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에 길렀던 반려동물
예전에는, 그러니까 조선시대 왕 정종은 즉위 17년에
앵무새, 백조, 공작, 노루, 사슴 등을 반려동물로 삼았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거의 작은 동물원 수준이었다고 하는데요.
처음의 시작은 원숭이였다고 하죠.
류큐왕국(일본)에서 전해진 것으로 알려진 일본원숭이의 모습일 가능성이 크다고 하는데,
이 원숭이가 추워하자 성종은 옷을 만들어 입히자 했을 정도로 그 사랑이 컸다고 합니다.
그러나 낡아빠진 옷으로 추위를 견디는 백성 한 명을 더 살리는 것이 옳다는
신하들의 만류로 무산 되었다고 하네요.
조선왕조의 인정을 받지 못했던 정종에게 반려동물은
위로의 대상이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또 조선왕실 제일의 애묘가인 숙종은 부왕인 현종의 능에 참배하러 가던 길에
노란 털을 가진 유기묘를 발견하고, 고양이 집사를 자처했다고 합니다.
이름을 금덕이라 짓고 얼마나 애지중지 키웠는지 정무를 볼 때에도
무릎에 안고 있을 정도였고 하네요.
금덕이는 새끼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지개다리를 건넜는데,
그 새끼에게는 ‘금손’이라는 이름을 붙여, 식사를 할 때도 고기를 덜어주고
항상 옆에 두며 애지중지 여겼다고 합니다.
1720년 숙종이 60세 나이로 생을 끝마쳤을 때,
금손이는 음식을 모두 마다하고 며칠을 슬프게 울었다는 이야기가,
조선 후기 문인인 김시민의 동포집 ‘금묘가’에 적힌 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임금께서 승하하셨다는 소식이 당도하자 금손은 먹지 않고 삼일을 통곡하였네’
이렇듯 시대를 대변하는 조선시대 문인도 고양이에 참 관심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15세기 문인이었던 ‘서거정’은 고양이에 대한 시를 17편이나 남겼습니다.
졸고 있는 고양이는 무려 12편이나 되는 시에 등장한다고 합니다.
그림에 부기한 제화시 중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화려한 집의 높은 곳에 고양이 잠 들었네,
운모(雲母)로 장식한 병풍 앞 붉은 비단 담요에서.
생각해보니 예전에 모란꽃 밑에서 보았지,
두 눈동자가 야광주처럼 반짝거렸네.”
저도 처음 고양이를 보았을 때 그 느낌이 너무나 독특하였답니다.
옛 문인들의 눈에도 그리 비춰졌을까요.
햇볕의 양에 따라 동공의 크기가 변화하는 고양이의 눈이
시간을 알려준다 여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변화하는 고양이의 눈 모양이 달과 유사하기에 음(陰)의 동물로 인식되었는데
이는 주술적 도구에 활용되었다고도 하죠.
가까운 듯 멀고, 관찰하기를 즐기며 호기심을 잃지 않는 모습이
문인의 눈에는 정말 매력적이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렇듯 오늘은 동료작가의 반려동물인 보리와의 산책으로 시작하여
옛 문인이 사랑한 고양이까지 쭉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건 동물의 대한 사랑인 것 같습니다.
쌀을 갉아먹는 쥐를 잡거나 집을 지키기 위해 고양이나 개를 들였지만,
어느 순간 인간의 삶에서는 더 이상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이죠.
동료작가의 삶이 건강해지는 것을 보며,
그 책임감 있는 선택이 참 존경스럽기도 했습니다.
어떤 존재에 대한 사랑으로 채워지는 날들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 '행복한가'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