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우주를 날았던 옛소련의 유리 가가린의 소감은 "지구는 푸르다"였다. 그는 사회주의 국가의 시민답게 "주위를 열심히 둘러보았지만 우주에 신은 없었다"는 말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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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비행사는 우주 여행에서 돌아온 후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겪는다고 한다.1971년 미국 아폴로 15호에 탑승해 달나라에 다녀 온 제임스 어윈은 독실한 전도사로 변신했다. 달에 가기 전 그는 그저 습관적으로 교회에 다니는 사람(church-goer)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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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주에서)지구를 보면서 신의 은총 없이는 우리들 존재 자체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의문의 여지 없이 깨닫게 됐다"고 고백한 뒤 사람이 바뀌었다. 역시 달 착륙 경험을 한 찰스 듀크도 전도사로 변신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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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아폴로 14호에 탔던 에드거 미첼은 초능력 연구자로 직업을 바꾸었다. 앨런 빈은 달에서 돌아온 뒤 달 풍경만 그리는 화가가 됐고, 해리슨 슈미트는 정치인(상원의원)으로 진로를 바꾸었다
69년 아폴로 11호로 떠나 동료 닐 암스트롱에 이어 인류 사상 두번째로 달 표면에 발자국을 남긴 버즈 엘드린은 달 착륙 직후 기내에서 성찬식을 할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지만,지구 귀환 후엔 우울증에 시달리다 정신병원 신세까지 졌다(다치바나 다카시 저.전현희 역 '우주로부터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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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16개국이 힘을 합쳐 건설 중인 국제우주정거장(ISS) 내에 '은하철도'가 깔린다고 한다. 총 1백9m 구간 중 우선 연말까지 39m가 건설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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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철도라기보다 궤도나 교량에 가까운 시설물로 보이지만, 어쨌든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으로 주제가가 시작되는 왕년의 TV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를 추억 속에서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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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 '은하철도의 밤'을 토대로 마쓰모토 레이지가 그린 '은하철도 999'는 70년대 말~80년대 초 한.일 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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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우주에 가봐야 사람이 바뀌는 것은 아닐 게다. 밤 하늘의 별들을 보기만 해도 세상사와 온갖 인연들이 가슴에 새롭게 와닿을 수 있다. 황사 때문에 대도시에선 몇개 안남은 별마저 보기 힘들어졌지만, 주말쯤 공기 맑은 교외로 나가 밤 하늘을 마주하는 것도 무익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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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현 국제부차장<jaik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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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입력시간 : 2002.03.21 1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