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표지판
딸기가 돌린 카드를 받은 강달구는 당황했다.
스파이더 게임은 그림 무시한 숫자치기인데, 모두 4이하의 숫자만 받아 들었던 것이다.
선택카드에서 9이상의 숫자를 두 번 받아도 평균 5포인트 이상은 불가능했던 것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뻔했다.
다행이 딸기가 현금치기에서 빼주었으니 다행이었다.
딸기에게 눈을 꼼지락거려 보였다.
딸기도 반응했다.
“어머, 오빤 패가 잘 들었나 봐!”
딸기의 물음에 강달구는 내숭을 떨었다.
딸기가 카드를 뽑거나 버릴 때마다 달라지는 스커트 속 환경에 신경 쓰느라 입안이 빠짝 타 들어간 강달구는 연신 마른 침을 삼켰다.
가능한 머리를 쭉 뻗어 바닥의 카드를 집었다.
그러나 1cm 각도가 안 맞아 딸기의 스커트 안은 들여다 볼 수 없었다.
크로버3이 나왔다.
강달구가 끙 앓았다.
도희가 비명을 질렀다.
“뭐야? 오빤 또 텐 뽑았구나!”
강달구는 계속 내숭만 떨었다.
허지만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하고 리허설까지 마친 세 여자를 이길 수 있는 확률은 강달구에게 거의 없었다.
첫판부터 깨지기 시작한 강달구는 세 판 빼고 연속 깨졌다.
이마가 벌겋게 부어올랐다.
벌컥벌컥 마신 술 탓에 통증은 느끼지도 못했다.
세 여자는 한잔씩 들었는데 강달구는 이미 마신 회수계산은 불가능했다.
그래도 강달구는 편안했다.
부어오른 이마는 갈아 앉으면 그만이고, 취해가는 술은 깨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듯 오기도 발동했다.
2인용텐트에 4명이 들어 앉아 별도의 히터 없어도 상의를 벗어야 할 만큼 열도 났다.
안도영이 강달구의 이마를 스마트 폰으로 비추고 말했다.
“어머, 오빠 이마 봐! 어쩜 좋아?”
강달구는 손을 내저었고, 세 여자는 빙그레 웃었다.
세 여자는 오늘밤은 반드시 성공하다고 믿었다.
강달구가 재촉했다.
“어서 패 돌려요.”
그물을 피해가는 물고기가 몇 마리나 될까? 강달구도 물고기신세였다.
강달구가 도희 앞에 또 이마를 내밀었다.
딸기가 말했다.
“나하고는 5포인트 차이죠? 오빠?”
꿀밤한대 맥주 두 잔을 받기 위해 한 손을 바닥에 짚고, 딸기 앞에 머리를 쭉 벋었다.
딸기의 분홍빛 시스루팬티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오빠, 미안해서 어쩌죠?”
강달구가 흥분한 소리로 대답했다.
“괜찮아요. 난 너무 좋아요.”
세 여자가 눈을 맞추며 얄밉게 웃었다.
강달구는 이마에서 터지는 번갯불에 온 몸이 오그라들었다.
눈물이 나도록 아팠지만 딸기의 분홍빛팬티 덕분에 고통을 참았다.
안도영이 계산했다.
“오빤 나하고 석 점 차이죠?”
이마의 고통 때문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꺼덕였다.
“한번 봐 드려요?”
강달구가 자존심을 걸었다.
“이 정도는 기별도 안 옵니다.”
세 여자가 까르르 웃었다.
“역시 오빠는 남자야!”
“딱!”
안도영의 손톱이 스프링처럼 튀었다.
강달구의 이마에 핏방울이 맺혔다.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눈을 깜빡거렸지만, 그 보다 참기 힘든 것이 강달구에게 있었다.
만수위에 이른 방광의 팽창 감이었다.
강달구의 표정변화를 세심하게 지켜보던 도희가 각본대로 강달구의 자존심까지 긁었다.
“오빤 오줌통 크죠?”
“네에?”
딸기가 손을 가리고 말했다.
“어머 진짜! 남자는 오줌통 커야 배짱도 좋다던데.”
강달구가 말했다.
“좀 큰 편이죠.”
세 여자가 눈길을 마주치고 강달구를 칭찬했다.
“보통 남자들은 술 마시다 오줌 싸러 들락날락 하잖아요. 그런데 오빤 지긋해서 너무 좋아요.”
강달구가 터지는 아랫배의 힘을 빼고 대답했다.
“저는 술자리 한번 앉으면 화장실 안갑니다.”
세 여자가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안도영이 말했다.
“그런데요. 오빠. 우리 때문에 일부러 참을 필욘 없어요. 오줌 참으면 명 짧아진다던데.”
강달구가 말했다.
“술 마시다 자꾸 일어서는 놈들은 문제가 있는 놈들입니다.”
황당한 표정으로 딸기가 말했다.
“그럼 오빠 이번 판에는 꿀밤대신 술잔 돌려도 되겠네요?”
강달구는 차라리 그 편이 낫겠다 싶었다.
카드게임은 계속됐다.
안도영이 가슴을 쳐올리며 하트 한 장을 버렸다.
“에이, 뭐야?”
카드를 집어 든 도희도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어머! 이런?”
강달구는 두 여자의 반응을 보고 이번 판은 자신했다.
허지만 결과는 개패였다.
꿀밤대신 맥주를 들이키던 강달구가 술잔을 내려놓았다.
“왜 그러세요?”
강달구가 머뭇거렸다.
도희가 천사처럼 말했다.
“오빠. 소변은 참으면 안 된대요. 얼릉 갔다 오세요.”
강달구가 능청을 떨었다.
“아직 참을 만 한데.”
딸기도 강달구를 부추겼다.
“오빤 다른 남자들보다 세배나 참았잖아요? 어서요”
더 이상 버티면 배꼽부터 터질 것 같은 강달구가 못이기는 체 말했다.
“아직 괜찮은데, 그럼 잠간 실례할까요?”
강달구가 일어섰다.
왼쪽으로 가려는 강달구에게 안도영이 말했다.
“오빠! 그쪽은 CCTV있어요. 저쪽으로 가세요. 어머, 저기 캠핑카 있네?”
강달구가 캠핑카 쪽으로 걸어가자 세 여자들은 바빠졌다.
도희가 리모컨을 꺼내들었다.
리모컨으로 캠핑카 안의 다이저의 야간모드를 작동시켰다.
“저 새끼, 우리캠핑카를 지나가지는 않겠지?”
“지나가면 가로등이잖아. 설마 환한데서 갈기겠어?”
세 여자들은 숨을 죽이고 강달구를 지켜봤다.
강달구는 오리걸음으로 캠핑카 후방 3m에서 멈춰 섰다.
“어머! 섰다. 싸려는 모양이지?”
“빨리 방향 잡아!”
숨 막히는 긴장감이 세 여자들을 짓눌렀다.
강달구는 캠핑카 후방 3m에서 지퍼를 내리려다 걸음을 멈췄다.
수변 로에 쓰러진 공사안내판 때문이었다.
공사 중, 감전위험지역.
정신이 번쩍 든 강달구는 캠핑카를 지나쳐 환한 곳에서 개천을 향해 물을 뿜었다.
세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어머! 어머! 쟤, 왜 저래?”
“저 개새끼 정신 나갔나봐!”
“어머, 오빠! 거기 아녜요! 아이 모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