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 오선
Samuel Barber's Adagio for Strings, Op.11
다락도 음악을 위한 공간이므로 오선(五線)이 필요할 것 같다 생각하다가 다락의 오선(五善)을 찾았습니다. 영어로는 Best Five라고나 할까요? 다른 회원님들의 공감을 많이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여기 글로 정리해 봅니다.
다락에는 다섯 가지 세계 최고(茶樂五善)가 있습니다.
(1) Best Audio (오디오)
매킨토시 XRT26. 지금은 단종 되었기에 더욱 귀한 스피커입니다. 일본의 저명한 오디오 평론가 스가노씨가 사용해서 더욱 유명해진 XRT20보다 두어 단계 더 진화한 스피커입니다. 마치 오벨리스크를 보는 듯 톨 보이(tall boy) 형으로 높이 솟은 나무통에 23개씩 양쪽 46개를 박아놓은 트위터(twitter)에서 만들어지는 바삭바삭한 고음과, 좌우 분리형 우퍼에서 들리는 천둥 소리처럼 으르렁거리는 저음은, 한 번 들으면 다른 스피커들은 다시는 거들떠 보기도 싫을 만큼 치명적인 매력을 지녔습니다. 재즈에 특화되었다는 설도 있으나 풍부한 음역 때문에 클래식 감상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스피커라는 점에 모두가 공감하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보안상 리시버나 앰프에 대해서는 더는(Denon) 언급을 자제하겠지만 다락이 클래식 감상에는 최상의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 대해, 그리고 그것 한가지 만으로도 다락에 오실 이유는 충분하다는데 공감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2) Best Contents (음반)
음악감상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음원(音源)이 아니겠습니까?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짐작하여 1,200장 정도를 상회하는 DVD, BD ROM 등은 다락의 아낌없는 투자로 더 없이 풍성한 콘텐츠를 이루고 있습니다. 저질 MP3 음원을 듣고도 만족하실 수 있으셨다면 다락에는 아예 오시지 않는 것이 더 좋으셨을 것 같습니다. 다락에서 한 번 음악감상을 하신 분은 소음 없는 공간에서라면 MP3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교감상을 위해 똑같은 곡이지만 다수의 음반 또는 영상을 아낌없이 구입하여 그 중에 가장 좋은 내용을 보고 듣게 해 주는 다락의 영상음악 감상은 바로 이러한 풍부한 콘텐츠 때문에 가능한 일이며, 따라서 그 콘텐츠의 질 또한 가히 세계최고라고 공언해 봅니다.
(3) Best Docent (안내자)
클래시코그래퍼(classicographer)라는 신조어(新造語)를 만들어 붙여도 어색하기만 할 뿐 클래식 해설가라는 의미 자체가 제가 말씀 드리고자 하는 것을 적확히 표현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는 도슨트(docent)라는 적절한 용어가 있는데, 원래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는 것을 고려해 본다면, 안내자라는 의미의 도슨트가 다락의 김대표님께도 잘 어울리는 호칭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제 주장은 지금 전 세계에서 김대표님처럼 뛰어난 클래식 음악 도슨트는 없다는 것입니다. 다락 벽화 중 하나인 힐러리 한(Hilary Hann)의 그림은 장영주와 더불어 차세대 율리아 피셔(Julia Fisher)로 촉망 받는 바이올리니스트의 그것입니다. 그녀의 초상화가 다락의 벽화로 올려져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김대표님의 비전(vision)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성공을 예측하셨던 것이죠. 구스타보 두다멜의 소싯적 이야기는 인터넷 뒤져도 잘 찾기 어렵습니다. 그런 얘기 단도직입적으로 시작해서 지휘자로서 두다멜의 성공비화를 말씀해 주실 분이 과연 전 세계에 몇 분이나 계실까요? 연주자들이 해설을 잘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분들은 연주할 곡을 연습하느라 김대표님처럼 수 만 곡을 수 천 번 들어볼 시간여유가 거의 없습니다. 지휘자나 음악감독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유명한 분일수록 직접 지휘했던 곡이 아니면 감상의 기회는 줄어들 것입니다. 음악 전공자도 마찬가지 이겠습니다. 전세계의 대학에 아직은 음악감상학과가 없는 것을 보면 아마도 김대표님은 세계 최고의 클래식 도슨트가 아니실까요? 그 분처럼 수 많은 클래식을 수 천 번 들으신 분을 저로서는 따로 알지 못하겠습니다. 해외까지 원정하며 마리스 얀손스 같은 유명 지휘자나 예핌 브론프만(Yefim Bronfman) 같은 소중한 연주자의 공연을 직접 감상하시는 열정을 가진 분을 저로서는 더 이상 손꼽을 수 없습니다.
(4) Best Environment(환경)
그냥 아무 나무판자면 안될까요? 편백 냄새 좋으시죠?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 울림 없이 잘 들리시죠? 앞자리에 앉으면 진동 때문에 살이 막 떨립니다. 그래도 소리는 비틀림이 없는 걸 보면 분명 좋은 환경입니다. 가끔 뒷자리에 앉아 보기도 했는데 소리의 전달이 충분한 것을 보면 다락은 아마도 설계부터 음향공학자의 조언을 듣고 잘 지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다락 회원님들 가운데 사용빈도가 가장 높은 단어를 조사해 보면 그 중 하나는 '치유'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녹음된 소리 중에서는 최선의 소리를 자주 듣다 보면 치유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듯 싶습니다. 치유도 그렇지만 예방차원도 생각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음악을 듣는 일은 감정을 다스리는 훈련과정으로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음표를 화살에 비유하여 드린 적도 있습니다만, 비 오듯 쏟아지는 음표의 화살 공격을 받다 보면 자연히 우리 마음의 껍질은 호도처럼 단단해지고 따라서 안전한 마음의 속살은 과육처럼 풍성해 질 것입니다. 다락과 같은 봄날의 햇빛이 주어진다면 더욱 더 달콤하게 무르익을 수 있겠지요. 다락에 의사 선생님들이 많이 계신 것도 우연이 아닐 듯 합니다. 의사 선생님들이 아프면 누가 고칩니까? ㅋㅋ 온갖 세균이 득실대는 곳에서도 감기 한 번 잘 걸리지 않는 것이 의사 선생님들이십니다. 손을 잘 씻으시는 것 때문에 예방이 된답니다. 물론 다락에서는 마음을 잘 닦으시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5) Best Members(회원)
벌써 햇수로는 5년이네요. 저 같은 다락 복학생은 부럽기만 하지만 5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계속 등록하신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지금은 고문을 하고 계신(?) 분들도 계시고요. 그렇지만 제가 동키호테처럼 천방지축 까불고 다녀도 "낭추"라는 표현으로 오히려 격려의 말씀을 건네기만 하시는 좋은 분들이 많으십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아주 영악한 분들 같기도 합니다. 제가 경제에는 깡통이긴 하지만 다락의 현금 흐름(Cash Flow) 정도는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등록금(?) 받아서 차 값으로 다 나가지 않나요? 직원들 급여, 전기세 등 유지관리비, 감가상각비 등등 생각해 보면 5년 동안 다락은 편백나무 벽처럼 바짝 마르고 말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다락에서의 티 타임이야말로 우수회원님들을 모시고 다시 과거의 세월로 달리는 타임머신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음악이 바로 소통이요 사랑이기 때문이겠지요. 괴롭던 순간도 과거가 되면 느긋하게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행복한 분들 속에서 행복에 전염되는 기분이 드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회춘한 듯, 젊어진 듯, 고독을 잊은 듯.... 결국 음악을 듣는 일이 사람을 보는 일이듯.... 데이빗 포스터를 닮은 김대표님을 보고, 브람스를 닮은 김불암님을 보고, 버지니아 울프를 보고, 닥터 지바고를 보고, 지석영을 보고, 판관 포청천을 보고, 천경자를 보고, 협객 김두한을 보고, 검정 드레스의 율리아를 보고, 그레이스 켈리를 보고, 젊은 베르테르를 보고, 방정환을 보고, 노무현을 보고.... 언젠가는 나비가 된 나를 보기도 합니다.
첫댓글 비와 아다지오
가을이 다가옵니다.
너무 부지런하신 임건우선생님!
Twitter의 뜻은 참 여러가지네요.
새의 지저귐, 네트워크 서비스.클레의 그림 제목 등등등
오늘 아침엔 다락 참새가 된 것 같습니다! 재치 넘치는 원장님!
임선생님 '5선'을 앞으로 '다락' 소개글로 지정해야할듯요. 어제두 들었지만 역시 멋진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다락의 베르테르님! 답글 자주 주시면 경품 있습니다! 방학 전에 생긴 건데 모르셨죠? 김불암님께서 체크하고 계실 것입니다.
김불암 입니다.
근데 발음을 잘 해야지 안그럼 이상하게 들리겠네요.ㅎㅎ
다락오선!...
다락의 최선을 정확하게 정리 하셨네요.
임교수님 때문에 카페가 조금씩 살아납니다.
다락의 육선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궁금하네요.
버지니아 울프.
닥터 지바고
판관 포청천
협객 김두한
그네이스 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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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인지 생각해 보는것 재밌기도 하고요...
ㅎㅎ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락 카페를 육선에 넣을 수도 있겠네요! 카페 역시 김불암님 때문에 빛나고 있는 듯 합니다. 오늘 저녁도 명MC(Master of Ceremony)의 등장 기대합니다! 연일 수고가 많으시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