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를 다녀오다.
휴가를 하루만 다녀오기로 계획을 세웠다. 토요일은 휴가철이라 막힐 것 같아서 피하고 일요일은 주일이라 그렇고 월요일인 어제로 날을 잡았다.
나와 아내 그리고 방학 중인 아들 녀석과 단 셋이서만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일정이다. 휴가란 명칭은 오늘 세끼 밥을 짓지 않는 아내에게만 해당될 뿐이다. 아들과 나에게는 휴가보다는 차라리 소풍이라고 이름 짓는 편이 더 떳떳하고 어울린다.
오늘의 행선지는 강화도이다. 강화에는 바다가 있고 산이 있고 게다가 역사가 있어서 마음이 끌린다. 고인돌이 있어서 선사시대의 숨결이 느껴지고 마니산 참성단엔 단군왕검의 얼이 담겨있다. 그 뿐이랴! 중국, 프랑스, 미국, 그리고 일본과 우리의 힘을 맞겨루던 역사의 현장이고 우리 가톨릭에겐 순교자를 배출한 성지이기도하다.
본래는 강화섬과 김포가 붙어 있었다고 한다. 그 후 서로 바다를 사이에 두고 갈라져 강화대교 건설 전 까지는 갑곶과 월곶에 나루터를 설치해서 서로 배로 왕래하였었다. 현재는 이곳에 강화대교가 건설되어 서울의 강북과 강남처럼 강화와 김포는 동일 생활권을 이루고 있다.
대교를 건너면 바로 앞에 검문소가 있다. 아마 과적차량을 단속하는 검문소인 듯하다. 신호를 받자 아내는 핸들을 꺾는다. 조금가자 갑곶성지주차장이라고 쓴 팻말이 보인다. 갈매못 성지처럼 바다를 접하여 있는 성지이다. 야외 제대와 광장이 잘 꾸며진 성지이다. 나무계단으로 이어진 14처 십자가길이 좀 독특하고 아름다우면서 주위의 풍광과 잘 어울리는 성지이다.
월요일임에도 이곳에서는 미사가 봉헌된다. 새벽미사를 참석하고 출발해서 월요일에 두 번 미사에 참석하는 기록을, 아니 두 번이나 미사에 초대를 받는다. 그리고 미사 후 이곳 신부님께서는 일일이 신자 모두에게 안수를 해주신다. 강화에 오길 참 잘한 것 같다.
갑곶, 곶(串)이란 바다로 돌출한 끝부분이라는 뜻이다. 김포에서 이곳으로 돌출한 월곶에서 제일 가까운 거리가 갑곶이다. 그래서 원나라 침입 시 고려 고종의 피난길이 되기도하고 병자호란 시는 청나라 구왕이 봉림대군에게 항복을 재촉하던 곳이기도 하다. 그밖에 병자수호조약 체결 시에는 일본 측 대표가 상륙하던 곳으로 오랜동안의 역사가 살아 쉼쉬는 현장이다.
강화에 온 기념으로 토속음식을 먹어보려고 읍으로 자리를 옮겼다. 차림표를 보니 백반 한 그릇에 오천 원이다. 게장이나 불고기 그밖에 생선조림은 추가(追加)라고 쓰여 있다. 게장 만 오천 원, 불고기 일만 원, 생선조림 기만 원씩이다. 참으로 현명한 가격표다. 밥 사는 사람의 입장이 참으로 곤란해진다. 강화사람들은 수원사람이나 개성사람에 못지않게 깍쟁이 인 것 같다. 고려시대부터 글로벌화 된 탓일까?
다시 해안 도로를 달려 전등사에 도착했다. 탁 트인 시야를 뒤로하고 성문 앞 주차장에 도착했다. 산성 안에 사찰이 위치하니 정족산성이기도 하고 전등사이기도 하다. 고구려 소수림왕 11년에 창건되었다고 하니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 된지 9년 후 일이다. 선사시대와 단군왕검의 일만 제외하면 전등사는 강화의 내력을 제법 꿰뚫고 있을 법하다.
산 모양이 특이하다. 솥발을 닮아서 정족이란 이름이 붙었단다. 휙 둘러보니 포근한 맘이 든다. 멋들어져서 아름다운 소나무가 층층을 이뤄가며 자태를 뽐낸다. 조금 있으니 외규장각에 갔던 아들이 돌아와서 차 마시러 가잔다. 그래서 사찰경내 다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원한 녹차 맛으로 템플스테이를 체험한다. ‘생노병사’ 그중에서 생, 그리고 활기 있는 생을 생각해본다.
다시 강화대교를 건넜다. 48번 국도를 달린다. 13년 전 화문석을 사러 강화에 왔다 갈 때하고는 김포의 모습이 많이 변했다. 한마디로 김포가 낯이 설었다. 도로도 변했고 곳곳에 아파트도 많이 들어섰다.
가양대교가 보인다. 이제 서울인가보다. 지금이 휴가철 피크인 듯 88도로가 제한 속도 80km로 달려도 막힘이 없다. 그 탓으로 아직 저녁시간은 이른데 집에 도착하였다. 다시 밖에 나가야 유종의 미를 거둘 것 같다. 아직 아내의 휴가시간은 끝나지 않아서이다.
* 강화도의 이모 저모
0. 섬의크기: 300.0입방미터(제주, 거제도, 진도에 이어4위)
0. 높이: 469m(마니산 정상), 둘레(99km), 남북: 27km, 동서: 16km
첫댓글 구석기 시대의 고인돌, 고려궁지. 조선시대의 군사기지인 성 진 돈대 포대, 조선말기 항쟁과 개항의 중심지 였던 강화 너무 좋은 곳 입니다 저는 15년전에 이곳 농가주택을 구입하여 지금은 여유있는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보람있는 휴가를 보냈군요. 나두한번 그런식으로 떠나봐야겠네요
아내를 배려하여 만찬의 유종의 미를 더하니 아내사랑이 돋보입니다.
김포에 월곳, 대곳, 강화에 갑곳, 시흥에도 월곳이 있고 뭐니뭐니 해도 해돋이의 명소 간절곳이 최고 그리고 황해도에는 장산곳이 있지! 월곳지서가 내 최초 근무처라는 사실.
성철님! 노래방 개업이 딱 하루 차이라 좀 아쉽씁니다. 또 기회가 있겠지요.
교훈님! 서민의 휴가는 당일치기가 최고입니다. 유람선 타고 세계일주하는 처지가 아니라며는.
태희님! 아내사랑이라기 보다도 마지못해서 하는 의무전이지요. 휴가는 다녀오셨는지 궁금 ?
수로선생! 나도 장산곶 마루에 라는 노래는 생각이 났지만 곶이 갑자기 생각이 않나서 돌다리를 두드리 듯 사전을 찾아보았다우.
강화도에는 생각보다 유적이 많은 곳입니다. 섬 주변의 순환도로 개설시 공사현장에 여러번 다녀왔지요. 가족끼리 다소곳하게 여행지(산책로)로는 제격입니다. 마니산의 쎈 정기도 둠뿍 몸에 받을 수도 있고....^&^ㅎㅎㅎ
가족끼리 역사의 고장 강화를 찾아서 오붓하게 휴가를 즐기셨군요
아내와 아들과 함께한 강화도 드라이브가 너무 행복해 보입니다. 아들놈 장가가기 전에 부지런히 같이 다니며 추억을 많이 만들어 보세요. 장가가면 지 마누라 치마폭에 쌓여 엄마 아버지는 잃어버린 추억이 될 꺼니까.
근홍님! 그래도 친구들하고 같이가서 한잔 마시고 노는 것보다는 한참 못하던데요.
창곡선생! 뭐 애들이 크면 다 부모의 품을 벗어나는 것이 세상이치이기도 하고 순리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려니 해야지요.
기왕이면 하루 묵어올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