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 달이 와서 쉬고, 새가 와서 둥지를 틀다. -
권다품(영철)
우리 부산 집 마당 화단에는 벛꽃 나무가 있고, 50년은 된 듯한 향나무도 있다.
그외 오가피나무가 있어서 봄에는 순을 데쳐서 초장에 찍어먹으면 정말 맛있다.
라일락꽃 나무도 있고, 매실나무도 심은 지가 10년은 된 듯한데 왜 그런지 둘 다 아직 꽃도 한 번 못 피운다.
그래도 그냥 두고 본다.
가을 화단이 허성할까 싶어 국화도 화단 1미터 폭으로 한 3미터 정도를 심었다.
나무들 사이 사이가 좀 비길래 중간중간에다가 고추를 20포기정도 사다 심었더니, 우리 가족이 먹고도 남는다.
봄에는 화단 아래 마당에다가 구덩이를 몇 곳 파고, 비료와 거름을 주고, 며칠있다가 호박씨를 심었다.
아침 저녁으로 물을 주고, 풀도 뽑아주고, 쓸데없이 여기저기로 뻗어나가는 순도 쳐주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도시 마당에 호박꽃들이 노랗게 핀 걸 보았을 때 그 기분!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도시 친구들에게도 이 예쁜 꽃들을 보여주고 싶을 만큼 예쁘다.
호박꽃 안에는 앵앵거리며 벌들이 놀더니, 며칠 후에는 애기 주먹만한 호박들이 여기 저기 달렸다.
아내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을 때, 나는 양푼이 하나 들고 마당으로 나가서 풋고추도 따고, 호박잎도 좀 딴다.
호박잎을 데치고 된장도 짜작하게 찌지고, 풋고추 반 툭 분질러서 올려서 쌈을 싸먹으면 정말 맛있다.
어릴 때 소먹이고 와서 배고플 때 먹던 그 시골 맛을 다시 느낀다.
남으면 냉장고 넣어뒀다가 내일 또 먹어도 맛있다.
마당가로는 '까마중'을 좀 심었다.
화단에 저절로 올라오던 것들이었는데, 싻들을 버리기가 아까워서 마당가로 줄을 세워서 심고 물을 부지런히 주었더니, 어느날부터 열매들이 새까많게 달리기 시작한다.
마당에 나갈 때마다 그 까만 열매를 보면 저절로 손이 간다.
당뇨나 성인병에 좋다길래 한 번에 두어 웅큼씩 따먹기도 한다.
벛꽃나무에다가 새집을 만들어서 올려주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새집앞에다가 싸라기를 한 웅큼 올려 놓는다.
어디서 지켜보는지, 금방 새들이 날아온다.
그 중 한 마리가 포르르 날아가고, 잠시 후에는 그 가족들과 친구들도 우루루 데리고 와서 맛있게 먹는다.
참 신기하고 예쁘다.
새들은 맛있는 것을 보면 혼자 먹지않고 가족과 친구들을을 데리고 와서 같이 먹는데....
그냥 아무 생각도 없는 미물인 줄만 알았더니.....
새보다 내가 더 영악한 건 아닐까 싶어서 부끄럽다.
새 모이 싸라기가 다 떨어져 간다.
어디서 파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서 구하든지 또 좀 구해야겠다.
네 친구들은 이런 모습들을 사진으로 찍어보내면, "예쁘다." 감탄할 수 있는 정서가 있었으면 좋겠다.
한참동안 엄마 심부름하던 그 순수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서, 지금의 자신을 돌이켜 보며 비교해보는 내 친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아침에 눈뜨면 책상앞이 아니라, 우산이 없어서 비닐 뒤집어쓰고 소먹이러 갔던 그 때는 차암 좋았는데....
오후에 학교갔다 와서는 덜 떫다며 생감 반시감을 따서 봉다리에 담아서 소먹이러 갔던 그 때도 좋았는데....
여학생들과 '소 후차주기' 천동내기 깔래(살구받기) 할 때는 머슴아들이 져도 재미가 있었는데....
법정 스님의 글에 "물이 맑으면 달이 와서 쉬고, 나무를 심으면 새가 날아와 둥지를 튼다."란 말이 있다.
욕심을 버리면, 어릴 때의 그 순수하고 아름답던 추억들이 보이지 않을까?
2024년 9월 25일 낮 12시 1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