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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다 열도에서....
호텔을 벗어난 어느 한적한 시골길 늘 그러하듯 낡고 허름한 카우보이모자를 푹 눌러쓴 모습 속, 낡고 해져 군데군데 구멍 난 띠에르 런닝에 주렁주렁 액세서리와 양손엔 앞 뜨인 가죽장갑을 끼고서 다소 거만한 세상에는 시비 걸 듯한 표정으로 비틀비틀 걷지.
늘 그러하듯 선글라스 넘어 잠시 들여다본 어쭙잖은 내 세상이여,
그 안에 갇힌 군상들이여....
............... 중략 .....................
어느덧 대지를 뜨겁게 데우던 태양도 언덕 넘어 집으로 가는 길에는 더위에 지친 듯 도로 옆 야자나무 붙잡고 허덕이며 긴 숨을 내뱉지.
그가 토해낸 하루의 삶은 붉은 노을이 되어 멀리멀리 퍼져만 가겠지.
먼저, 낮은 언덕 위 구름을 물들이고 나면 좀 더 먼 하늘까지 붉은 노을은 한 없이 퍼져만 갈 거야.
마치, 갓 시집온 새색시 술 한 잔에 불그레 해진 그 모습처럼 보이는 하늘도 한가득 채울 때까지....
아! 아름답구나.
더 이상의 표현은 혹, 사치는 아니겠나!
포시즌 호텔 로비에서 어젯밤인가? 아니면 그제 밤인가? 밤새워 마신 술이 덜 깨었나? 이젠 이마저도 가물거리는구나....
이 또한 내 숙제인 걸 그 누가 삶에 태클을 걸꼬?
어제나, 그제나, 별 의미 부여 없을 모두가 고만고만한 지나간 날도 아닐런지....
허허....
내 하루
내게는
늘 오늘이지
어제는 아플 것 같아
배우질 않았고,
내일은 사치라며
가르쳐주지 않아서
내게는
늘 오늘이지.
그 오늘을 보내며....... 작은 거지가
도로 옆 야자수 그림자 길게 늘어뜨린 사이로 온종일 쉬지 않고 대지를 데운 태양이 지나치다가 지친 듯 허덕이며 하루의 삶을 토해낼 때쯤.
난 말이지 어젯밤인가 그저께 밤인가? 마시다 만 지워진 기억 속 와인 반병이 객실 침대 아래 뒹굴고 있어 반갑게 한 손에 들고서 늦은 오후 호텔 밖 세상도 궁금하여 길을 잡지.
한 손엔 마시다 만 와인 반병을 입에 물고서 바깥세상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 들어갈 생각으로....
호텔 차를 타고 나올 때까지는 분명 방향도 대충은 정한 것도 같은데....
나와 세상 중 누군가는 분명 취한 듯 하나, 그게 뭐 중요하겠어! 난 이리 좋은데 호텔 기사가 무슨 화산인가 보여준 것 같고, 무슨 사찰도 본 것도 같지. 하지만, 바로 기억에서 지웠고, 다만 기억에 남는 것은 택시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들은 마치 영사기 속 스냅 사진처럼 모였다가 이내 흩어지는 듯 이 모든 모습이 아른거린다는 것이지.
음, 이것이야! 이 시간 내가 소순다 열도를 방황하는 첫 이유겠지.
I have a feeling.
이제부터 목적지는 정한 것 없을 그때그때 feeling에 따라 방향을 정하는 방식으로 바꾸지.
하여, 목적지는 feeling이며 아무것도 정한 것 없을 곳이 바로 목적지인 셈이지.
그때그때 feeling 신이 가르치는 의지 따라가리라 갈림길이 나올 때는 feeling 신이 가리키는 Left and right.
마을과 마을, 때론 울창한 숲이 덮은 길을 달리다 보면, 간혹 막힌 길이 나오게 되고 그러면 되돌아서 나오면 되고, 비포장 길은 천천히 가면 되는 것 아닌가?
포시즌을 떠난 차가 더위에 두~세 시간가량을 내달리다 오르막길에 드니 헉헉댄다.
더위를 먹은 듯하여 적당한 마을이 보이자 기사를 향해 단호한 어조로 Stop right here.
더위 먹은 택시는 그늘진 나무 아래 멈춰 연신 숨을 헐떡이지.
It was a nice trip. Thank you.
난 혼자 여기 내렸고 여기가 어딘지 구글 맵을 보기 전까진 아직 모르겠지.
이제부터는 내 시간이며, 스스로 어디로 갈지는 분명 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간이기도 하지.
생각 없이 달려온 것 같지만 그 무개념 속에 일정 부분 흐름은 있었지, 오늘에 이 모험 또한 자고 나면 기억에서 지우면 되는걸.
포시즌 차에서 내려 구글 맵을 작동하여 내 위치를 가름 잡아가려는데, 차가 아직도 가질 않고 날 쳐다보고 있네?
뭐지?
차량 운영비는 Check out 때 청구할 거고, 분명 내릴 때 팁 20불짜리 준 것 같은데, 차를 뺑뺑 돌려서 어지럽다고 저러나 한 번 더 줘.
지갑을 꺼내 이리저리 뒤져도 잔돈이 없다. 하여 100불짜리 꺼내 반을 나누려 하자 화들짝 놀래 손을 흔든다.
그럼, 팁 문제는 아닌 듯 그럼 뭐 밍?
아! 저 친구 내가 길 잃을까 봐 고민? 저 친구가 날 모르니 걱정하는 듯한 느낌이네. 최우선 저 친구 문제부터 해결 짖고 길을 잡기로 정하고서 그에게 다소 과장된 표현으로 양손을 벌여 have no problem.
저 친구도 뭐라 하는데(?) 대충 2~3시간을 달려온 거리라 넌 분명 길을 잃을 것이라는 말 같고, 하여 내게 문제 생기면 호텔에 메여있는 자신도 난처하다는 것 같았고, 하여 기다리겠다는 것이고, 무작정 기다릴 수 있으니 천천히 둘러보고 오란 듯.
여기서 이 친구와 다시 5~6분 실랑이를 하다가 양보 책으로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내 핸드폰을 흔들었는데, 저 친구가 합장하며 웃는다.
이건 또 뭐 밍?
혹, 하나님과 통화한다는 뜻으로 해석? 아닌데, 좋아 끝을 보자 이번엔 호텔 명암을 흔들며 문제가 발생하면 반드시 널 다시 부르겠으니 걱정하지 말고 돌아가라 하고서는 돌아보지 않고 길모퉁이를 휙 돌아 숨어 지켜보니 어딘가 전화를 하다가 돌아가네.....
에쿠, 예상에 없는 원하지 않을 혹, 달뻔했네?
저 친구는 아마도....
한 손에 술병 든 모습에 순진한(?) 호텔 기사의 입장에서는 다소 걱정이었겠나?
하늘 위 인공위성이 날 속속들이 내려보고 있고, 지금 내 손에는 먹다 남은 와인도 아직 반병이나 남아있는데 저 친구는 무슨 오지랖?
저 친구 때문에 귀중한(?) 시간을 20분가량 허비했네.
어찌 되거든 혹은 떼어냈으니 홀가분한 마음으로 마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노점 좌판이 모여 있는 곳, 마을 중앙에는 발이 가는 데로 어리바리 왔지.
그중 걸음 멈춘 곳에는 손수레 위 좌판에 놓인 갓 튀겨진 두툼한 돼지고기인지 소고기인지는 모르겠고, 아! 탐스럽고 구미가 당겨 그중 한 봉지를 들어 이리저리 만져보는데 좌판 아줌마 뭐라 종알대며 봉지를 가로채고서 노려보며 가라고 손짓한다.
어! 방금 뭐야! What action? 하고서 낮고 굵게 항의하듯 표현함에도
그녀는 내게 다시 거침없이 가라고 손짓한다.
아! Do you think I'm a beggar?
잠시, 아주 잠시 벙찌다가 생각건대 저 진상 아줌마 표정 상 진심이며 행태 또한 완곡하다.
젠장! 아니면 말고, 길 벗어난 서로의 언어가 통하지 않을 무 소통으로 다소 무지한(?) 시골 아줌마를 굳이 가르쳐서 뭐 해.
돈이 없니? 물건이 없겠어! 내 신조대로 양에 차지 않으면, 가면 그만인걸.
그래도 최소한의 자존심을 위해 진상 아줌마를 잠시 노려보며 나름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으며 저 진상을 향해 난 양손을 벌리며. You're making a mistake! 근데 벌린 한쪽 손에는 아직도 술병이(?)
아! 그럼, 저 진상 날 주정뱅이로 보겠군....
허허!
젠장! 저 진상 아줌마 내 에르메스 지갑 속에는 아직도 US 달러가 만 불 정도는 족히 남아 있을 텐데 이도 알려나?
어휴! 발길을 돌려 다른 좌판으로 향하지만, 그곳에서도 손을 흔들면서 나를 향한 전투태세이네???
이건 또 뭔 situation.
아까! 첫 번째 좌판에서 아줌마하고 실랑이하는 모습이 한적한 시골 좌판에서 여기 모두의 시선을 끈 모양이네. 젠장 호텔 로비에서 병당 400불 정도 치르고서, 마시고 남은 와인은 분명 반병 넘게 남아 적어도 200불 정도의 가치는 병값 빼고도 아직 병 속에 들어있을 텐데, 하여 한번 흔들어 확인해 본다. 역시 200불이 맞아! 무식한 아줌마 날 뭘로보고....
그럼 뭐해 1~2불 시골 좌판 안주가 없어 모양 빠지게 병나발 불게 생겼는네....
갑자기 현기증이 나고, 더 이상 모양 빠지는 것도 싫어 다들 보란 듯이 양팔 들어 시선 집중시키며 거만하게 술병을 벌컥벌컥 병나발 불며 좌판에서 슬슬 멀어지며 모퉁이를 휙 돌자 또 Stop.
아! 오늘 일정 사납네~~~
늦잠 자는 바람에 아침 식사도 거르고 나왔는데 아! 갑자기 배고프다. 호텔 아침 식사에는 각종 과일에 스테이크와 바닷가재에 각종 회까지 나오던데 이런 젠장....
어찌되었든 난 배는 고프고, 기운도 없어, 술기운에 의지할 수밖에 두리번거리다가 만만해 보인 야자수에 기대어 와인병을 거꾸로 세우고 한 방울까지 탈탈 마시지만, 싸가지 아줌마의 튀긴 고기가 더욱더 그리워지는 까닭은?
젠장! 타락한 언어 집어치우고 두툼한 지갑 속 US 달러 꺼내 흔들면, 저 시골 아줌마 꼬리를 감았을까???
이 또한, 인제 와서 뭐가 중하지!
Shit! 호텔이나 다시 가자, 이 마을은 분명 격이 나와는 많은 차이가 있음이야.... 하여, 내가 떠나는 것으로 잠정 양보하고서....
힘없이 비포장 흙길을 따라 터벅터벅 마을에서 멀어져가지.
마을을 벗어나 2시간을 걸어도 다음 마을이 보이질 않네....
구글 앱도 날 희롱하나 날은 덥고 술에 취하니, 더 덥고 배도 고프고 기운도 없는데 다리는 아프고, 내 만보기는 10,000걸음을 넘었다며 축하한다며 염장을 올릴 때쯤.
작은 돌부리에 쭈그리고 앉아 시간을 復棋[복기]해 보며 생각에 잠기지.
저 진상 아줌마와 좌판 상인들의 세상 속으로....
난 이방인 1번, 차로 2시간 들어온 이곳은 여행객의 발길이 끊긴 오지 중 오지,
기억은 없지만 10년을 넘긴 내 카우보이모자는 빛에 발해 탈색되어있었고, 어깨가 드러난 띠에르 런닝은 낡고 해져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었으며, 검은 선글라스 역시 그들에게는 더 불량하게 다가왔겠지, 더군다나 반바지는 주머니 속으로 이것저것을 넣다 보니 축 처진 런닝과 반바지.
가끔, 내려간 바지를 끌어 올릴 때는 본의와 다르게 속옷도 보였을 수도가 있겠지....
그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으로 한 손에 술병 든 모습에 팔 여기저기 문신에다 거만하게 휘젓는 모습에 비친 그들 눈으로 본 내 모습.
내가 진상인가? 하여 호텔 차 기사도 가지 않고 기다리려 했던 것인가? 사실 이곳은 관광객도 전혀 찾지 않는 오지 중 오지 같은데....
아마도, 그들 눈으로 본 세상 속에는 명품 속옷이든 구멍 난 런닝이든 뭐가 중하지?
난 타국에서 넘어온, 그냥 불량 거지쯤인걸....
.................... 중략 ...........................
그들 눈에는 내 에르메스 지갑 속에는 아직도 US 달러가 만 불 정도는 족히 남아 있음을 절대 모를 거야!
바보들....
하며, 내가 내게 최면을 걸며 애써 그곳을 벗어나려 길은 잡지만,
차로 2시간 들어온 거리를 호텔 방향으로 길을 잡아 2시간가량 걸을 때쯤에는....
저 마을에서 벗어나 작은 언덕은 2번 넘고, 울창한 숲까지 벗어나 확 트인 하늘 아래 태양의 그림자 길게 늘어뜨린 야자수 그늘에 잠시 멈춰, 올려본 하늘과 그 아래의 땅이여!
붉게 노을 진, 하늘 바로 아래 첫 번째 야자수 밑 작은 바위에 조 꾸리고 앉아 바라본 푸른 논과 밭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고, 올려본 하늘은 왜 이리도 아름다울까?
태양이 언덕 너머로 질 무렵엔,
내 작은 세상에도,
허기진 내 배속에도,
저 붉은 노을로 한가득 채워야지.
그리고 저기 어딘가에서 농부가 무언가를 열심히 밭에 뿌린 것도 같다.
저 농부 역시 잠시 내 세상에 들어온 행인 2, 자신에 주어진 삶에 노력하는 모습은 그 무엇보다 아름답구나.
Oh! It's beautiful.
지는 태양에 야자수 길게 늘어뜨린 한적한 시골 거리 붉게 지는 노을 여기저기 푸른 논과 밭 그리고 농부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 모두가 조금씩은 다르지만, 각자의 모습으로 지금, 아니 오늘을 함께 사는 삶의 모습이겠지?
그 오늘이라는 연극 속에서 난 행인 1이 아닌 주연으로 나와 와인병 나발 불며 다소 거만하게 터벅터벅 걸으며 내가 나에게 최면을 걸겠지.
난 그래도 왕이로소이다.
내 작은 창에도 바람이 들이면
산에, 들에 부는 바람이
따로 있나,
재 너머로
남 말 지껄이듯이
울고 웃고, 사랑하고 때론 미워하다가도....
내 작은 창 너머로
비와 천둥의 노래들이면,
닫힌 속 짚어 문 밀고서
부는 바람을 잡아
친구 삼아 길 따라 흐르겠지.
네 문밖의 소리에는 배낭 흔들흔들 등에 지고서........ 작은 거지가
P.S; 5개월의 긴 여정인가? 인도로 출국하여 20일쯤 보내려 하였는데 6일 만에 쪽 내고, 스위스로 건너가 한 달살이, 다시 로마 거쳐서 프랑스로 프랑스에서 노르웨이에 들어가 오로라 볼 계획이었는데.... 방향을 급 틀어 스페인 거치고 포르투갈 거쳐 아프리카 초입 모로코까지....
모로코에서 태국으로 치앙마이에서 육로로 라오스 루앙프라방까지 갔다가, 다시 방콕을 거쳐 자카르타 다시 발리로 발리에서 지금은 소순다 열도를 이리저리 배회 중.... 남은 일정은 하와이에서 집으로....
내 고향의 푸른 소나무는 지금쯤 얼마나 자랐을꼬?
첫댓글 안 보이시길레 어딘가에 납치되서 입에 테이프 붙이고 밧줄로 꽁꽁 묶여있는거 아닌가? 외교부에 전화해서 소재 파악해야 하는거 아닌가? 그러고 있었더만.
혼자 아주 신나셨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