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부대' 호위받으며 쑥쑥 크는 체조요정
[조선일보 2009.06.27.게재-김상민 기자]
'리듬' 주니어대표 손연재 홈피방문 남성만 20만명
요거트로 저녁 때우며 뭉클한 연기로 메달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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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삼촌이 항상 응원해주마."
"오늘부터 리듬체조는 오빠 마음속의 인기종목이란다."
한국 리듬체조의 '샛별' 손연재(15·광장중3)의 미니홈피는 '삼촌급' 팬들의 응원으로 늘 북적댄다. 미니홈피 방문자 수는 26일 현재 28만여명. 70%가 남성이고 밀려 있는 1촌 신청자만 570여명이다. 깜찍한 외모에 보기만 해도 흐뭇한 '국민 조카'의 이미지 때문일까.
빙판에 여왕 김연아가 있다면 리듬체조에선 손연재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손연재는 세종초 6학년 때 최연소로 국가대표 상비군에 선발된 후 각종 국내대회를 휩쓸고 있는 리듬체조의 유망주. 3월 주니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총점 92.025점으로 개인종합 1위를 했는데, 이는 만 16세 이상 시니어 선수들과 비교해도 전체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내년부터 시니어 대회에 출전해야 하는 손연재는 점프·회전 등 기초 기술을 완벽하게 다듬기 위해 어머니 윤현숙(41)씨와 함께 26일 한달 일정으로 러시아 전지훈련을 떠났다. 손연재를 25일 리듬체조 국가대표 훈련장이 있는 서울 세종고등학교에서 만났다.
■대형스타 가능성
손연재는 5세 때 집 근처 세종대학교에서 하는 '어린이 리듬체조 교실'에서 처음 리듬체조를 배웠다. "국가대표 언니들이 리본을 돌리는 모습이 너무 예뻐 나도 꼭 리듬체조를 하고 싶었다"는 게 손연재의 말이다. 균형 잡힌 몸매와 유연성을 타고난 손연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전국대회를 휩쓸었다. 중 1학년 때인 2007년엔 첫 국제대회인 FIG(국제체조연맹) 월드컵대회(슬로베니아)에서 리듬체조 강국인 동유럽 20여개국의 선수들과 겨뤄 5위에 오르는 깜짝 성적도 올렸다. 김연아를 관리하는 스포츠 매니지먼트 회사인 IB스포츠는 대형스타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손연재와 지난해 12월 전속 계약을 맺었다. 손연재는 지난 4월 김연아가 출연한 아이스쇼에서 리듬체조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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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연재는 리듬체조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매우 강했다. 손연재는 이날 사진 촬영 중 원하는 자세가 나오지 않자 속상함을 참지 못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이내 자세를 가다듬고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욕심 많은 노력파
'리듬체조 요정'은 그냥 되는 게 아니었다. 손연재는 오전 학교수업이 끝난 후 하루 7시간씩, 화요일을 제외한 6일을 연습에 매진한다. 오후 1시부터 5시간 동안 기술훈련을 하고 표현력을 키우기 위한 현대무용 과외도 별도로 받는다.
'요정'은 많이 먹을 수도 없다. 8시는 돼야 하는 저녁식사도 39㎏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요거트 하나로 끝이다. "친구들처럼 햄버거가 먹고 싶을 때도 있지만 몸을 가볍게 하려면 참아야 한다"는 손연재이다. '남자친구 있느냐'고 묻자 "남친 사귀는 것보다 리듬체조 하는 게 더 재미있어요. 굳이 남친 사귈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네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운동에 대한 욕심도 대단하다. 어머니 윤씨는 "코치가 고난도 기술을 못 해낸 연재에게 '이 기술은 빼자'고 했더니 연재가 '그럴 수 없다'며 6시간 동안 한가지 기술만 연습을 하더라"며 웃었다. 중1 때 몸이 아파 1주일을 쉰 적이 있었는데, 손연재는 "일주일이 1년처럼 지루했다. 플로어에 서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고 했다.
손연재는 "시니어 무대에선 김연아 언니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기를 하고 싶다. 내년엔 시니어 언니들과 겨뤄야 하는 만큼 점프·회전 등을 좀 더 배우고 오겠다"며 러시아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