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교수 출신 박영아 의원 맹활약
교과부가 의전원 체제를 고수하던 종래입장을 변경한 배경에는 물리학과 교수 출신인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교육 현장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아는 박 의원은 2009년 9월과 2010년 3월 차례로 토론회를 열어 의전원 체제의 문제점과 이공계 교육의 황폐화 현상을 지적했다.
그는 이번 교과부의 학제 자율안이 나온 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를 수정한 교과부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좋은 의사양성이란 목표는 의전원과 의대라는 학제의 차이로 달라질 수 없으므로 학제가 다르다고 해서 정부 지원이 차별적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의전원 강제한 건 법 아닌 돈
다양한 학문 배경을 가진 학생 선발, 의학계에 몰리는 우수인력 분산 효과, 기초의학자 배출 증가…. 당초 기대됐던 의전원의 장점은 현실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의대 입시과열은 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 옮겨갔고, 기초의학 외면 현상도 그대로였다.
대학들이 의전원 체제가 마뜩지 않으면서도 완전히 의전원으로 전환하거나 병행체제를 선택한 중요한 이유는 BK21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교육당국이 의전원 체제를 강요한 것은 아니지만, 재정 지원이라는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다.
당초 BK21은 일반대학원의 인재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이었지만 의료계에서는 의전원 선택을 유도하기 위한 강력하고도 효과적인 수단으로 변질됐다. 의전원에서 다시 의대로 복귀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정부가 그동안 제공한 BK21 지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의학계 내부에서는 앞으로 의전원으로 남을 대학이 6~8곳 정도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당연히 의전원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던 가천의대와 경희대마저 의대 복귀를 놓고 원점부터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수는 더욱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41개 의대·의전원 가운데 의전원으로 남을 곳은 건국의전원 한 곳만 확실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의전원 실험은 끝났다. 당분간 의학교육제도는 다수의 의대와 소수의 의전원이 공존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현재 의대를 졸업하면 학사, 의전원은 석사 학위를 부여하는 만큼 앞으로는 이를 통일하기 위한 논의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