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이란 지명은 언제부터 형성되었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조선시대의 흔적으로 보면,
현재의 체부동 필운동 누하동 옥인동 청운동 효자동 등 경복궁과 인왕산 사이의 동네다.
이곳은 북촌으로 불릴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사람들에게 이 지역은 ‘왕이 사는 궁궐,
즉 경복궁의 서쪽마을’이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해 서촌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서촌은 조선시대 권문세가들이 모여 살던 북촌과 달리 역관이나 의관 등
전문직인 중인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겸재 정선과 추사 김정희,
근대에는 화가 이중섭과 이상범, 시인 윤동주와 이상 등의 예술가들이 살았다.
요즘 서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뜨거운 마을로 떠오르는 서촌의 매력이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어우러져 더욱 매혹적인 장소로 변신했다.
서울문화재단이 진행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도시게릴라 프로젝트’의 일환인
‘거리 메이크업’이 그것이다. 서울의 오래된 골목을 갤러리로 바꾸는 사업인 이 프로젝트는
낡고 허름한 한옥 골목을 위트 넘치는 거대한 갤러리로 변신시켰다.
매동초등학교 앞의 ‘인왕산 등반도’는 이번 프로젝트의 하이라이트다.
회색 시멘트가 덧칠된 담벼락 밑부분을 인왕산으로 삼아 그 위로 오르는 작은
사람들을 그린 ‘인왕산 등반도’는 가로 5m, 세로 1.5m에 달하는 대작이다.
작품들은 필운대로, 자하문로를 거쳐 겸재 정선의 그림으로 재현된 수성동 계곡까지
곳곳에 흩어져 있다. 서민의 평범한 일상이 펼쳐지는 골목에 문화의 향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미술에 대한 문턱을 낮추는 것이 작가들의 목표다.
경복궁을 나와 경복궁 돌담과 나란한 효자길을 걷다 골목길로 접어 든다.
한옥이 밀집한 북촌과는 달리 한옥 빌라 상점들이 혼재한다. 작은 갤러리들과
개성 있게 치장한 카페들이 지나가는 이의 시선을 잡아당긴다. 방향을 틀어 자하문길을
따라 걷다가 청운효자 주민센터 사거리에서 왼쪽 필운대로로 올라간다.
조금 걷다 보면 개교 100년이 넘는 ‘서울 농학교’가 나온다. 들어서면 수령 230년이 넘는
느티나무가 녹음을 드리운 것이 학생들을 푸근하게 감싸줄 것 같아 명당이 따로 없다.
학교 담벼락은 학생들의 작품을 구워서 만든 예쁜 벽화들로 꾸며져 있다.
“감정을 갖는 사람은 사랑이 다가온다“ 한 학생의 작품 속 문구다.
생각이 아름답고 사랑을 아는 어른아이이리라.
학교 건너편에는 독립운동가인 우당 이희영 선생의 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기념관을 지나 언덕길 정상에는 주택가 골목으로 더 올라간다. 인왕산이 손에 잡힐 것 같다.
아래를 굽어보면 북촌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옥 대부분은 낡은 시멘트 기와지붕을 이고 있고 콘크리트 주택과 섞여 있다.
골목을 들어서면 중간 중간 빈집도 눈에 들어오는 것이 세월의 더께가 느껴진다.
다시 필운대로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꽤나 유명한 빵집인 ‘효자베이커리’를 만난다.
맛있는 빵으로 출출함을 달래기 좋다. 오래된 동네에는 재래시장이 있기 마련이다.
효자베이커리 바로 옆에는 재래시장인 ‘통인시장’이 있다. 크지 않는 시장이지만
‘도시락카페’ 엽전을 이용해 시장내 점포에서 파는 음식을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서촌 골목골목에는 앞에서 말한 화가 이중섭과 이상범 가옥을 포함해 시인 윤동주
하숙집, 1938년에 지은 가수 박노수 가옥 등도 만날 수 있다.
초근 서울시는 서촌 마을재생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부디 주민이 주인 되어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면서 노후시설을 개선해 마을에
새로운 이미지와 활력을 불어 넣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걷는 곳에는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어야 한다.
‘길’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전까지의 교통이라는 산업적 통념에서 벗어나 이제는 길이 문화를 말하고
소통과 만남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 한가롭게 걸을 수 있고 서로 알지 못해도
지나치면서 일상의 문화를 공유하는 길을 가까이 두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걸을 수 있다는 것만도 넘치는 복임을 따가운 햇볕 속에 걸으면서 깨닫는다.
첫댓글 고운글 즐겁게 읽었습니다 .................^^....................
사진을 곁들이지 못한 밋밋한 글을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주말 행복하게 보네세요 .......................................
고맙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주위의 보잘 것 없는 길이라도 조금만 신경 써서 걸어보면,
역사와 문화를 마추치는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