홉스하면 생각나는 말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다. 홉스는 사회계약이 체결되기 이전의 자 연상태에서 인간들이 언제 누구에게서라도 죽임을 당할 수 있는 처지에 놓여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Homo homini lupus" 라는 라틴어 표현, 즉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중단하라
홉스가 살던 시기 영국에서는 강력한 왕이 필요하다고 하는 왕당파와 의회 중심으로 시민 계급이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의회파 사이에 정치적 갈등이 심했다. 왕당파 정치인으로 지목된 홉스는 왕당파와 의회파 사이의 내전인 청교도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에 프랑스로 망명하였다. 이후 영국에서 청교도 혁명이 일어나자 홉스는 "리바이어던"을 썼는데, 이 책은 의회파를 이끈 크롬웰에게 아부하려고 쓴 책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크롬웰은 청교도 혁명을 통해 개신교도인 청교도들을 이끌고 왕당파를 몰아내고 당시 왕이었던 찰스1세를 처형하여 공화정을 수립하였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의회를 해산하고 호국경이라는 지위에 올라 청교도 교리에 입각한 엄격한 금욕주의를 강제하는 독재정치를 실시하였다.
리바이어던은 구약성서 욥기 41장에 나오는 대항 할 자를 찾을 수 없는 무적의 바다 괴물이다. 홉스 는 인간이 만든 거대한 창조물인 국가를 인간의 힘 을 뛰어 넘는 매우 강한 동물인 리바이어던에 비유했다.
홉스가 생각한 바람직한 국가는 리바이어던의 비유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 어떤 피치자들로부터도 저항을 받지 않는 절대 권력을 가져야 한다. 홉스가 "리바이어던"에서 주장하는 그의 정치 사상의 핵심은 어떠한 형태의 정부이던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충분한 힘만 있다면 그 정부를 인정하고 그 정부에 저항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왕당파로 여겨졌던 그가 왕정을 폐지한 독재자의 앞길을 축하한다 해도 도덕적인 거리낌을 느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홉스의 자연관
홉스의 철학은 자연관, 인간관, 국가관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자연에 대한 그의 견해는 기계론적이며, 모든 것을 물체와 그 운동으로 설명한다. 인간도 이 원칙에 따라 '동물기계' 또는 '자동기계'로 볼 수 있고, 인간의 심리도 신체와 별다를 것 없이 물질적 자극과 반응으로 설명한다. 외부의 물체와의 상호작용은 감각과 지각을 통해 전달되며, 이 과정에서 인간의 생체 활동 상태가 증가하면 인간은 어떤 것을 '욕구'하거나 '사랑'하는 경향을 갖는다. 홉스는 이러한 상태를 '선'으로 분 류한다. 반면 위 과정에서 인간의 생체 활동 상태 가 감소하면 인간은 '혐오'나 '미움'을 느낀다. 이 상태를 홉스는 '악'으로 분류한다. 쾌(快)란 선의 느낌이고 불쾌(不快)란 악의 느낌이다. 이처럼 정 신은 육체의 부산물일 뿐이니 오로지 중요한 것은 육체이다. 그 육체의 생존이 인간의 가장 큰 관심 사이다.
홉스의 인간관
투쟁은 평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서 일어난다. 홉스는 아직 국가를 만들기 이전의 자연상태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생존에 필수적인 희소한 자원 을 두고 다른 자들과 경쟁할 때 능력의 불평등이 확연해서 이길자와 질자, 살자와 죽을자가 미리 정해져있다면 약자에게 있어 투쟁은 에너지 낭비일 뿐이며 1초라더 더 빨리 죽는 방법에 지나지 않 는다. 능력이 평등하기 때문에 극한 경쟁의 상황 에서 "내가 저자를 죽일 방법이 있다"는 생각이 드 는 것이고 그럴 때 투쟁은 시작된다. 인간이 서로 신체와 정신적 능력에서 평등하기 때문에 똑같이 모두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일 수가 있다.
p93 자연은 인간을 육체적·정신적으로 평등하게 창조 했다. ...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인간 들 사이의 차이점은 그다지 크지 않다. 왜냐하면 신체의 강인함이란 면에서 볼 때, 가장 약한 사람 이라 할지라도 음모를 꾸미거나 자신과 같은 처지 에 놓여 있는 다른 사람들과 연대하면 가장 강력 한 힘을 지닌 자를 죽이기에 충분한 힘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만인간의 투쟁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 간은 이성을 작동시켜,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 의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계약'이나 '신약'을 체결한다. 서로간의 이 약속은 '네가 원 하지 않는 것을 타인에게도 하지 말라'는 원칙에 근거한다. 네가 죽임을 당하기 싫으면 남도 죽이 지 말라는 것이고 네 것을 빼앗기는 것이 싫다면 남의 것도 빼앗지 말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람 들은 각자가 만인에 대해 투쟁하는 자연상태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국가' 안에서 생존을 바라볼 수 있다.
p93 또 내가 보기에 정신적 능력의 경우 육체의 힘보다 더 평등하다. 분별력이란 것은 경험과 다를 바 없고, 경험은 (모두 다 똑같이 집중한다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부여되기 때문이다.
국가의 발생과 정의
그런데 그러한 계약이나 신약을 통해 얻고자 하는 정의, 평등, 온화, 자비심 같은 것들은 편파성, 자 만심, 복수심 등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기적 속성 과 충돌한다. 그 충돌에서 계약과 신약이 인간의 이기적 속성을 통제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홉스가 꺼내 든 것이 어떤 힘에 대한 공포이다.
계약과 신약을 '항상적으로 유지해서 모두의 생 존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편파성, 자만 심, 복수심에 따라 행동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그들 을 두려움으로 몰 수 있는 공통의 권력이 필요하 다. 사람들은 자유로운 계약에 따라 국가를 만들 어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권리를 모두 국가에 양 도한다. 그러면 그 어떤 개인도 국가에 저항할 힘 을 갖지 못한다. 홉스는 국가를 '인간 상호 간의 계 약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인간들의 평화를 위해 서 인간들의 힘과 수단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인격'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인격을 획득한 자가 주권자이며 그 밖의 모든 사람은 신민 이 된다.
주권자의 명령에 따라 법이 만들어지고 이 법의 준 수 여부에 따라 정(正)과 사(邪)가 비로소 구별된 다. 법을 지키는 것이 올바른 것이고 법을 어기는 것이 사악한 것이 된다. 주권자는 법을 위반한 사 악한 자를 처벌할 수 있다. 주권자가 아무런 제한 이 없는 절대적인 권력을 가져야만 법을 위반한 자 모두에게 공포를 줄 수 있으며 그제야 비로소 사람들은 만인이 만인에 대해 투쟁하는 자연상태 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국민들은 무제한의 절대 권력자에게 저항할 수 없고 절대적으로 복종 해야 한다.
p123 *** 공공의 권력을 수립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권력과 힘을 한 사람 또는 하나의 합의체에 양도 하는 것이다. ... 국가에 사는 모든 사람이 이와 같은 권한을 부여 하였기에 리바이어던은 자신에게 주어진 엄청난 권력과 힘을 활용할 수 있고, 그 막강한 권력과 힘 에 따른 공포를 활용해 국가의 의지를 만들어 낸 다.
몇 가지 질문을 드립니다. 홉스가 어떤 주장을 했 는지 기억을 떠올리며 다음의 질문에 답을 해봅시 다.
1. 홉스는 국가 구성원의 생존을 가장 중요한 핵 심 가치로 여겼다. 이를 지킬 수 있도록 통치자에 게 무제한의 절대적 권력을 부여해야 함을 주장했 다. 오늘날 국민의 생존과 관련하여 홉스는 다음 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국가 권력은 국민의 생명을 잘 지키고 있는가? 국가 권력 행사가 합법적 절차에 따라 행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을 때 국가 권력이 져야 할 책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2. 홉스는 편파성, 자만심, 복수심을 인간의 이기적 본성으로 간주하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힘에 의한 공포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국가에게 무제한의 권력을 부여했다. 그렇다면 홉스는 통치자의 이기적 본성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국가 권력을 행사하는 권력자는 스스로 편파성, 자만심, 복수심을 극복하였는가? 국가 권력자가 이러한 이기적 본성에 사로잡혀 있을 때 그가 공포를 느끼도록 만들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무엇이 그 수단이 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생각해볼 질문은 다음과 같다.
홉스는 희소한 자원을 두고 경쟁관계에 있는 자연 상태의 인간들이 서로에 대해 모두 늑대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오늘날 경쟁을 바탕으로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해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신자유주의적 자유주의 시장경제체제에 대해 홉스가 할 수 있는 질문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나가며 홉스에 따르면 투쟁의 전제는 평등이다. 그의 말 이 옳다면 평등의 근거 중 하나는 투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