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음악이 흘러나오면 스크롤만 빠르게 휙휙 하시지 마시구요... 천천히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하릴없이 NDC에서 멀어져서 건널목을 건너 울산역 집표구로 향했다. 동대구역과는 달리 집표 방식이 달랐다. 자동 집표기기 비슷한 것은 일절 없었던 듯. 대신 역무원님께서 일일이 검표를 하시고 계셨고 본인의 차례가 오자 용기를 내어 말씀드려 보았다. 이 때 목소리가 상당히 여린 톤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_-;;)
“저기요…. 이 표를 소장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역무원님께서는 아무 말 없이 그저 빙긋 웃으시면서 도장을 찍어 주셨다. 스탬프려니 했는데 웬걸. ‘울산역 검표’라고 당당히 찍힌 도장이었다.
1) (6편 글에 등록된 사진 인용) 울산역 검표라고 도장이 찍힌 표. 이 표를 가지고 나올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그 역무원님께 감사했다. 표를 받아들고 울산역의 대합실로 나온 본인은 시계를 돌아보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대구로 돌아갈 다음 NDC 열차가 거의 10 ~ 15분 후에 있었던 것이었다. 디지털 카메라의 배터리를 고갈되어 일회용 카메라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던 때. 본인은 울산역을 나오자마자 가차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어딘가에 있을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등 일회용 카메라를 팔 만한 곳을 찾아서….
달리고 달리다가 속도를 늦추고는 정지했다. 횡단보도 신호등의 신호가 붉은색이었다. 시간은 흘러가고, 신호는 막혀있고…. 시간은 쏜살같다는 격언을 피부로 느낀 때였다.
신호가 곧바로 뚫렸고 본인은 앞서 제천역에서 기차를 잡아타기 위해 달리고 달려서 개찰구로 갔던 것처럼 완전히 발동(;;)해서 달렸다. 편의점이 있는 곳을 찾아서…. 카메라를 사기 위해서….
달리다가 문득 보니까 골목이 하나 있었다. 그 순간부터 ‘이 골목으로 들어가야겠다.’하는 느낌이 팍 왔다. 멀리 보기에도 편의점 비슷한 건물이 있었고, 그래서 도박하는 심정으로 그 골목으로 뛰어들어갔다. 운이 좋아서인지, 내 육감이 적중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건물은 편의점이 맞았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더운 날씨 때문인지 손님이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일회용 카메라는 팔고 있었다. 새삼 반가웠다. 작년 8월경에 그렇게 유용하게 썼던 카메라를 여기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저기…. 일회용 카메라 하나에 얼마인가요?”
“응, 그거 하나에 7000원 정도 하는데.”
“이거 하나 주세요.”
돈을 지불하고 거스름돈을 쥔 뒤 카메라를 쥐고 다시 울산역으로 열나게 뛰었다. 완전히 내가 세워두었던 계획 중 자금 부분에서 거의 깨진 셈이었지만 그 때가 내 생에 가장 빨리 뛴 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울산역에 들어가자 그래도 여유시간이 5분 정도 남아있었고 본인은 동대구행 표를 발권받은 다음에 대합실에서 잠시 서성대는 여유를 보이다가 플랫폼으로 뛰어서 내려갔다. 아까와 같은 편성의 열차였지만 내가 탄 곳은 울산으로 올 때 탑승한 9218호가 아닌 반대편 Tc인 9416호였다. 그래도 같은 NDC인데 또 어떠랴. 거리낌없이 지정된 좌석으로 이동했다.
잠시 웅웅거리며 낮은 엔진음을 깔고 있던 NDC는 마침내 동대구를 향해 발차하였다. 본인은 일회용 카메라를 꺼내들고 잠시 만지작거리다가 셔터를 눌러보았다. 사진이 찍히지 않은 듯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양을 나타낸 숫자 판이 돌아가지 않았다. 건전지가 공급되지 않아서 그런가.
일회용 카메라를 구석구석 건드리다가 노란색 스위치를 보았다. 좌우로 마찰시켜서 배터리를 공급해 촬영하는 것이라…. 시험삼아 좌우로 공급해 보았다. 그러자 카메라의 위에서 주황빛 불빛이 반짝였고 사진을 촬영할 수 있겠다 싶은 본인은 이때부터 NDC를 돌아다니며 디지털 카메라로는 미처 찍지 못했던 곳을 찍었다.
먼저 들른 곳이 화장실. 9416호였는지 9218호였는지, 아니면 그 가운데의 차량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변기 화장실은 동양식 구조에 흰색 대리석 비슷한 구조였으며 화장실의 구석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수도꼭지가 달려있었다. 아마 용변을 보고 난 후에 손을 씻으라고 달아놓은 것은 아닐런지. 그리고 환기를 위해서인지 쪽창은 달려 있었다.
2) 대변기 화장실. 동양식이었으며 비산식으로 추정되지만 그건 또 아닐 듯하다.
3) 그 화장실에 있던 또다른 수도꼭지
4) 화장실의 쪽창. 개폐는 불가능한 듯하였다.
그 다음 다른 대변기 화장실은 역시 동양식 구조였지만 흰색 대리석 구조가 아닌 스테인리스 구조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쪽창 정도는 있었지만 수도꼭지는 없었다.
5) 또다른 대변기 화장실. 스테인리스 구조였으며 흰색 구조에서 보았던 시설은 일부 보이지 않았다.
이 다음에 촬영한 것이 객실 외 통로였다. 불과 두 컷밖에 찍지 않았지만 그래도 본인은 마냥 좋았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때 미처 찍지 못한 것이 더 많았다는 생각부터 든다.
6) 이동통로. 라이트 때문인지 현상된 사진에서는 더 어둡게 나왔다. 마치 새벽에 달리는 NDC를 고별시승한 듯한;;
그 다음에 객실의 서비스 장치(;;)와, 가능하면 운전실도 촬영하려고 하였으나 그것은 종착역인 동대구역에 도착하면 촬영하기로 하고 좌석에 앉았다. 역시 편안했었다. 창가로 눈을 돌리니 바깥 풍경이 휙휙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그 사이로 버스 소리와 같은 엔진음이 들려왔지만 3년 동안 통학하면서 버스를 주로 이용해왔던 나로서는 그저 편안하고 익숙한 소리였을 뿐이었다.
가져갔던 MP3를 가동해 마지막으로 녹음을 시도했다. 마침 녹음을 시작하고 나서 열차가 주행하는 주행음만 나는 사이에 경적이 여러 번 울렸고 그것을 운 좋게 담을 수 있었지만 9218호의 경적음과는 왠지 모르게 달랐다. 멜로디도 달랐고 음량 정도도 달랐다. 그래도 미처 녹음을 하지 못한 9218호를 대신하여 5 ~ 6번 울리던 경적을 모두 녹음해 두었는데 그게 뭐 어딘가. 9218호와 9416호의 경적 소리를 다 놓치는 것보다는 나았다.
녹음 정지를 하자 MP3는 녹음을 중단하였다. 열차는 울산에서 벗어나 경주로 향하고 있었고 본인은 때에 맞춰 졸려오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창 사이로 흘러오는 따사로웠던 햇살은 본인을 포근히 감싸주었고 그 꿈결 같은 햇살을 따라 본인은 꿈으로 빠져들어갔다.
어느덧 문득 깨보니 벌써 영천을 통과하고 있었다. 그새 햇살은 어디로 가고 주황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하늘이 보였다. 그에 따라 햇살로 인해 달궈졌던 창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시원해지고 있었다. 시원한 느낌에 본인의 잠은 솔솔 달아나버렸고 그런 본인의 눈에 무언가 띄었다.
‘엥? 저게 뭐야?’
스쳐 지나간 콘크리트 건축 자재 비슷한 것…. 대충 본 개형을 머릿속에서 확실하게 그려 보았더니 어디에서 많이 본 모양이다. 기억을 떠올려보니 협궤 교각이었다. 열차사랑의 어느 회원분께서 답사하셨다고 한다. 나중에 철도동호회에 질문을 올려보니 과거 1910년대 건설된 협궤 대구선의 교각이란다.
하양에 정차하고 있었던 NDC는 이제 종착역인 동대구역을 향해 속도를 올렸고 본인은 이제 슬슬 카메라를 준비했다. 찍기로 하였던 것. 머릿속에서 차근차근 생각해보았다. 차내 서비스 설비, 운전실…. 외형 몇 컷…. 운 좋게도 일회용 카메라에는 이들을 다 담고도 남을 용량인 19컷이 남아 있었다.
이윽고 동대구역에 정차하자 본인은 일단 객실 통로를 통해 열차를 빠져나가다가 다시 열차 내로 들어갔다. 마침 기관사분께서 운전실 문을 열고 나오시고 계셔서 본인은 예의 그…. 조금 여린 목소리로 여쭈었다. 이상하게 본인은 항상 긴장을 하게 되면 이런 목소리가 나오게 된다. (^^;;)
“저기요…. 혹시 운전실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그럼. ^^”
“감사합니다.”
인사를 올리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 아뿔사. 라이트가 터지지 않았다. 사진이 찍힌 듯 했지만 뭔가 이상하게 현상될 듯 하여 다시 시도했다. 뒤에서 기관사분께서 “라이트 터져야 하는 거 아니야?”하면서 오히려 본인을 걱정해 주시는 듯 하셨다.
재빨리 라이트를 터뜨리기 위한 전력을 모았다. 노란색 스위치를 몇 번 딸깍거리니 주황색 표시등이 깜박였고 운전실을 찍었다. 적당한 구도가 아닌 듯했지만 왠지 ‘한 컷만 더 찍으면 안 될까요?’라고 부탁을 드리게 되면 기관사분의 일에도 지장이 생길 듯하여 운전실 촬영을 종료해야 했다.
7) 운전실(추후 문제가 된다면 이 사진은 삭제하겠습니다.)
운전실을 찍고 나오면서 본인은 급해졌다. 급한 감에 원래 찍기로 했던 몇몇을 잊어먹고 번호 표시 / 철제 선반과 커튼 / 창문 등을 촬영하였다. 이렇게 두 컷을 찍고 나니 뭔가 허전했지만 어디선가 “안 나가니?”하는 목소리가 들려와 서둘러 나갔다. 그리고 외형을 몇 컷을 찍고 나니 그래도 뭔가 한 듯했다. 2003 ~ 2004년부터 EEC에 대해 죄책감을 지워왔던 본인으로서는 뭔가 그래도 풀어지는 듯하였다. 마음속으로 말했다. ‘EEC…. 지금은 철도박물관에서 쉬고 있겠지….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8) 커튼과 옷걸이
9) 철제 선반. 좌석 번호표도 찍혔지만 하필 그 부분을 컴퓨터로 옮길 때 디지털 카메라 라이트가 덮었다(ㅠ_ㅠ).
10) M카인지, MC카인지 혼동된다(;;). 확실한 건 동차부가 아니라는 것;;
11) 2호차 측면에서 울산 방향을 바라보며
12) 1호차 9416호의 측면에서 대구 방향을 바라보며... NDC의 앞날은 이렇게 어두운 걸까...
13) 서둘러 찍은 3호차 9218호의 행선판은 벌써 반대방향으로 돌려져 있었다.
집표구로 나와서 그 기계에 표를 집어넣었다. 들어간 표는 다시는 나오지 않았고 그렇게 나한테 남은 표는 [동대구 > 울산] 표밖에 없었다. 그래도 표 한 장은 건졌으니 아예 없는 것보단 낫지 않은가.
집표구로 나온 후에 집표구의 전광판을 촬영하였다. 지금 촬영하지 않으면 영원히 내 기억 속으로 사라져 갈 것 같았기에…. 내가 겪은 이 모든 기억들을 글과 사진 속에 기록해 두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고 그래서인지 무의식중에 벌써 일회용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나중에 현상할 때 구도가 잘못된 사진은 그 한 장뿐이었다.
14) 동대구역 열차 도착 안내 전광판. #1726 무궁화호... 울산발 동대구행 열차... 본인이 타고 온 열차가 서서히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몇 분 후면 사라질 것이다.
그 후 동대구역에서 잠시 빠져나와 바깥 공기를 마시며 하늘을 볼 때 7월 1일 이후의 미래가 사뭇 궁금하기도 하고, 영원히...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15) 고별 시승을 종료하고 잠시 동대구역 밖으로 나와서... 하늘이 어둡다. 원래는 아니었는데... 하지만 그 덕분일까. 개인적인 느낌인지는 몰라도 오히려 동대구역 광장 사진에서 1999 ~ 2004년 사이의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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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7편이 종료되었습니다. 바로 다음편이 마지막편입니다. ^-^
지금까지 열심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현재 배경음악 : 카드캡터 사쿠라 OST 중 - 상냥함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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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모든 과정과 작업들이 보람이 있었답니다. ^^
카드캡터 체리 다 아싸라비야 ^^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5년이란 시간이 다하기 전에 대구 - 진주 NDC도 한번 시승해 보러 내려가 봐야겠네요. ^^;;
NDC언제쯤 볼수있을지...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