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김용갑에게 박수를
전 대 열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세계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열리는 영화제 중에서 가장 권위를 자랑하는 것이 칸 영화제다. 이 영화제는 전통을 바탕으로 전 세계 영화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여기서 받는 상은 곧 세계적인 스타가 되거나 성공적인 영화의 대명사다. 작년 한국의 여배우 전도연은 이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획득하여 일약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가 상을 받은 영화의 제목이 ‘밀양’이다. 죽은 남편의 고향인 밀양을 찾아가 뿌리를 내리고자 하는 한 여인의 몸부림을 리얼하게 연기하여 여우주연상까지 받게 된 전도연의 연기력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관객들을 전도연이 빨아들였다고 할 만큼 그의 연기는 실감났고 그가 웃고 우는 연기에 따라 모두 침몰하게 만들었다.
밀양 영화가 흥행에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나중 문제고 ‘밀양’이 가진 영화로서의 가치는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본다. 작년에는 이처럼 밀양이 각광을 받았는데 금년에는 또 다시 밀양출신 국회의원 김용갑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김용갑은 세상이 다 아는 ‘보수꼴통’이다. 이른바 친북좌파 측에서 붙인 이름이다.
그를 극우로 몬 것은 좌파의 작전이기도 했지만 출신성분으로 볼 때 그런 말을 들을 만도 하다. 육사를 나와 안전기획부 요직을 두루 거쳤고 총무처장관까지 지냈으니 우파보수인 것은 틀림없다. 다만 보수꼴통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보는 사람의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김용갑이 북한과의 문제가 생길 때마다 소신껏 주장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다른 이들은 김용갑처럼 생각하면서도 일부 시민단체나 좌파편향의 인사들이 벌 떼처럼 달려들어 공격해 올 것을 걱정하여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버린다. 김용갑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꿈쩍 않고 자기 소신을 끝까지 주장하는 스타일이다.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강경한 사람 같기도 하다. 그러나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끝까지 버틸 수 있다는 것은 개성이 강한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그의 주장과 소신이 꼭 지고지순하다고 말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나긋나긋하기만 한 것보다는 보기에 좋다. 요즘 세상이 어찌된 일인지 모두 아부나 아첨에 능하고 꼿꼿한 사람보다 물렁물렁한 사람이 선호되는 면이 있어 사회발전에 저해요소가 되고 있다. 그런데 김용갑처럼 자기에게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자기주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존경해야할 덕목의 하나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그는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지만 경선에서 실패한 이후 이명박후보의 당선에 전력을 기울였다.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밀양과 창녕을 열심히 누비며 대선승리에 기여했다. 당연히 4월에 실시될 총선에 입후보 하리라고 봤다. 그런데 허를 찌르고 현역의원 중에서 맨 먼저 불출마선언을 하고 나섰다.
그의 나이가 이제 갓 70을 넘었으니 건강이 나쁘지 않는 한 정계를 떠나야 할 이유가 안 된다. 현역의원으로서 3선을 했으니 모르긴 몰라도 한나라당에서 공천을 걱정할 군번도 아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정계은퇴와 불출마선언을 한 것일까. 서로 못해서 안달이 날 지경인데 최고의 위치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물러나야 할 때와 나아가야 할 때를 잘 맞추지 못하여 인격적으로 의심받고 욕을 들어야 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김대중이나 이회창은 때를 맞춰 물러날 때를 찾았지만 다시 번의하는 통에 손가락질을 당한 사람에 속한다. 그나마 김대중은 네 번 만에 영광을 차지했지만 이회창은 아직 한 번이 더 남았으니 어떤 처신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
이런 선례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쉽사리 버리지 못한다. 평생토록 영원무궁하게 지속될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기득권이라고 할 때 범인들은 이를 믿다가 망신을 당하는 법인데 김용갑은 사람이 다르다. 과감하게 자신을 희생양으로 내던진 것이다.
오죽하면 언론에서도 그의 숨겨진 일화를 새삼스럽게 끄집어내어 그의 소신이 일시적이거나 감정적 차원이 아니었음을 크게 부각시켰을 것인가. 그 단적인 예로 민주노동당 조승수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 상실위기에 처했을 때 ‘보수꼴통’ 김용갑의원이 앞장서 조승수의 구명을 위한 서명운동에 나선 일을 들 수 있다. 그가 감정적으로 보수우익을 했다면 친북좌파라고 부르는 민노당 의원 한 사람이 죽거나 말거나 놔둬야 옳다.
그러나 그의 신념은 감정에 사로잡힌 게 아니었다. 그러기에 이번에도 박수 받을 때 떠나려고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정권교체를 이룩한 그 날 떠나겠다고 선언한 김용갑은 박수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공직에 있을 때에도 장관직을 내던진 그다. 정치인으로서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그만하면 깨끗하고 소신 있는 정치인으로 추앙받을 만 하다. 떠나는 김용갑에게 마음껏 박수를 보낸다.
첫댓글 이번 4월 총선에서도 여,야를 떠나 김용갑의원 같은 구 정치인들이 많이 나와 참신한 정치인들로 물갈이를 하는 계기가 오기를 기대합니다.전대열 선배의 좋은글 감사합니다.
한국 정치사에서 우유부단한 인사도 허다한데 이토록 소신 있는 정치인도 드물어 좋은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인정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