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의 감나무
권 중 용
고향집 뒤안에
어머니가 감나무 한 그루 심을 때
아버지의 수명은 실바람에도 흔들리고 있었다
지금 심어 놓으면 언젠간 붉은 감이
주렁주렁 달릴 거라는 어머니 생각
아버지의 병환도 좋아져서
홍시를 드시는 날이 올 거리고
아버지를 위로하시는 어머니는
스피노자의 명언을 알고 계섰을까
지금 심어 언제 따 먹을고
할 일도 많은데 쓸데없는 짓이라고
쭛쭛 혀를 차신 아버지
핏기없는 얼굴에 근심만 하나 더 ㅇ올려놓는다
쇠잔한 아버지 가슴을 누르고 있는 폐암 말기를
본인만 모르고 괜스레 언짢아하셨다
얼마 남지 않는 운명 앞에 할 수 있는 것은
간절한 눈물의 기도뿐
그래도 어머니는 끝까지 아버지를 놓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감을 열리는 것도 보지 못하시고
장마 그친 그해 어느 여름날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너셨다
섧도록 아팠지만 나는 그 길을 따라갈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의 말씀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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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감나무
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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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2.2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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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운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