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 미군들의 증언으로 촉발된 ‘캠프 캐럴 고엽제 매립 및 인근지역 환경오염’ 사건이 이후 공개된 보고서를 통해 그 실상이 드러나면서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공개된 보고서들은 1992년 극동공병단이 미국의 우드웨이-클라이드 컨설턴츠에 의뢰하여 작성한 보고서, 2004년에 미 육군공병대가 삼성물산에 의뢰한 조사 보고서, 2009년 미군에서 자체로 조사한 보고서 등이다.
일부가 공개되었지만, 이를 통해 미군 쪽이 오랫동안 심각한 지하수 오염 실태를 알고도 지역 주민과 한국 정부에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은폐해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공개된 이들 보고서는 오염의 원인과 실태에 대해 세밀하게 진단하고 있는데, 공통적으로 캠프 캐럴의 토양과 지하수가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04년 보고서를 보면 2급 발암물질인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이 마시는 물 기준치의 1000배 이상 검출되었으며, 간암·피부암·폐암·방광암·백혈병·신장암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 비소는 기준치의 2400배, 아이들의 뇌 발달을 저해하는 수은은 800배를 초과하였고, 농약인 린단은 기준치의 4000배를 초과하였다.
린단 또한 미국 국립독성프로그램(NTP)에서 정한 발암의심물질이다. 이미 1992년 조사에서도 지하수 관정 18곳 중 15곳, 급수 관정 10곳 중 8곳에서 테트라클로로에틸렌과 트리클로로에틸렌(TCE)이라는 발암물질들이 검출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는 곧 고엽제 매립 여부를 떠나 각종 독성물질의 저장과 유출, 매립 등으로 인해 캠프 캐럴의 오염 수준은 오래전부터 심각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추가 공개된, 미군이 진행한 2009년 조사에서도 테트라클로로에틸렌이 마시는 물 기준치의 650배인 6.5㎎/ℓ, 트리클로로에틸렌도 180배 이상 검출되었다.
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유기염소계의 맹독성 살충제 디디티(DDT)가 조사 대상 토양과 지하수에서 미군 토양 기준 및 마시는 물 기준을 각각 초과해 최고 210배 검출되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들 보고서는 오염된 지하수를 마시지 않기 때문에 건강상의 위험은 없다고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기지 오염으로 인한 건강상의 위험에 대해 미군은 자신들의 안전만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 1992년에 지하수의 심각한 오염을 알고 있었던 주한미군은 오래전부터 안전한 식수를 별도로 확보해왔던 것이다.
문제는 30년이 지난 오늘까지 미군은 단 한 차례도 지역 주민들에게 지하수를 마시지 말라는 경고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1992년 보고서가 말해주듯이 캠프 캐럴은 북동쪽과 남쪽으로 농경지와 접해 있고, 기지의 남서쪽 가까운 곳에 낙동강이 있다.
이는 캠프 캐럴의 오염지역을 통과한 지하수가 마을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지의 오염지역인 41구역으로부터 불과 2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300여명이 살고 있는 아파트가 있는데, 그 주민들은 20년간 지하수를 마셔왔다.
또다른 오염지역인 D구역에서 500m 떨어진 지하수에서는 농약인 린단 성분이 검출되었다.
최근 한-미 공동조사단 조사에서도 기지 밖 지하수에서 기준치의 2배를 초과하는 발암물질 테트라클로로에틸렌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러한 정황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해온 주민들의 건강상의 피해를 결코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한미군 쪽은 환경사고를 즉각 보고하고 기지 안 정기적인 조사와 더불어 환경정보 공개, 오염자 부담 원칙을 지켜야 한다.
주한미군의 정기적인 기지 안 환경조사 자료를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상시적으로 공유하도록 해서 미군의 건강만이 아니라 기지 밖 주민들의 건강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토양과 지하수 오염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검출된 오염물질에는 암을 일으킬 수 있는 1·2급 발암물질과 신경독성물질이 포함되어 있으며, 인근 지역의 지하수에서도 이들 물질이 검출된 만큼, 지역 주민들이 이들 유독성 물질에 피해를 보았을 가능성도 있다.
고엽제가 매립되었고 공개된 보고서를 통해 다이옥신 검출이 확인된 만큼, 여러 유해물질의 노출 조사와 더불어 인근 지역 주민들의 건강 피해에 대한 역학조사가 반드시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둔다면, 유독물에 시민들의 건강이 위협받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가 반드시 취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