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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휴양지로 유명한 망상과 옥계 해변을 지나서(동해시청에서 정동진까지 28km)
4월 16일, 초여름 날씨였던 전날보다 기온이크게 내려 걷기 좋은 날이다. 아침 7시에 전날 저녁을 든 서울감자탕 집에서 콩나물국밥을 들고 8시에 시청에 들러 강원일보 빅영창 기자의 요청으로 기념촬영을 한 후 묵호방향으로 출발하였다. 박 기자는 전날 저녁 한국일주 한일우정걷기에 관하여 선상규 회장과 인터뷰를 하였다. 신문기사화 하는데는 사진이 필요하리라. 재일동포인 우시오 게이코 씨와 그녀의 아들 친구인 이소라 양이 전날 저녁에 합류하여 속초까지 함께 걷는다.
강원일보에 실린 사진
동해시는 1979년에 삼척군 북평읍과 묵호읍이 합하여 시로 승격된지 35년, 남쪽의 북평은 공업지역으로, 북쪽의 묵호는 큰 어항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그 중간 지역에 시청을 비롯한 행정기관과 상가 등 신시가지가 들어섰다. 한 시간 쯤 걸어 묵호항의 해변 휴에소에서 잠시 쉰 후 한 시간 쯤 더 걸으니 망상해수욕장에 이른다.한적한 시골이었던 곳이 대규모 해양리조트휴양지로 크게 각광받고 있는 모습이다.
망상해수욕장에서 국도로 접어들어 20여분 걸으니 강릉시 옥계면에 들어선다. 3km쯤 걸으니 옥계항에 이르고 무슨 회사인지 간판이 안보이는 큰 건물에 '쪽빛 바다에 푸른 마음을 담은 옥계'라는 구호가ㅏ 새겨진 것을 보며 옥처럼 푸른 계곡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표현이라 느껴진다. 옥계항의 감나무식당이 점심장소, 11시 반에 도착하여 방에 들어가니 준비한 메뉴는 이름도 생소한 꾸구리탕이다. 주인의 설명으로는 민물에서 잡은 추어만큼 작은 잡어탕이란다. 짜고 매운 맛, 어제 점심의 곰치탕, 저녁의 감자탕에 이어 매운 음식이 잇달으니 일부는 식성에 맞지않아 곤혹스런 표정이다. 맵지않게 해달라고 식당에 미리 당부해도 이를 제대로 귀담아 듣지 않는 무신경이 거슬린다. 다행히 저녁식사는 담백한 순두부여서 맵지 않아 좋다.
식당의 TV에서는 인천에서 제주로 가는 여객선이 진도 앞 바다에서 암초와 충돌하여 침몰중이라는 뉴스가 전해진다. 아직 정확한 인명피해가 파악되지 않은 듯, 사고가 난지 여러 시간이 지났는데 구조인원이 파악되지 않아 대형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침에 출발한 동해시의 시정구호에 안전하고 행복한 도시를 구현한다는 내용을 인상깊게 보았는데 이처럼 안전을 위협하는 참사가 발생하니 남의 일 같지 않다. 우리들의 행진도 질주하는 차량들 때문에 각별히 주의하며 걷는 중.
12시 반에 식당을 나서 해변쪽으로 접어드니 스마트한 회사 건물이 나타난다. 정문에서 간판을 살피니 포스코 마그네슘제련소라고 붙어 있다. 조금 전 회사이름을 모르겠다고 한 큰 건물이 마그네슘제련소와 연결된 것, 이런 대규모공장이 이곳에 있을 줄 미처 몰랐다. 그곳에서 소나무 숲길을 따라 20여분 거리에 '한국여성수련원'이라는 건물이 자리잡고 그 부근에 한국지질자워연구소의 해수리듬연구센터도 들어섰다.
한 시간 쯤 걸으니 금진항, 작은 바위들이 돌출한 바닷가에 갈매기들이 앉아 있다가 길손들을 향하여 인사를 건네는 것처럼 느껴진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해변길이 아름답고 한참 무성하던 꽃이 뜸하였는데 해변의 산자락에 산벚꽃이 한창이네.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산벚꽃 활짝 핀 산길로 접어들어 한참을 올라가는 고갯길, 힘들게 고개 넘어 국도와 연결된 지점에서 잠시 쉬다가 고개를 돌아 내려오니 중턱에 숙소로 알려진 다빈치모텔이 시야에 들어온다. 아직 한참 더 가야 될 것으로 여겼다가 숙소를 발견하니 모두 환호성, 28km를 걸어 도착시간은 오후 3시다. 보너스 받은 듯 기쁜 마음으로 여장을 풀고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모처럼 여유롭다. 아픈 무릎 달래며 파스 붙이고 물파스 뿌리며 견뎠는데 오늘도 무사히 걸었구나.
오후 6시, 정동진항에 있는 강릉초당순두부식당에서 순두부정식으로 저녁을 들었다. 이 자리에 자전거로 전국을 일주 중인 박성배 씨와 이토 유키오 씨가 합석했다. 일본 측 일행과 친분이 있어 일부러 찾은 것이다. 식사 후 전날 고향을 찾은 홍순언 이사와 내일 작별하는 일행을 위해 일본가요 후루사또와 고향의 봄을, 이어서 아리랑과 만남을 합창하며 친목을 도모하였다. 잠시 틈을 내어 정동진 해안일대를 돌아보니 10여년 전에 보았던 고즈넉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철도테마공원 조성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숙소 옥상에서 내려다 본 정동진 항의 모습
8시경 숙소에 돌아와 TV를 켜니 진도 참사에 대한 속보로 사망자와 실종자가 300여 명으로 추산된다는 비보다. 신속한 구조와 비극적 참변을 당한 이들에게 위로의 뜻을 표한다. 하늘이여, 은총을 배푸소서.
18. 소나무 숲이 아름다운 강릉해안길(정동진에서 사천해변까지 31km)
4월 17일, 아침 일찍 동해의 일출을 보러 모텔의 옥상에 올라가니 여럿이 벌써 나와 있다. 언덕 위에 자리잡은 모텔의 옥상에서 바라보는 정동진항의 전경이 아름답고 공원으로 조성된 모텔 앞 쪽에 거대한 선박모형의 선쿠르즈리조트가 들어서 있다. 바다 쪽에 옅은 구름이 끼어 선명한 일출을 보기는 어려운 상황, 더러는 관람을 포기하고 방으로 돌아간다. 6시 쯤 배모형의 리조트 옆 바다의 구름 속으로 아침 해가 얼굴을 내민다. 광채찬란한 일출은 아니더라도 해맞이명소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관찰하였으니 다행이다.
7시에 숙소를 나서 아침을 들기 위해 아럐쪽의 정동진항으로 내려갔다. 출발에 앞서 해난사고를 당한 이들과 가족을 위해 묵념을 올리고. 동료 은퇴교수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보살핌이 함께하기를 바라는 기도문을 카톡으로 전해왔다. 모든 국민이 한 마음일 터.
아침메뉴는 성게미역국, 모두들 맛 있다며 잘 먹는다. 식사 후 정동진해변의 모래시계 앞에서 몸을 풀고 오늘서울로 떠나는 오영란 씨의 선창으로 '힘차게 걷자'를 연호한 후 8시에 강릉방향으로 출발하였다.
모래시계 앞에서 한국팀들과 함께
해변의 철길 따라 잠시 걸어가니 정동진역이 나온다. 역사 안으로 들어가니 철길 건너편에 신봉승이 지은 '정동진'이라는 시비가 보인다. 급히 입장권 사가지고 들어가 사진 한 장 찍고 돌아나왔다. 시의 첫 구절, '벗이여 바른 동쪽 정동진으로 떠오르는 저 우람한 아침 해를 보았는가' 정동진역에서 출발하니 강릉발 청량리행 열차가 들어온다. 40여년 전 청량리에서 기차타고 강릉오던 옛 일이 생각난다. 잠시 후에 또 다른 열차가 강릉에서 정동진방향으로 달린다. 철도의 낭만, 해랑이로구나.
해안길 따라 한 시간쯤 걸으니 강릉통일공원에 이른다. 잠시 휴식하며 공원안에 조성된 함정전시관을 외관으로 둘러보았다. 전시된 함정은 퇴역함정 전북함과 1998년에 노획한 북한 잠수함, 통일공원은 북쪽의 침투가 심한 동해안 쪽에 통일을 염원하고 안보를 강조하기 위해 만들었을 터. 때에 맞게 기행록을 읽은 친구로부터 계속 전진하여 원산을 거쳐 두만강까지 올라가는 날이 속히 다가오기를 바라는 메시지가 들어왔다. '친구여! 꽃피는 봄소식을 북쪽으로 끌어올리면서 부산을 출발. 아름다운 동해안길 따라 북상하는 한국 일주 대장정의 소식을 만나봅니다. 때마다, 곳마다에서 전해주는 소식을 통하여 내 마음도 함께 걷고 있는 듯 하오. 마음과 달리 육신은 많이 피곤하다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두분 모두 멋진 마무리 하시기를 기도드리오.
두가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첫째는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이요. 그 다음은 올라가다 말고 속초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바꿔 서울쪽으로 향하는 아쉬움이외다. 나는 꿈을 갖습니다. 우리 함께 걷는 길이 속초에서 곧장위로 통일전망대를 통과하고, 원산 명사십리 해당화길을 밟고 애환의 흥남부두를 지나 두만강에 발 담그는 꿈이라오. 꿈은 이루어 지리라 하였잖소! 허황된 꿈이라 할지라도 그날까지 우리 모두 건재하기를 바라오.'
해안길에서 들길로 접어드니 좁은 농로가 한참 이어지고 그 끝자락에 공군제18전투비행단 정문이 나온다. 입구에는 '새벽을 여는 빨간 마후라의 고향'이라는 구호가 선명하다. '빨간 마후라는 하늘의 사나이,,,'라는 노래가 한창 유행하던 때가 있었지요.
이어서 소나무 숲이 울창한 숲길로 접어들어 30여분간 한적한 도로를 따라 걸으니 경포대로 가는 큰 길이 나온다. 그 길 따라 한참 내려가니 12시 30분에 강릉항(안목항)의 해안길의 열해라는 해물음식점에 도착한다. 점심메뉴는 해물칼국수, 비가 올까봐 20여km를 소도를 내어 열심히 걸어온 터라 모두 한그릇 씩 비운다. 이 자리에 강릉에 사는 홍순언 이사의 친구 박종구, 유예선 부부가 합석하여 일행을 반기며 금일봉을 건넨다. 감사하도다, 곳곳에서 베푸는 훈훈한 친구의 정이여.
점심 식사 후 17알간 500여km를 함께 걸은 오영란 씨, 사흘간 80여km를 함께 한 송화미 씨와 이곳에서 작별하였다. 오영란씨는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게 되어 뿌듯하다'는 소감을 피력하였고 송화미 씨는 서울 가까운 곳에서 다시 걷겠다며 즐거운 걷기였다고 술회하였다. 17일간 |
점심 식사 후 반기는 부부, 떠나는 일행과 함께
오후 1시 반에 강릉항의 음식점을 출발하여 한 시간 쯤 걸으니 강문항을 거쳐 경포대에 이른다. 강문솟대다리가 운치 있고 경포대 해변에 현대호텔이 들어서는 등 대형 위락시설이 번화가를 이룬다. 경포대에서 한 시간 쯤 더 올라가니 사천해변, 오늘의 목적지에 이른다. 소나무 숲길이 아름다운 해변길, 강릉을 일컬어 솔향이라 부른다. 송림 우거진 해안을 살피는 35년 전 여름 휴가 때가족들과 함께 텐트에서 며칠 묵은 기억이 떠오른다.
비가 올까봐 서둘러 걸었는데 도착 때까지 구름만 끼고 비는 내리지 않는다. 도착시시간은 오후 3시 45분, 31km를 걸었다. 농사에는 비가 필요할 터, 밤에 내렸다가 낮에는 걷기에 지장 없으면 좋겠지만 비 오면 오는데로 맞으며 걸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