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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칼데라에서 지구의 박동을 보다
글·사진 산야로(山野路) 일본 트레킹 전문가·협찬
일본 100명산을 가다
구마모토현
아소산(阿蘇山·1592m)
아소산 산행을 위해 대한항공 오이타행 비행기를 탔다. 비행시간이래야 제주보다 약간 더 먼 1시간 30분이 걸린다. 오이타에 비행기가 착륙하기 10분 전 구쥬산 옆을 지나는데 높은 하늘 위에서 유황가스가 분출하는 광경을 보았다. 거대하다는 것보다 아름답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비행기가 예정시간보다 10분여 일찍 도착했다. 서둘러서 입국 수속을 끝냈다. 배낭을 가지고 기내에 오른 탓에 따로 짐을 찾을 필요가 없어서 착륙해 공항 밖으로 나오는데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마중을 나오기로 한 미야자키씨가 보이지 않아 핸드폰으로 전화하니 깜짝 놀라며 “10분 정도면 공항에 도착하니 좀 기다려 달라”고 한다. 공항에서 여러가지 교통정보를 확인하고 있으니 미야쟈키씨가 도착했다. 아소산 등산로 입구까지는 2시간 정도 걸린다. 공항을 나와 바로 고속도로를 타고 유후인 인터체인지를 나와 구쥬산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구쥬산의 마키노토도우게(1330m)를 넘어 가는 것이 가장 빠르다고 한다. 산을 넘어가자 마치 대관령목장 같은 풍경이 이어졌다. 잡초와 풀을 태워 모든 목장지대가 검게 변해 있었다. 일본에서는 잡초를 태울 때 소방서에 연락을 해야 하며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을 선택해 태운다고 한다.
아소산은 구마모토현의 동쪽에 위치한 활화산이자 세계 최대의 칼데라로, 거대한 외륜산(外輪山)을 가지고 있어 불의 지역인 구마모토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화산 활동이 평온한 시기에는 화구 가까이에서 볼 수 있지만, 바람이 불어 가스가 날아오든가 화산 활동이 활발해 유독가스가 발생 할 경우 아소산관리소에서 접근을 통제한다. 외륜산 안쪽을 중심으로 아소구쥬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아소산은 속칭이고 정식으로는 아소오악(阿蘇五岳)이라 부른다. 오악은 다카다케(1592m)를 최고봉으로 나카다케(1506m), 네코다케(1408m), 에보시다케(1337m), 기지마다케(1270m)로 일반적으로 이 다섯 개의 봉우리를 아소산이라 부른다. 9~30만 년 전에 발생한 4차례의 거대 분화에 의해 현재의 칼데라가 형성됐다. 칼데라를 둘러싸고 있는 외륜산도 아소화산에 포함되며 그 면적은 주위 128km, 동서로 약 18km, 남북 약 25km에 이른다. 칼데라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다이칸보는 칼데라가 분화 전에 화산 활동에 의한 퇴적물로 생긴 산이다. 나카다케는 아소중앙화구 언덕에서 가장 오래전에 활동을 시작했고 현재에도 활동 중이다. 현재는 4개의 화구가 보이며 북쪽에서부터 제1화구, 제2화구, 제3화구, 제4화구라 칭한다. 1900년대 초 만해도 제1, 4화구가 활동을 했다. 또 기지마다케는 산 정상 동쪽에 화구호가 있고, 에보시다케는 구사센리에 화구의 흔적이 있으며 전체적으로 대략 30개 정도다.
불의 지역인 구마모토의 상징인 아소산은 구마모토현의 동쪽에 위치한 활화산이자 세계 최대의 칼데라로, 거대한 외륜산을 가지고 있다.
여름철에는 오전에 날씨가 맑아도 오후가 되면 천둥이 치거나 비가 내리기도 한다. 한겨울이 되면 우리나라 방면으로 높은 산이 없는 까닭에 대륙의 한기가 아소의 산악지대에 영향을 미쳐 폭설을 가져 온다. 아소산은 나무나 풀이 자라지 않기 때문에 가스나 안개가 짙을 때는 등산로를 벗어나 행방불명되는 경우가 많아서 연간 수십 건의 실종 조사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나카다케~다카다케~다카다케히가시미네, 스나센리가하마, 센스이오네 등이 헤매기 쉽다. 등산을 할 경우에는 항상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야 하며 가스로 시야 확보가 불가능하면 나침반 등을 이용하여 방향을 확인하고 침착하게 대처해야 한다. 나카다케 방면은 가끔 유독 가스로 인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곳으로 호흡기나 순환기의 질병이 있는 사람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가스 감시원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며 등산 규제령이 나면 등산을 중지한다. 그리고 아소산은 화산으로 물을 구할 곳이 없으니 산행 전 물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12시 45분 센스이교에 도착했다. 후쿠오카에서 자동차로 달려온 큐슈관광추진기구의 가와시마씨와 이유미씨가 도착해 있었다. 3년 전에 구쥬산을 같이 산행하고 그 후로 친분을 맺어온 가와시마씨와는 필자와 같이 산행을 위해 3시간이나 걸려 먼 길을 달려 왔다. 그리고 구마모토현의 아와야씨, 아소 화산 박물관의 이케베 관장과 동행을 하기로 했다. 센스이쿄의 높이는 해발 900m. 이곳에서부터 최고봉의 다카다케까지는 로프웨이를 타고 화구전망대로 가는 코스와 걸어서 센스이도우게를 거쳐 다카다케 화구벽을 경유해 정상까지 가는 방법이 있다. 우리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절약을 하기 위해 로프웨이를 타고 카코히가시역으로 가기로 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로프웨이를 타고 정상을 가거나 걸어서 센스이도우게를 통해 올라가거나 시간이 거의 차이나지 않는다고 한다.
구마모토현에서 온 아와야씨는 충청남도와 구마모토현은 25년 전에 자매결연을 맺고 공무원을 1명씩 상호파견하고 있다고 한다. 서쪽에 바다가 있는 것이 같은데다 전국의 중심(일본의 경우 큐슈의 중심)에 있고 면적과 모양, 인구 또한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자매를 맺게 되었다는 것이다.
13시 10분 로프웨이를 타고 출발했다. 이 로프웨이는 61명이 정원이며 1285m의 카코히가시역까지는 9분이면 도착한다. 5월 중순부터 이 일대는 철쭉이 만발하여 온 산을 붉게 물들이고 가을이 되면 로프웨이에서 바라보는 구쥬산과 아소산 사이의 초원이 황금색 초원으로 바뀌어 장관이 된다고 한다. 로프웨이에서 내리자 유황가스 냄새가 코를 찔렀다. 로프웨이가 금방이라도 쓰러질듯 녹슬어 있는 것이 유황가스에 의한 부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화구전망대까지는 콘크리트길이며 길 가장자리로는 3~4개의 콘크리트 대피소가 있었는데 만약 화산이 폭발하면 이곳에 대피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좌측 위쪽으로는 나무 한 그루, 풀 한포기 없는 황량한 나카다케와 다카다케가 보였다.
“아소산은 등산객들이 연간 100만 명 이상 찾아오는 인기있는 산”이라는 이케베 박물관장의 말처럼 화구전망대(1369m)에 다다르면 발 아래로 제1화구부터 제4화구까지 한눈에 들어 왔다. 제1화구가 내뿜는 유황가스는 눈이 따갑고 속이 메스꺼울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분화구의 면적이 세계 1위를 뽐낼 정도라 카메라 앵글에도 전부 들어오지 않았다. 지구 내부의 힘, 마그마의 폭발력을 새삼 느낀다. 화산이 폭발해 나카다케와 가카다케를 만들었을 정도니 위대한 자연의 힘 앞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전망대에서 능선을 따라 약간 내려간 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우측으로는 제 2·3·4화구를 보면서 급경사 길로 나카다케로 향했다.
큐슈관광추진기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이유미씨는 큐슈에서 가와시마씨와 함께 왔다. 고향이 과천으로 10년 전에 유학을 와 5년 전에 일본 사람과 결혼했지만 산행은 일본에 와서 처음이라고 한다. 이케베 화산박물관장은 나카다케의 급경사를 오르던 중에 검은 돌을 집어 들면서 경석이라고 알려준다.
“경석에는 화산이 폭발해 마그마에 있던 가스가 빠져나가면서 생긴 작은 구멍들이 많습니다. 주변에 이런 돌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마그마가 멀리까지 분출했다는 것입니다.”
나카다케(1506m)를 거의 다 올라가자 아래 화구호 근처에서 “가스가 관광하는 쪽으로 날아오니 잠시 관광을 중지한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그 까닭에 나카다케에 오르자 약간의 시간이 지체되었다. 정상인 다카다케까지 지도상에는 오르는데 25분, 하산 하는데 20분이라고 나와 있고 길도 평탄해 소요시간을 단축시키자고 했다. 길이 후지산처럼 모래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의외로 걷기 편했다. 정상 가까이 갈수록 화산폭발로 생긴 화강암이 마치 제주도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같이 단단해 걷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정상은 의외로 평탄하여 북쪽으로 초원을 넘어 구쥬산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소보산국정공원들의 산들이 보였다. 바로 동쪽 정면에는 2시간이면 갈수 있는 오악중의 하나인 네코다케(1433m)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정상에는 얼굴이 붉고 코가 큰 상상의 괴물인 텐구모양을 하고 있는 텐구이와가 자신의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정상에서 기념촬영을 한 후 서둘러 나카다케를 경유해 스나센리하마 쪽으로 몸을 돌렸다.
나카다케 방면에서 화구를 배경으로 선, 큐슈관광 추진기구에서 근무하는 이유미씨
나카다카에서 15분 정도까지는 완만한 화구호 위의 산길을 걸어 내려갔다. 구사센리가하마로 내려가기 30여m 전에 아무 설명도 없는 목책이 하나 서 있었다. 이케베씨가 “30년 전에 구마모토현에 있는 시라카와 중학생들이 산에 올라 왔다가 날씨가 나빠져 이 부근에서 3~4명이 죽어 그들을 애도하기 위해 세운 것”이라고 일러주며 안전을 한 번 더 강조했다.
“화산은 날씨가 나쁘면 길이 잘 보이지 않아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아무리 나지막한 산이라 해도 자연의 위력에 경건해야함을 다시 한 번 배우게 됐다. 스나센리하마까지 내려가는 구간은 30분 정도 소요되는데 아소산 산행 구간 중에서 가장 급경사라 할 수 있다. 커다란 화산석 사이로 내려와야 하는데 등산로가 희미해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고 미끄러질 수도 있으니 조심히 내려와야 한다. 가파른 길을 내려오면 모래벌판이 이어졌다. 이곳을 스나센리하마(砂千里浜)라고 하는데 한자 그대로 모래가 천리까지 있다는 뜻으로 벌판이 광활했다. 일행들은 스나센리하마를 지나 화구로 향했다. 화구에는 한국과 중국의 관광객들로 복잡했다. 이케베씨의 말에 따르면 여름은 기온이 높고 습기가 많아 가스가 적어 보이고 겨울에는 반대로 기온이 낮고 습도가 적어 가스는 더욱 하얗게 보인다고 한다. 일행들은 화구에서 기념 촬영하고 이케베씨가 마련해준 차량으로 구사센리가하마까지 편히 왔다. 구사센리가하마 앞에는 화산박물관이 있는데 이곳이 박물관장의 일터다.
늦어도 4시 30분까지 이곳에 도착하면 일몰 전에 에보시다케(1337m)를 갔다 올수 있다고 했는데 다행히도 25분 정도에 도착해 올라 갈 수가 있었다. 구사센리가하마는 겨울이라 물이 거의 마른 상태라 건조한 초원이었다. 시간상으로는 1시간 50분 거리이나 시간을 벌려고 마른 초원을 가로질러 갔다. 초원에는 말똥들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말을 방목하고 있었다. 5분여 만에 능선을 타기 시작했는데 인적이 별로 없었다. 아소산과는 달리 에보시다케 전체는 육산으로 되어 있어 걷기 편했다. 이른 봄의 등산로는 새싹이 돋아나고 있고 우리나라 같으면 사진촬영을 하려는 인파로 인해 황폐해졌을 텐데 길 가장자리에는 갈대가 무성해 갈대숲이 자연 그대로 남아있었다. 경사가 있는 능선을 올라가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철쭉이 덮여 있었다. 5월 말이면 피기 시작 한다는데 그 시기에 다시 와서 산행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산 정상에 오르자 북쪽으로는 아소산의 화구와 정상들이 보이며 남쪽으로는 평야지대가 펼쳐졌다. 정상에서 바라 본 구사센리가하마는 양 눈과 코가 우뚝 솟아 있는 것 같은 모양이 사람의 얼굴같이 보여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하산은 아소산 방면으로 해 아소산의 또 다른 모습을 보면서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육산으로 경사가 있기 때문에 우천시에 미끄러짐에 주의해야 한다.
아소산은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나카다케, 다카다케의 화산만으로는 일본 100명산의 가치가 덜하나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에보시다케도 함께 산행계획을 짜면 화산과 육산을 동시에 등산할 수 있으며 먼발치에서 아소 분화구와 주변을 조망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소국립공원의 산행의 맛을 제대로 만끽 할 수 있다. m
구마모토현 아소산
사진제공 쿠마모토현
쫕 교통
구마모토현에서 일본여객철도(JR)를 타고 ‘궁지’역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택시로 20분 정도면 센스이교에 도착할 수 있다. 택시 요금은 1,600엔.
※일노궁 택시:0967-22-0161
쫕 숙박
아소 유스호텔 0967-34-0804
벳뿌 유노모리 팔래스 0977-66-1059
유후산장 0977-84-2105
유후인 나나이로노가제 0977-84-3331
쫕 문의처
아소시 마치즈쿠리 상공관광과 0967-22-3111
주변 관광지
쫕 구마모토성
일본 3대성의 하나로 1607년 가토기요마사에 의해 무로마치 시대에 축성된 성이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혼마루(주성)에는 대천수각과 소천수각을 세우고 각 성곽에는 우토 성루를 비롯하여 3층 천수각에 필적할 5단 성루를 5기나 나란히 세웠다. 넓이는 약 98ha(약 30만평), 둘레 약 5.3km로 큰 성이다. 1960년에 대천수와 소천수가 재건되었고 현재 니시데마루 성루와 문이 복원되었다. 개장시간은 8시 30분부터 18시까지(11~3월 1시간 단축)이며 입장료는 어른 500엔, 어린이 200엔.
쫕 스이젠지
1632년 이 지역의 영주였던 호소카와씨 개인이 만든 정원으로, 교토와 동경을 연결하는 일본 도카이도의 풍경을 본떠서 만든 정원이다. 이 공원에는 비와호수와 후지산 등 도카이도의 명소를 본떠 만들어 연못과 잘 조화된 소나무 조경과 잔디 동산의 조화가 아름답다. 개장시간은 8시 30분부터 18시까지(11~3월까지는 1시간 단축)이며 입장료는 어른 400엔, 어린이 200엔.
쫕 고메즈카
옛날에 아소에는 대 기근이 일어났는데 먹을 것이 없었던 사람은 굶어 죽기도 하고 풀을 뜯어 먹기도 했다. 아소의 신들은 불쌍히 여겨 손으로 쌀을 떠서 하늘에서 내려주었는데 이때 생긴 것이 현재의 고메즈카(쌀 무덤)라고 한다. 아소산 근처에 있으며 표고가 954m로 산 정상에서 아래까지는 약 100m밖에 되지 않는다. 정상에는 직경 약 100m, 깊이 20m 정도의 화구 흔적이 남아 있다.
쫕 구로카와온천
구쥬산의 서쪽 고치를 흐르는 강가에 위치한다. 계곡의 양쪽에는 일본 전통양식의 여관들과 온천장들이 즐비하게 있다. 각 여관마다 다른 원천수(源泉水)를 가진 온천이 있으며 온천은 크게 실내온천, 동굴온천, 노천온천 등으로 나뉜다. 연간 약 40만 명이 찾아오며 당일로 왔다 가는 사람까지 하면 약 90만 명 정도의 사람이 찾는다.
구로카와 온천여관조합에서 판매하는 1,200엔짜리 입탕어음 ‘데가타’(유효기간 6개월, 입욕시간 08:30~21:00)을 구입하면 구로카와의 22개 여관의 온천 중 3곳을 선택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이다.
쫕 아소 칼데라 슈퍼 마라톤
아소산을 중심으로 130km가 되는 외륜산을 시계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표고차가 심한 난코스로 최저지점은 400m, 최고지점은 900m에 이른다. 달리기는 100km부문과 50km부문으로 나뉘는데 2005년에는 100km부문에 590명이 참가하여 65%가 완주했으며 50km부문은 443명이 참가해 88%가 완주했다. 100km 1위는 남자의 경우 7시간 21분 28초, 여자는 9시간 18분 9초, 50km는 남자가 3시간 18분 23초, 여자는 4시간 4분 15초였다. 매년 6월에 실시되며 2009년도는 6월 6일 개최된다.
쫕 취재협조
큐슈관광추진기구 092-751-2943
구마모토현 상공관광 노동부 096-333-2334
5월 중순이면 에보시다케 전체에 철쭉이 만발한다. 사진제공 구마모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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