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요
제가 전주에 살 때
우리집 2층을 비어놓았다가 세를 놓았는데
고등학교 미술선생님이 오셨습니다
한 30대 중반으로 보이는데 노처녀라고 하더라구요
약간 못생기고 찬바람이 쌩쌩 불더이다
한데 계약서를 쓸 때 그 여선생님이 우리집 2층 창문에 방범창이 없으니
방범창을 달아달라고 해서 알았다고 했지요
그리고 여선생님이 입주한다고 하는 전날 방범창을 달려고 견적을 내보니까
120만 원이 나와요
흐미 놀래라
조금 화가 났습니다
이제까지 안 달고도 잘 살았고 2층에 무슨 방범창은 방범창이여 .......
그렇지만 일단 약속을 하였으니 다는 수밖엔 없었습니다
창문 3개를 기술자하고 저하고 사다리 타고 방범창 작업을 하자니
화가 머리 끝까지 났습니다
돈들이고 집이 보기도 싫고 힘도 들고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기술자에게 그랬습니다
"아니 지기랄 학교 여선생이다는데
생긴 것으로 보아서는 문 열어놓고 날 잡아 잡수세요 하여도
덤빌 사람이 없겠더구만
못생긴 게 꼴값을 떠니라고
방범창을 달아달라네 ㅎㅎ
나 원 참 웃긴다 웃겨
꼭 못생긴 것들이 지랄이다니까 ...."
그러면서 서로 웃으며 작업을 하고 있는데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던가
아이구 나는 죽었다 죽었어 ㅠㅠ
이삿짐이 도착하기 전에 가방을 하나 둘러메고
먼저 막 도착한 여선생님이 우리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내 말을 다 듣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뒤에서
"그래요 나 못생겼어요
그러는 당신은 얼마나 잘났어
좀 배웠다고 하더만 말을 싸가지 없게 함부로 막해도 돼요"
하면서 마구 우는 것입니다
아이구 나 죽것네
아이구 헌영이 죽어
선생님 농담입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선생님 잘생기셨습니다
저보다는 월등히 잘생기셨습니다
선생님은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볼매님이십니다
그냥 우리끼리 심심해서 농담한 것 가지고 너무 그러지 마세요
선생님 저를 때려주세요
선생님 앞으로 잘할께요
선생님 이렇게 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
하지만 선생님은 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조금 지나 여선생님 어머니 아버지 오빠가 이삿짐을 가지고 도착했습니다
어머어머 헌영이 완전히 작살났다
이제 몰매 맞아 죽는구나 했습니다
눈물 흘리는 여동생을 보고 오빠가
"야 왜 울어 뭐야 말해봐"
그러니까 여선생님이 손으로 저를 가르키는 것입니다
아무 말도 없이 말입니다
아이구 나 죽어 나는 죽었다
지미 될대로 되어라
방법 없다 무조건 36계 줄행랑이다
저는 도망가면서 그랬습니다
오빠 분 어머님 아버님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괜히 그래요
제가 무슨 말을 했다고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 정말 환장하겠네
미치겠네 하면서 도망을 쳤습니다
도망할 땐 마지막이니까
오리발을 내밀면서 갈 데까지 가는 것이지요 ㅎㅎ
오빠가 마구 쫓아와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도망을 치다가 걷다가 하였습니다
그리고 기회를 보아서 오빠에게 다가갔습니다
사실 말입니다 오빠님 그게 아니고 에 저 .......
사실을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오빠 하시는 말씀 그럴 수 있지요
우리 동생이 좀 히스테리가 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그러면서 시원시원하게 용서해 주더라구요
흐매 살았네 살았어
헌영이 살았네
정말 십년감수했습니다
오빠가 덩치가 황소만해요
그런 오빠에게 한방 터지면 그냥 죽는 것이지요
하느님 부처님 공자 맹자 마호멧 예수님 덕분이지요
하늘이 보호하사 용서를 받았습니다
에이 말조심해야지 ......
여러분 일단 위기 때는 도망치고요 그리고 오리발을 내미세요
멍청히 서있다가 죽도록 맞지 말고요
그리고 말입니다
사람 생긴 것 가지고 이러고 저러고 하지 마세요
잘못하면 죽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왜 생긴 것 가지고 글을 쓰고 그러냐구요
그래서 지금 반성하고 있습니다
아차 이후 여선생님하고 어떻게 되었냐구요
사이좋게 오빠 동생하며 잘 지냈지요
제가 말 잘못한 죄로 이삿짐 다 날라주고 방 닦아주고
이따위만한 엄청 큰 케익 하나에 통닭 한 마리 사다 어머님 아버님 오빠님 드시라고 드리고
엄청 고생했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
이 말을 하고 있자니 또 성질이 살짝 나네 .....
말조심해야지
타고 다니는 말 말고 말 말이여
입으로 하는 말
아차 말 하니까 한 말 두 말 서 말 그런 말도 있네
또 있네 말 끝이다 하는 말 말이여
땅 끝을 토말 그렇게 부르잖여
그리고 월말 뭐 그런 말이여
이번 달 말에는 꼭 돈 주어 알었어 알았다고 ㅎㅎㅎㅎㅎㅎ
그럼 또 안녕
첫댓글 결국 친해지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