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아니,
개구멍으로 들어온 아들.. 아니,
내 제부인 김서방이 (이 친구는 나와 학교 동기였는데 내 여동생과 결혼을 함과 동시에
‘하늘 같은 처형 Vs 김서방’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호적을 파서 처형 호적으로 넣어주겠다고 한 아들..
그러니까 내 여동생의 아들..
현재 내 반쪽짜리 아들이 된 조카놈의 이야기다.
지난 12월 말에 여동생의 아들놈을 ‘조기유학’이라는 이름하에 데리고 왔다.
재원이 동갑인 이 녀석은 볼하고 배가 재원이와 비슷하게 통통하다. (ㅎㅎ)
그런데 선이 고운 재원이와 달리 이 놈은..산적두목 같은 모습이다.
이 녀석의 외할아버지.. 그러니까 우리 아버지가 지어주신 별명이 ‘고깃배 갑판장’이다.
박꽃처럼 함초롬하게들 생긴 친손주들만 보다가
호박꽃처럼 두툼하고 볼그족족한 녀석을..
마음 같아선 ‘뱃놈’이라고 부르고 싶으셨겠으나
막내 사위 얼굴을 봐서.. 일껏 봐주신 게 ‘고깃배 갑판장’인 것 같다.
(아버지께 사실확인은 안 해봤다)
내 주변사람들은 녀석을 ‘갑판장’이라고 부른다. 사무실 사람들이 언젠가 먼바다로 연어낚시를 가는 길에 녀석을 데리고 가주셨는데.. 녀석은 여행내내 물만난 물고기처럼 나댄 모양이다. 유진아빠가 녀석 별명을 말해주자.. 그날로 ‘갑판장’이 되었단다. 성격이 밝고 순진하고 의리가 있어서.. 어른들이 곱게들 봐주신다.
내 여동생은
이 갑판장 말고도 유치원에 다니는 두 아이가 더 있고
학교 선생이고..
수술 후 4년째 항암제를 먹고 있고
효자 남편 덕분에 시댁 일에 마음을 써야 하고
친정 형제들 중 셋이 나라밖으로 나가 있으니.. 딸노릇도 해야한다.
거기다가.. 김서방 성격은 물같은데 반해 여동생 성질은 불같다. 흐으.. 그러니 그 인생이 편할 수가 있나..
작년 한 해.. 여동생은 장기간의 항암제 복용으로 인한.. 우울증.. 비슷한 증세가 생겨서
아주 많이 힘든 눈치였다. 여름방학때만이라도 아이들을 조부모님께 좀 맡기고 쉬라고 했더니.. 방학때만이라도 아이들과 놀아줘야 한다고.. 하는 거다.
그럼.. 큰놈만이라도 이곳으로 어학연수를 보내라고 꼬드겼더니.. 넘어갔다.
순전히 여동생좀 쉬게 해주려고 벌인 일이었다.
그렇게 해서 천하에 장난꾸러기에다가 영어라고는 한마디도 못하는..
그야말로 천하무식발랄한 이 놈을 여름 두 달간 데리고 있게 된 건데..
이곳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기초영어프로그램에 두 달간 보냈더니
두 번이나 사고를 쳐서 학교 교감에게서 보호자 자격으로.. 호출을 당했다.
참.. 첫째 날.. 반 전체가 시험을 쳤는데
이 녀석은
마이 네임 이즈 [세븐 이어스 올드] 라고 썼더라.
시험 볼 때는 한 자도 못쓰고 있다가 나중에 선생님이 칠판에다가 답을 써주니까 배껴썼는데
그나마 한 줄씩 내려서 배꼈더라는.. ㅜ.ㅜ
그날부터 우린 이놈 이름을 ‘세븐 이어스 올드’로 불렀다.
학교에서 일으킨 사고는 영어를 한마디도 못 알아먹는 데서 생긴.. 거였다.
여름 두 달을 데리고 있어보니..
이놈을 키울 사람은 나밖에 없구나.. 싶은 결론이 나서
유학수속 밟아 보내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12월말에 보따리 보따리 싸들고 입국을 했고 올 1월 초에 이곳 학교에 전입을 하게 된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조기유학이라는 이름 하에 정말 엄청난 한국아이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그 아이들 대부분이 1주일이면 예닐곱 개의 학원엘 다닌다. 뭐.. 한국하고 똑같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수학학원. 읽기학원, 쓰기학원, 피아노학원.. 기타 등등이다.
내 조카놈은 딱 한군데 ‘아이스하키 학원’에만 다닌다.ㅎㅎ
내 교육관인 “학원.. 백날 다녀봤자 다 꽝이다” 를 녀석에게도 적용시켜서
“니 혼자 해라”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내 딸도 학원 안 보낸다. (그대신 선생을 집으로 오라고 했었다.ㅎㅎ 어느 정도 기초가 잡힌 지금은.. 학습과 관련된 과외는 하나도 안 한다.)
온 첫날부터 조카놈에게 ‘영어책읽기’를 시켰다. 소리내서 정확히 읽기.
‘레벨 북’ 1단계부터 시작해서.. 날마다 책을 읽게 했더니
어느날부턴가.. 탄력을 받기 시작했고.. 다섯 달째인 지금은.. 챕터 북을 읽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올해 초의 목표가 ‘여름 방학 때 해리포터 원서로 읽기’였는데
시기가 많이 당겨져서 지난 주말에 1권을 읽어냈다.
별 어려움 없이.. 해리포터를 쓱쓱 읽어가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좀 감탄을 했다.
챕터 북으로 들어가면서
각 챕터가 끝나면 그 챕터의 줄거리를 영어로 쓰게 하고 있다.
영어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많은 책을.. 소리를 내서 읽는 것하고
읽은 책의 줄거리를 영어로 써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녀석은 현재.. 약간의 문법적 오류가 있긴 하지만.. 그런대로 볼만하게 영작문을 한다.
올 1월 3일, 조카놈과 같은 날 전입을 한 한국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는 한국에서 이미 영어를 얼마간 배워왔고
여기 와서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온갖 학원을 섭렵하고 있다. (하루에 두 탕을 뛰기도 한다)
그런데 현재.. 갑판장의 실력이 그 아이보다 더 낫다.
그 아이는 아직 레벨 북도 버거워하고 있고 의사표현 또한 제대로 하질 못해서
급한 경우엔 갑판장에게 통역을 시킨다고 한다.
김서방에게
아들놈 서울대 의대 가게 해 줄 테니.. 십억원만 내라고 했다.ㅎㅎ
잘하면.. 늙으막에 재벌의 반열에 들어서게 생겼다. 호호호~
첫댓글 종이여사~ 조카키워 십억원 받지말고 아예 아들로 달라하슈.ㅋㅋ 그동안 칩거를 오래한다 했더니만 갑판장조카 교육에 몸바쳤구료..아니면 다섯달만에 원서를 읽어내는 세븐이어스올드눔^^원판이 천재인감? 종이야~ 자식아닌 조카자랑은 숫자에 영 두개를 더 붙여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철칙이 있당.ㅎㅎㅎ
샘요, 만원에 동그라미 두 개 더 보태봐야 밀리언이네욤. 십억원이 생기는 판에.. 원 밀리언원쯤은.. 껌값입니다요.ㅎㅎㅎㅎ / 이 녀석과 함께 하면서 종종 드는 느낌이 ‘든든함’이에요. 선생님 말씀대로.. 십억 포기하고 아들로 삼을까봐요.ㅎㅎ
푸하하하....이건 장한어버이의 간증같은 이야기구먼...자슥..내도 그이름이 참 마음에 든다. 세븐이어스 올드.....그라고 여그 재원이눔도 거의 갑판장의 반열에 올라있다. 곱디 고운선은 바다에 던져버린지 오래된 것 같다..ㅋㅋㅋ...
캐더린 언니, 보험들어놓으셨쓰요? 문패가.. 열손톱을 세우고 달려들건디.. 언니가 실수하신거라요. 저 귀엽고 예쁜 재원이를 우리집 갑판장놈하고 동급으로 넘겨버리시다뉘.. 흐으.. 불쌍한 우리 언니~~ ㅎㅎㅎㅎㅎㅎ
음~~ 내가 만일 ...그럼 부칸에서 온 뇨자의 소행으로 만천하에...헉....그래도 산적같은 재우이눔이가 안즉 애기티가 쪼매 남아있어 무쟈게 이쁘긴 하다눈^^
d언니 나 지금 상록수에 있어요. 왕언니표 냉면 기다리고 있어요. 아침에 언니 글 올라왔다고 해서리... 막간을 이용해서 보러 들어왔지...ㅋㅋ 10억짜리 서울대 의대 보내면..나한테도 좀 주그랴..ㅋㅋ 나도 언니한테 영어배우러 갈까?ㅋㅋ
너에게 십일조를 주마! (영화제목같다.ㅎㅎ) 우리 보라한테 억~소리 나게 해주려면.. 기필코 서울의대를 보내야겠구마. / 아직 상록수에 있니? 언니들과 함께 행복하겠다. 많이 웃고.. 좋은 시간 보내.
이제 다시 학교 왔스요...아..그럼 이제 나도 억 소리 나는 거겠네..꼭 설대 의대 보내야해... ㅋㅋ 십일조를 위해 가끔 췍 들어감^^ 언니 여기 날씨가 한여름같어.. 언니도 거기서 많이 웃고, 건강하세요...이제 남매 키우는 거네~~
보라야, 건강 이상 무!지? 궁금/ 벌써 그리 더워 어쩌냐그래.. 시간나는대로 상록수 에어컨 아래로 피서가서 맛있는 거 많이많이 먹고 여름 잘 넘기래이. 먹는 틈틈이.. 창밖을 잘 살펴서.. 자알 생긴 총각 지나가면 언니들 옆구리도 찌르고. ㅎㅎㅎ
아들 하나 생겼네? 아이들은 빠를수록 어학에 적응하게 쉬운것 같아..동생이 아파 마음이 내내 아팠겠구만 종이씨? 그래도 그만하길 다행이고 ..콧구멍만한 나라에서는 인재가 재산인지라 학원이며 유학을 가는 아이들에게 나무랄 수만은 없는 것 같아..세계는 이제 하나잖어..타국에서 고생하는 우리 동포들에게 힘찬 박수
조기유학생과 그 엄마들은 ‘타국에서 고생하는 동포’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요.ㅎㅎ / 주연이 잘 해내고 있는 것 보면.. 부럽고 자랑스럽드라. 주연이의 야무진 성격과 엄마 아빠의 든든한 후원 덕분인 듯..
시방 내도 종이같은 언냐 하나 있엇음 좋겠다 .그리구 부칸간 재원이는 일본 스모 나 한국 씨름 선수 수준이다.그래도 왠지 갑판장이 더 멋질것같다 문패 볼러나 =3=3=3
하고고~ 함박꽃언니, 저으 본질을 아시게 되면 이런 말쌈 절대로 안 하실 건디요.. ㅜ.ㅜ /그나저나 언니, 언니는 공짜로 그 예쁘고 똘망똘망한 승혜 자랑을 할 수 있을 거여요. ㅎㅎ 얼렁얼렁 풀어놓아보시라요. ((지금까지 얻어묵은 거이가 얼맨디..^^))
언냐들~ 도대체 문패 속은 얼마나 넓다요? 이리도 맘대로 놀려묵어도 되다뉘..ㅎㅎㅎㅎ
넓기는 뭐가 넓~어! 왕언니는 죽었다고 복창허슈~! 종우는 왕언니뒤에 숨지말고 빨랑 나오슈 말야 말야~~ 재원이눔이 가위로 의자 가죽을 오려놓아서 지금 벌스고 있슈 내가 몬살아~ 집에 성한게 없다니깐요. 이눔이가 어찌 모면해보려고 아는 말을 다 주워섬기고 있는데 눈에 힘을 줘도 웃겨서 자꾸 웃음이 나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