하며, 의례와 축제를 통해 집단적 정체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리듬과 움직임을 통한 표현은 인류가 신체와 소리를 통해 내면세계를 외부로 드러내려는 본능적인 욕구를 가졌음을 보여준다.
노래와 춤, 악기의 탄생으로 리듬과 멜로디가 확장되다
노래와 춤이 리듬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리듬을 강화하고 표현하기 위한 타악기의 사용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손뼉을 치거나 발을 구르고, 나뭇가지나 돌을 두드리는 행위는 특별한 도구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매우 초기부터 행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건 리듬을 통해 질서를 부여하고, 감정을 고조시키려는 인류의 본능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기악 연주는 악기의 발달과 함께 인류의 예술적 표현 영역을 확장했다.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뼈 피리 등은 약 4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건 그림이나 조각과 거의 동시대 또는 그보다 약간 늦게 나타났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독일에서 발견된 3만5천여 년 전 뼈로 만든 피리
이런 악기들은 인류가 단순히 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 음정과 멜로디를 통해 더욱 복잡하고 정교한 감정과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음을 보여준다. 음악은 추상적인 소리의 조합을 통해 감동을 주고,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인류는 예술을 통해 인간다움을 완성해 나가는 예술적 동물이다
결론적으로, 인류의 예술적 행위는 특정 한 가지 형태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표식과 문양, 조형 예술, 그림, 노래, 춤, 기악 연주 등 다양한 형태가 복합적으로 발달해 온 과정이다. 이런 예술적 표현들은 단순히 미적인 만족을 넘어, 인류의 인지 능력 발달, 상징적 사고의 시작, 사회적 상호작용,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인류는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욕구를 넘어,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감정을 표현하며, 이야기를 전달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려는 내재한 욕구를 지녔다. 이런 욕구는 시대를 초월하여 다양한 예술 형태로 발현되었고,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따라서 인류는 단순히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가 아니라, 예술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을 이해하며, 궁극적으로 인간다움을 완성해 나가는 '예술적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 칼럼니스트 김승국
관련기사
태그#오피니언#문화칼럼니스트김승국#김승국의단상노트#인류#예술적동물#고고학적증거#본능#초기예술#상징과표현#원시적인형태#붉은황토조각#동굴벽의표식#조개껍데기장식#예술적충동#조형에술#사자인간조각상#프랑스라스코동굴#쇼베동굴#신화적서사#벽화#기악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