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똑같은 레퍼토리의 패배가 반복되는 것도 유타팬으로서 이젠 지겹군요. 뭐 작년 서부 준결승 시리즈 1,2차전의 재탕입니다. 전반전에 20점 이상 벌어지며 안드로메다 갔다가 후반전에 깨짝깨짝 따라붙어 결국에는 10점 내외로 패배하는 패턴... 여기에 데론 윌리엄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제 활약을 못해주는 현상도 비슷하고...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합치면(설렁 설렁 뛰지는 않았죠) 같은 장소(스테이플 장소)에서 3연패 했습니다.
정말로 한심한 것이.. 똑같은 패배라도 좀 납득할만한 경기 내용이면 좋겠는데, 3경기 모두 힘의 차이를 여실히 드러내며 안드로메다로 가버렸다는 것이 참 사람 답답하게 만드네요. 지금의 유타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12연승을 달리던 그 유타가 전혀 아니죠. 공수 조직력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정규시즌 막판 부진했던 모습의 연속선상에 있죠. 유타 특유의 픽앤롤이나, UCLA cut과 스윙맨들의 캐치 앤 슛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1-2-2 셋오펜스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고, 그냥 데론 윌리엄스에게 모든 걸 맡기는 형태입니다. 정말 슬로언의 팀 맞나요?
게다가 수비는 정말 욕 밖에 안 나오죠. 상대팀에게 60%의 필드골 성공률을 허용하고도 이기기를 바라는 건 정말 도둑 심보입니다. 개인적으로 1승 4패 정도로 질 거라 봤는데, 정규시즌 막판부터 계속되는 최근의 경기력이라면 스윕도 불가능하지 않아 보이네요. 지지난 주에 홈에서 미네소타와 워리어스에게 당한 패배를 생각해 보면 정말 꿈은 이루어질지도(!) 모릅니다.
각설하고.. 유타란 팀은 레이커스가 공략할만한 약점이 많은 팀입니다. 그야말로 레이커스의 입맛에 맞는 팀이죠.
1. NBA 최악의 3점슛 팀
원래부터 3점슛은 유타의 약점으로 지적받아왔죠. 기록으로 봐도 올시즌 포함해 유타의 3점슛은 시도수와 성공률 모두 포함해 하위권입니다. 메모까지 빠진 지금, 유타의 그러한 약점은 더욱 부각되고 있구요.
레이커스 입장에서는 정말 땡큐죠. 왜냐 하면 조던 시절부터 그러해 왔지만 필 잭슨의 수비 전술 자체가 인사이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프런트 코트 내의 길목 길목을 단단히 지키는 수비 형태죠. 덕분에 불스 시절부터 이렇다 할 뛰어난 센터 없이도 상대팀의 에이스급 센터들을 비교적 잘 막아왔습니다.
따라서 필 잭슨의 그와 같은 인사이드 중심의 수비 전술을 깨기 위해서는 3점슛이 필수입니다. 실제로 레이커스는 올시즌 올랜도, 뉴욕, 골든 스테이트처럼 외곽슛이 좋은 팀들에게 고전해왔죠. 저의 또 다른 응원팀인 댄토니 시절의 선즈만 봐도, 빠른 공수전환을 통해 3점슛을 노릴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이루어지면 레이커스의 수비가 흔들리곤 했습니다.
근데 지금의 유타는 공격 전술 자체가, 페인트존 내에서의 득점과 하이포스트 부근에서의 오픈 미들슛 창출에 중점을 두고 있으니 필 잭슨의 수비 전략에 고전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유타는 런앤건 팀이 아닌 하프코트 오펜스 팀이다 보니 오픈슛 찬스를 위한 공간 확보도 더욱 어렵습니다. 이를 타개하려면 역시 전문적인 3점 슈터가 필요한데, 메모까지 빠진 지금 유타의 유일한 3점 슈터는 코버 밖에 없습니다. 마일스는 아직까진 그리 믿음직한 3점 슈터가 못 되고, 데론 윌리엄스는 작년에 비해 3점슛율이 1할 이상 떨어졌습니다. 그러니 레이커스 입장에서는 코버 한 사람만 틀어막으면 유타의 외곽은 걱정할 일이 없죠.
결국 메모의 부재가 아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의 3점슛도 3점슛이지만, 메모의 존재로 인해 레이커스 빅맨 1명을 끌어내서 데론이나 브루어, 부저, 밀샙 등이 페인트존 공략을 그만큼 쉽게 할 수 있거든요. 이 때문에 메모가 복귀하지 않는 이상, 페인트존 공략이 주 공격 루트인 브루어가 앞으로도 버로우타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일이지요.
2. 극악의 수비력
이건 뭐 말할 것도 없죠. NBA 최고 공격력을 가진 레이커스를 꺾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디펜스는 필수입니다. 작년 파이널에서 보여졌듯이, 레이커스가 가장 꺼려 하는 팀이 경기 자체를 진흙탕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뛰어난 수비팀이죠. 지금 유타가 보여주는 수비력 정도로는 레이커스의 입맛에 딱 맞는 먹잇감만 될 뿐입니다.
원래 수비력을 기대했던 선수는 아니니 부저는 제외한다 쳐도, AK의 수비력은 상당히 실망스럽습니다. 맨투맨 디펜스는 몰라도(사실 이 부분은 락다운 수준은 아니지만) 그의 전매특허인 전방위 헬핑 디펜스는 확실히 예전 수준이 아닙니다. 예전 같으면 스몰포워드로 뛰면서도 과거의 피펜을 연상시키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가운데 3블록 2스틸을 해냈을 AK지만, 지금의 그의 활동 반경이 확실히 줄어들었습니다. 부상의 여파인지 활동량이 너무 적네요. 가뜩이나 공격력 없는 AK인데 수비력까지 지금 수준이라면 그의 연봉이 정말 너무 아깝습니다.
3. 투지와 근성, 끈적함의 실종
이미 유타 선수들의 마인드에 대한 지적은 지난 3년 내내 이어져 왔습니다만, 올해만큼 이들의 마인드에 대해 실망스러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정녕 지금의 유타 선수들에게서는, 10년 전 이들의 선배들이 보여준 투지와 근성, 터프함, 끈적함의 반만이라도 기대할 수는 없는 걸까요? 터프함의 대명사였던 유타, 상대팀 선수들이 유타 경기를 마칠 때마다 "2시간 동안 사우나에 들어갔다 나온 듯 하다"며 고개를 설래 설래 흔들게 만들었던 그런 끈적함은 도대체 어디 간 걸까요?
레이커스에게 졌다는 사실 자체가 괴로운 것은 아닙니다. 작년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레이커스는 분명 상성을 떠나 유타보다 전력 자체가 우위에 있는 팀이니까요. 하지만 진정으로 저를 괴롭게 하는 것은 '유타다운' 경기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이대로 시즌을 마치는 겁니다. 홈에 가서는 질 때 지더라도 제발 '유타다운' 플레이를 보여주길 바랍니다.
첫댓글 지적하신대로 높이의 한계와 수비력, 투지, 근성 모든 면에서 문제가 많은 듯 싶습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면은 어느정도 쫓아갔다는 것.. 부정적인 면은 쫓아가도 결국은 이기지 못할 거라는 것..
정말 칼말론과 스탁턴 시절이 너무 그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