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트리축제
금년으로 여섯 번째를 맞이한 크리스마스 트리문화축제. 11월 29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이니 한 달이 넘고 햇수로는 2년에 걸친다. 광복로는 사무실에서 가까워 12월이 되면 이미 황혼에 닿은 나 같은 사람까지도 공연히 마음이 들뜬다. 남포동역이나 자갈치역에서 지하철을 내려 광복로를 걸으면 도심의 세밑 풍경들과 지구촌 곳곳에서 찾아든 다양한 얼굴들도 만나게 된다. 그러고 이렇게 나의 인터넷카페에 포스팅해서 서로 나눌 수 있다는 것도 큰 보람이 아닐 수 없다. 이 기간 동안 광복로는 토 일요일이 되면 문화행사로 각종 공연이 펼쳐지기 때문에 거리는 축제분위기에 젖는다.
청마의 해를 보름 정도 남긴 12월 둘째 일요일 밤도 광복로는 인파로 넘쳤다. 전체 구간 트리 중에서도 메인트리는 시티스팟(옛 미화당 앞)에 있다. 이곳 무대에선 차량이 없는 토 일요일 저녁에 공연이 펼쳐진다. 이날은 유치부 꼬마들로부터 중학생까지 백여 명이 하얀 도복을 입고 단체로 태권도 시범을 보였다. 젊은 시절 부산지역을 누볐던 왕년의 스타들로 구성된 실버 공연단은 용두산공원을 오르는 '빛 터널' 가까운 지점의 노상에서 흥겨운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두 군데 다 관객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몰려서 이색적인 라이브 공연에 몰입하고 있었다. 성탄은 이렇게 '미리 크리스마스'가 된 것이다.
그런 중에도 가족과 연인, 친구들끼리 약속이라도 한 듯 한꺼번에 거리에 꾸며 놓은 성탄트리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굳이 여섯 군데의 포토 존이 아니더라도 성장한 트리와 기린을 비롯한 동식물 조형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마치 '사진 찍기 위해서' 찾아온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D대학 학생 셋이서 이러한 분위기를 눈치 챘는지 '즉석사진 한 장에 2백 원'이란 피켓을 들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카메라에 담아서 도와주겠다고 했더니 천군만마를 얻은 듯 기뻐하는 눈치들이다. 취업 한파에 부디 그들의 사업(?)이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행사장은 <천사의 축복>, <익투스의 길>, <새 예루살렘>, <사랑의 샘>, <천국을 품은 교회>, <통일한국>, <소망트리>, <보석 프러포즈존>, <천지창조 해달병>, <트릭아트 그래픽 윌> 등으로 나뉘지만 메인트리가 있는 <성탄의 별>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는 이들이 가장 많았다. 탐방객들은 남녀노소가 두루 섞여 있고 대형 여행용 가방을 끌고 온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띈다. 빌딩 옥상에선 인공눈을 한번씩 흩뿌려 보지만 온화한 기온 탓에 바닥까지 닿지도 못한 채 형체도 없이 사라져 안타깝다. 화이트크리스마스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늘은 언제 축복의 백설을 내려주려나.
첫댓글 세모의 광복로 모습을 수필로 그려 현장의 사진까지 곁들여 보여 주시니 리얼합니다. 사진의 압권은 사진찍는 젊은 여인의 뒷태와 이미 인형을 가지고도 또 하나를 구하기위해 발돋음하는 어린이의 모습이 참으로 보기에 훈훈 합니다.
서울의 홍정숙 리디아 수필가는 '광복로가 그 이름에 맞게 불을 밝혔군요' 했는데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갈래로 해석할 수 있겠지요. 어디에 주안점을 두느냐의 차이일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