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연 시의 서정은 어떤 균열에도 얼룩으로 웃고 눈물로 뜨겁게 웃는 生의 약동으로 피어난다. 사물과 풍경 안에 깃든, 어떤 통증을 버티고 견디고 비워내는 시선에 엄살이 없다.“울음이 쉬어가는 공원”을 찾아 훌쩍훌쩍 붉어지더라도 추운 겨울“깃털 같은 갈비뼈를 꺼내들고 활 당기듯 지휘하듯 허공을 소곡”하는 소나무 한 그루 같은 맵찬 푸르름이 있다. 지금 여기에서 달아나지 않고“귀를 열고/눈을 뜨고”풀의 시간을 산다.“어머니의 기억 속에/피고 지는 유일한 꽃”은 봄동이자 시인이 아니었겠는가. 그 어머니를 배웅하고도 짐짓‘명랑’을 소환하는 이 순정한 정신줄을 보라. 세상을 긍정하고 어루만지는 시의 도정에 살아 숨 쉬는 시인이 있음이다. 맑고 고운 서정의 세계를 감각하는 존재의 미세한 파동이 이번 시집 속에 곡진하다. -함순례(시인)
신영연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의 시적 화자는 사람이 자기의 감정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므로 감정의 맹위 따위를 믿지 않는 현존의 실재다. 그녀는“반사된 거울 속에서/ 낯선 여자가, 자꾸만 말 걸어”(「거울 속에서」)오는 의식과도 같이 대상의 가능성을 타자화된 외부적 실재로부터 근거를 찾는다. 이는 메를로-퐁티의‘사유하는 몸’과 같이“오백년 전 그대를 따라 꽃발로 걸었”던 형상을 보여주거나“내안의 바다가 일어나”,“바위가 바위를 낳던 이야기를 들려주”(「바위눈」)는 일이다. 그러므로 신영연의 시에 등장하는‘몸’이란“어둠이 내게 길을 물었으나 입을 열 수 없”(「유리병은 입술을 닫고」)는 가능성들이 현실화되는 공간이자“내가 없이도 살아 숨 쉬”(「바람의 길」)는 다기능적인 시간 속에 존립하는‘가소성(可塑性 plastique)의 현상학’으로 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