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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자
황 석 영
방태흥씨는 면도를 하다가 흠칫 놀라서 손을 멈추는 때가 있었다.
더운 입김으로 흐려진 거울 속에는 자기 얼굴의 절반쯤이 허연 비누 거품으로 가려져, 해놓은 것 없이 나이만 먹어 초라한 체통이나 지키게 된 노인들의 백발 수염처럼 보였다.
그는 벌써 서른다섯살로 접어들고 있었고, 이제까지 육년째나 한 여자중학교의 교사로 지내오는 터였다. 비누 거품을 면도날로 밀어올라가면 소싯적부터 모범생이란 말을 들어온 단정하고 의젓한 용모가 나타났다. 그의 입술 끝은 위로 치켜올려져 씁쓸한 웃음을 머금은 듯한 모호한 표정으로 이미 자리잡혀져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인자해 보이는 반면에 또한 무력해 보이기도 했다. 방태흥씨는 직장에 결근하는 날이 없었고 술은 입에 대지도 못했으며 바둑, 당구, 노름 등의 잡기에도 거의 무신경한 사람이었다. 요즘 와서 유일한 낙이 있었다면 결혼생활 중 처음으로 갖게 된 자택의 공사터에 나가 지켜 앉아 있는 일이었다. 집 한 채를 마련하는 데 무려 육년이란 세월이 지나갔으니 누구라도 스스로의 꼴을 의심해봄직도 하건만, 방씨는 아내의 습관적인 짜증까지도 태연하게 무시해버리는 태도를 지켜왔다. 누구에게도 내색하지 않았으나 그는 자기에게 흡족하고 풍요했던 시절이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겨두고 있었으며,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의 세월마저 뻔하리란 걸 예측할 수가 있었다. 그가 마음속의 은근한 불만을 지그시 참을 수 있었던 것은 살아오는 동안에 터득한 체념할 줄 아는 도량의 탓인지도 몰랐다. 방씨로서는 자신의 입 언저리에 머문 애매한 웃음기조차 지나간 세월들과 어울리는 표정이리라 생각되는 것이었다.
그의 경험에 의하면 결혼이란 길고도 긴. 부채의 세월이었으며 끝없는 생활조건에 의한 반사적인 타성의 연속이었다. 또한 방태흥씨는 인생이 혼미하다든가, 스스로가 절해고도에 버려진 조난자와 같다고 느낄 줄도 알고 있었다. 교사가 보잘것없는 직업이며 다른 대부분의 일거리마저 신통치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엔, 그는 흔한 말로 야망에 몸부림 칠 나이도 훨씬 지나버리고 말았던 거였다.
방씨는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아내와 만나게 되었는데 쌍방이 똑같이 첫번째 알게 된 남자와 여자로서였다. 왜냐하면 둘 다 소극적이었던데다 학업과 아르바이트에 시달리느라고 이성과 교제할 틈도 없었으며 연애란 자기네처럼 평범한 자들이 누릴 수 없는 특권인 듯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방씨는 군에서도 오입 한번 해보지 못하고 제대했던 그야말로 숫총각이었다. 그들은 만나자마자 서로의 사람됨에 그런대로 만족했다. 사랑을 생각할 때마다 어떤 감동적인 사건을 연상했던 그들로서는 의외로 수월했고 싱거운 놀이였다고나 할까?
그는 시골 소농의 셋째아들이었다. 아직도 소작인의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두 형들에 비한다면 고향 사람들 말대로 그는 도회인으로 출세한 셈이었다. 학생 때 가정교사로 얹혀살던 생활과 하숙살이의 연장에 불과했으므로, 결혼 초의 방선생은 빈손뿐이었다. 게다가 아내는 오남매를 길러낸 과부의 맏딸이었고 가산이 폭삭 망해버려서 시집올 때에도 입던 옷들을 낡은 트렁크에 담아갖고 그의 하숙으로 옮겨왔을 정도였다.
단칸 사글세 방을 집시처럼 떠돌아다니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주식비와 월세, 교통비 외에는 절대로 톤을 쓰지 않는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가구는커녕 장농 하나 들여놓지 못했고 부부 동반해서 영화구경 한번 가보지 못했다. 결혼 비용과 약소한 세간 마련에 들어간 얼마쯤의 빚을 갚고 그럴듯한 전셋집이라도 얻을 몫돈을 장만하기 위해 계를 악착같이 부어나가는 동안에 한해 반이 지나갔다. 방 두 칸짜리 전셋집을 얻었다.
월수입의 육십 퍼센트를 적금과 계에 찢어넣으며 일 년하고도 칠 개월을 더 버티고 나서야 그런대로 쓸 만한 옹근 전셋집 한 채를 빌릴 수가 있었다. 주거문제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자 이번에는 가장 집물을 갖출 필요가 생겼다. 그들은 월수입을 쪼개어 부지런히 사들였다. 그 무렵의 어느 날, 방 선생은 붉은 장미가 곱게 꽂힌 화병이 탁자 위에 놓여 있는 걸 발견했는데, 창문의 쇠창살 틈바귀로 쏟아져 들어온 양광에 비쳐진 자기들의 방안이 아름다워졌음을 알았다. 보통 때는 느끼지 못했던 출근 전의 피로감이 한꺼번에 몰려와 그의 어깨를 내리누르는 것 같았다. 방선생은 그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오른발을 다쳤던 적도 있었고 첫아이를 임신했던 아내가 고갯길에서 넘어져 육개월 만에 낙태를 하게 되는 불상사도 겪었다. 아담한 주택을 갖겠다는 소망을 올해까지 두 해째 끌어오면서 두 사람은 우울한 인내의 시기를 보냈다. 수많던 날의 침울한 저녁식사, 별수 없이 라디오나 들으면서 소일했던 일요일들, 평생 남의 농사나 거들던 부친의 임종, 다니러 올라온 모친과 아내의 불화 등이 방선생의 머릿속에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그들은 끈질기게 부어나갔던 계를 타서 교외의 택지에 투자를 했었는데, 두 배로 오르자 더 기다릴 필요를 느끼지 않고 반을 팔아서 그 돈으로 훨씬 교통이 나은 곳에 집터를 사두었다. 아내가 두 번째로 임신을 하게 되니 방선생은 더욱 조촐한 자기 집을 갖고 싶었다. 올해 들어 땅의 나머지 반을 팔고 적금을 찾아 공사를 착수했고, 전셋돈을 뽑은 뒤 갚을 양으로 학교 서무과에서 모자라는 금액을 융통해 썼다. 육년 동안 허리를 졸라매고 이루어놓은 그들의 업적치고는 별로 보잘것없는 결실이었다. 그는 보강 수당을 위해 새벽부터 출근했고 저녁엔 돌아오자마자 휴식할 틈도 없이 그룹제 개인지도로 자신을 혹사시켰으며, 누구인가가 자기들의 장래 계획을 방해하지는 않을까 하여 불안해했었다. 방태흥씨는 이제 와서 돌이켜볼 때마다 자기네 처지와 비슷한 수많은 이웃들의 인생이 마치 감정도 없고 행동도 못하는 식물의 삶과 같다고 소박하게 생각해보는 거였다.
새 집으로 이사오던 날에 만삭의 아내가 입술을 깨물며 “우리집이어요. 아무도 참견하거나 침범하지 못해요, 여보” 하던 말을 들으면서도 방선생은 새삼스럽게 감격할 수가 없었다. 어쩐지 사회적인 여건 때문이란 핑계로 자기 스스로에게 기만당해왔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오랜 원망이 이루어지자 허탈해졌던 건지도 몰랐다. 그날 밤에 방씨는 잠이 오질 않았다. 새로 도배한 벽지의 생경감과 장판지 냄새 탓이기도 했으나 첫째는 그 집이 너무 큰 것 같아 마음이 놓이질 않아서였다. 방씨는 남의 집에 잘못 들어와 누워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겹창문 소리와 잘 닫겨지지 않아 삐걱이는 소리를 내는 부엌문 때문에 그는 선잠에서 자주 깨어나곤 했다. 촌놈이 남대문을 기어 지난다는 엣날 얘기처럼, 천장이 갑자기 아득하게 높은 듯 느껴지는 게 불면의 원인인지도 몰랐다.
그는 아내와 함께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행복을 잡느라고 정신없던 사이에 친구를 사귀거나 학교 동창들과도 우의를 주고받을 기회가 없었다. 친척들과 번거로이 왕래하지 않았고 혈육 동기간에도 인색하다 하여 불화해온 형편이었다. 방선생은 여러 동네로 이사를 다니면서 한번도 같은 울안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던 적이 없었는데 더욱이 이웃집이나 한두 집 건너편 사람들은 얼굴도 변변히 마주친 때가 드물었다. 종이 문패, 함석 문패, 송판에 붓글씨로 쓴 문패, 박달나무의 번들거리는 큰 문패들과 거의 같은 내력의 주인들이 수많은 대문들 안에 살고 있을 거였다. 방 선생은 요즘에 와서 시멘트와 타일로 덮여 풀 한포기 보이지 않는 앞마당처럼 자기의 마음이 어쩐지 썰렁하다고 느껴왔다. 아내가 곧 해산하게 되어 식구가 하나라도 더 늘면 집안에 활기가 돌 것만 같은 심정이었다.
이사하고 첫번째 일요일, 새벽부터 줄곧 비가 내리고 있었다.
모처럼의 늦잠을 즐기고 있던 그를 아내가 흔들어 깨웠다.
“좀 일어나요. 밖에 말썽이 생겼나봐요. 나가보시라니까, 어서요.”
방 선생은 쉽사리 잠에서 깨어나지질 않았다.
“뭔데…… 이러는 거야?”
“얌체 같은 옆집 남자가 우리 대문 앞으로 도랑을 파서 물을 지나가게 한다잖아요.”
아내의 극성스런 성질로 봐서는 쫓아나가서 앙칼지게 따질 법도 했건만 만삭의 몸으로는 엄두가 나질 않는 눈치였다. 아내는 말했다.
“새로 이사를 온데다, 구멍가게 수다쟁이 여편네가 입빠른 소리를 했을 거예요. 이 집 주인이 물정 모르는 중학교 교사라구요.”
“에이, 좀 조용하라구, 쓸데없이…….”
“온 동네에 꽁생원이란 호가 나고 싶어서 그래요? 따질 땐 따져야지, 무슨 위인이 저렇게 흐리멍텅한지…….”
방 선생은 눈을 반쯤 내려감고 엎치락뒤치락하며 아내의 잔소리를 건성으로 듣는 태를 보였다. 식모아이가 밖에서 떠들어대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런 경우가 어딨죠? 댁에 문 앞은 그냥 두고 우리집 앞을 개천으로 만들 작정이세요?”
“주인 나오라구 그래. 한번 쌍통이나 봐야겠다.”
남자의 거친 목소리를 듣고 방태홍씨는 의아한 눈짓을 아내에게로 돌렸다가 벌떡 일어섰다. 식모아이가 대문으로 들어서다가 씨근거리며 방 선생에게 일러바쳤다.
“아까요, 찬거릴 사러 나갈 때 보니까 저 남자가 우리 벽에 바짝 붙어 서 있데요. 손 뼘으로 뭘 재구 있는 거 같았어요. 조금 있다 돌아와보니 도랑을 우리 쪽으루 파구 있잖아요, 글쎄.”
방태흥씨는 우선 큰기침을 두어 번 내뱉고 안면 근육이 굳어지도록 목에 힘을 주고 나서 대문을 열고 나섰다. 러닝 바람의 뚱뚱한 작자가 기름 발라 빗어넘긴 머리만을 비닐조각으로 덮고 장화를 신은 차림으로 배수로를 파헤치고 있었다. 역시 누가 보더라도 악의인 듯 싶게 방씨네 대문 앞으로 배수로가 깊게 패어져 빗물이 문턱 앞을 가로막아 흘러가고 있었다. 흙을 파헤치던 자가 눈을 부라리며 삽질을 멈추었다. 방선생 또래의 혈색이 벌건 작자였다. 그가 방씨에게 다짜고짜로 말했다.
“댁이 이 집 주인이쇼? 잘 만났소.”
방씨는 우산 받친 손을 무의식중에 뒤로 젖혀 빙빙 돌리고 턱을 위로 치키며 말했다.
“어째서 물길을 남의 집 대문 앞으로 내는 겁니까? 댁을 첨 보는 거 같은데 이쪽에서 무슨 유감 살 일이라두 저질렀나요?”
“당신 건축법을 모르는 모양이구만. 저 꼴 좀 보쇼. 화가 안 치밀게 생겼나.”
그 남자네 블록 담과 방선생 집의 벽돌 벽 사이로 빗물이 콸콸 흘러나오고 있었다. 방태홍씨가 멍청히 대꾸했다.
“빗물 첨 보셨나요?”
“빗물이 아니라 우리 담 꼬락서닐 보란 말요.”
“담이 무너지기라도 했습니까? 어떻게 됐단 말이오?”
“엄연히 건축법상으로 두 건물의 사이는 한자 다섯치를 떼어놓도록 되어 있소. 여기까지가 한자 다섯치인데 당신네가 이만큼을 잘라먹어 놨단 말야.”
방 선생은 그제야 그의 말뜻을 이해했다.
“지적도에 있는 대루 친다면, 오히려 건물의 사이를 떼어서 지은 우리가 한자 가량 손핼 봤을 텐데요. 이쪽에서 다섯치를 더 나가서 지은 건 사실이지만…… 거긴 우리 땅입니다.”
옆집 남자가 방씨네 집의 벽을 삽날로 두드리며 코웃음을 쳤다.
“이런 무식하기는…… 여보, 우선권이란 걸 모르쇼? 우리 쪽에서 먼저 집을 지었으니까, 나중에 지은 당신네가 한자 다섯치를 물러나서 지었어야 했단 말요.”
방씨는 옆집 남자가 무턱대고 시비를 걸자는 게 아님을 비로소 알았고, 난처해지기 시작했다. 어쨌든 남에게 해를 끼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인 모양이었다. 방선생이 우물쭈물하는 기색을 보이자 옆집 남자는 더욱 당당해졌다.
“그뿐이 아니오, 위를 좀 보시지.”
그가 방선생네 집의 지붕을 손가락질했다.
“당신네 추녀끝이 우리집 담안에까지 넘어들어와 있는데다, 우리 집은 낮게 찌그러져 버렸다 이거요.”
방태흥씨는 대답할 말을 잊고 그의 손이 분주하게 가리키는 데를 쫓아 물끄러미 바라볼 따름이었다. 집을 지을 때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된다는 걸 방선생은 알지도 못했고, 그의 집이 저쪽보다 높아지게 된 이유는 원래 택지 자체가 하천 부지였던 점을 감안하여 흙을 퍼다가 가능한 한 지대를 돋우어 높였던 데 있었다. 방선생은 기가 죽어 옆집 남자에게 얼버무렸다.
“알고 있었다면 집을 짓기 전에 진작 말씀하시지 그랬어요? 나는 청부업자한테 모두 일임해버 렸기 때문에…….”
“온통 우리 마당으로 빗물이 스며들어 철벅거리는 통에 알았소. 당신네가 집 을 짓는지 조차 몰랐다니까.”
“어떡헙니까 그러니…….”
“뭘 어떻게 한단 말요? 우선 추녀끝을 찍어내쇼.”
“다 얹어놓은 지붕을 짜른달 것까지야 없지 않겠어요?”
“여러 말 할 거 없소. 우리 담안으로 넘어온 당신네 추녀끝을 짜르든지 아니면 벽을 허물고 뒤로 물리시오.”
“기둥을 세울 때라면 몰라도 다된 집을 반나마 허물 수야 있겠습니까. 추녀를 굳이 짜르라면 그거야 어쩔 수 없습니다만.”
남의 대문 앞으로 물길을 내는 얌체 같은 자에게 호통이나 쳐주려고 나왔던 방선생은 오히려 입장이 바뀌어 있었다. 그는 대꾸할 말에 궁해질 때마다 연신 뒷덜미께로 손을 가져갔다.
“이것 보쇼. 세상에 혼자서는 못 사는 법야. 댁은 자기 집 꼴만 신경쓴 모양이지만, 우리집은 사정이 좀 다르다는 걸 아셔야겠어. 개인 집이 아니니까……”
그자의 목소리가 위협조로 나왔다. 그가 삽에 붙은 흙을 장홧발로 떨어내고 자기네 대문으로 들어서면서 방선생에게 또 한번 으름장을 놓았다.
“댁의 집은 건축법을 어긴 무허가 건물이란 거 잊지 마쇼. 알겠소?”
방선생은 벽과 담 사이로 흘러나오는 붉은 흙탕물을 내려다보며 혼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겨우 다섯치를 가지고 이웃간에 시비를 벌이는 게 치사한 느낌이었다. 어쩐지 부끄러워졌으므로 저쪽의 요구가 부당하게 나온다면 옳게 생각되는 중간적인 타협책을 강구하기로 하고, 될 수 있는 한 저쪽의 요구에 응해주기로 내심 작정을 했다. 방 선생은 그 작자의 거칠고 예의 없는 태도를 탓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사회적으로 남의 자녀들을 가르쳐야 하는 교육자의 입장에 있으면서, 공동생활도 제대로 할 줄 몰라 이웃간에 불화가 끼여들게 한
자기의 처신에 대해서 못마땅해졌다. 그는 스스로가 삭막하게 살아가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 이유는, 남들과 화목하게 터놓고 지낼 마음을 닫아버렸던 때문이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방태흥씨는 행복하고 싶었던 것이었으나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말고 받지도 않으면 그뿐이라는 극히 무관심한 태도는 어딘가 외롭고 미흡한 느낌을 주는 생활방식인 것 같았다.
이튿날 방 선생은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목수를 불러다 추녀끝을 잘라버렸다. 이제 그의 집 지붕은 볼품없이 벽에 달라붙어버린 꼴이 되었고, 이웃집 담과 벽 사이로 하늘이 훤히 내다보였다. 두 집의 간격이 현저하게 넓어진 것 같았다. 옆집에서는 내다보지도 않았고 분쟁은 일단 끝난 모양이었다. 방태흥 선생은 며칠 안 가서 집에 관한 생각은 애써 떠올리지 않게 되었다.
일주일도 못되어 학교로 전화가 왔다. 상대편은 화장품회사의 전무라는데 방선생은 그런 사람을 알고 있던 기억이 나질 않았다. 수화기에서 무뚝뚝한 목소리가 전해왔다.
“선생의 바로 옆집에 사는…… 전에 한번 뵈었소. 이전무입니다. 내 집에 전화를 해서 식모에게 직장을 물어보게 했소이다.”
“아, 웬일루요? 우리 추녀끝을 벌써 찍어냈습니다. 보셨던가요?”
“좀 만납시다. 선생이랑 타협할 일이 있소.”
“글쎄요…… 저녁에 댁으로 찾아뵙는 게 좋겠는데요.”
“우리 회사루 좀 오시오. 지금 점심시간이니까.”
“전화로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만…….”
“고소장을 취하시키고 싶으면 곧 오란 말요.”
“고소장이라뇨?”
이전무란 자는 무턱 대고 자기 회사의 위치만을 간단히 설명하고서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방 선생은 외롭고 불안해졌다. 이웃 집 사내가 그의 뚜렷한 약점을 잡아 위협하려는 게 틀림없었다. 고소를 당한다면 무허가 건축으로 단정되어 집을 허물고 뒤로 물러나 다시 지으라는 판결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중용을 조절해주는 게 법의 역할이라는데, 천신만고 끝에 자택이나마 갖게 된 가난한 자에겐 너무 부당한 일이겠으나 위법한 사실을 모면할 방도가 없을 듯했다. 방 선생은 자기가 위법한 일은 과실이었고 그 결과로 인한 상대편의 피해는 추녀끝을 잘라내는 것으로 보상해주었다고 믿었다. 아니, 사람이란 누구나 자기 위주로 생각하게 마련이니까 아직도 불충분한 점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는 고쳐 생각했다.
이전무란 사람은 구내 다방에 나타나지 않은 대신 누가 찾으면 기다리라는 전화가 왔다고 레지가 전해주었다. 방태흥씨가 신문을 뒤적이며 두 번이나 착실하게 읽어치웠을 때에야 옆집 사내가 이쑤시개를 이빨 사이에 물고 잘근대면서 나타났다. 두 사람은 악수를 하거나 목례도 건네지 않고 묵묵히 서로의 표정만을 살폈다. 이전무가 식후의 트림을 길게 내뿜고 나서 먼저 입을 열었다.
“피차 바쁜 사람들이니 간단히 말하겠시다. 우리집은 그게 내 집이 아니라 회사 집이오. 회사서 지어 내게 빌려준 집이란 말요. 헌데 댁은?”
“내 이름으로 등기가 올라 있습니다.”
“회사 대 개인 집이군.”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습니다.”
방선생은 자랑조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말을 하고 나니까 정말 자기는 대견한 일을 해냈다는 기분이 새삼스러워졌다. 이전무가 담배를 피워물고 여유만만하게 연기를 빨아들였다가 방선생의 얼굴 언저리에다 뿜어 보냈다.
“교사의 박봉에 집 한칸 짓느라고 사정이 딱했겠소.”
“대부분 같은 형편들 아닙니까.”
“댁에 사정도 모르는 바 아니오만, 원래 회사 집이라놔서 파손된다면 내가 변상을 해얀단 말요. 당신과는 사정이 다릅니다.”
“파손이라뇨?”
“곧 장마철이오. 그쪽 벽이 우리 담과 한자 간격밖엔 안되니 비가 오면 담밑이 물에 패어서 무너질 거란 얘기외다. 당신네가 추녀를 잘라낸 건 의당 했어야 할 일이지.”
“도대체 뭘 원하는지 모르겠군요.”
“어쨌거나, 다섯치를 뒤로 물러나달라 이거요.”
“결국 같은 얘기 아닙니까? 입장을 바꿔놓구 생각해보시오.”
방선생은 빚을 짊어진 형편에 집을 허물고 짓고 할 여유도 없을뿐더러 공사에 관한 생각만 해도 두개골이 빠개지는 듯 쑤셔왔다. 그는 뒤꼍에 남은 붉은 벽돌에 생각이 미치자 어림짐작으로 담을 쌓아보았는데 넉넉잡고 셈해봐도 반은 모자랄 거 같았다. 그러나 모자라는 벽돌 반쯤이라면 이쪽에서 피를 봐도 좋겠고, 그 이상을 원한다면 집을 허물든 날려버리든 맘대로 하라는 기분이었다. 방선생이 말했다.
“집을 허물라는 쪽으로만 말씀하니 타협이 안되는군요.”
“그밖에 납득이 갈 만한 타협이 뭐 또 있소?”
“이렇게 하죠. 우리가 집 벽을 허무는 대신에, 댁의 블록 담을 치우고 다섯치를 넓혀서 붉은 벽돌로 담을 새로 쌓아드리죠.”
이전무가 고개를 저으며 픽 웃었다.
“우선권문제를 잊으셨나? 어째서 우리가 다섯치를 손해본단 말요?”
방선생은 성냥개비를 부러뜨리며 초조하게 앉아 있었다. 옆집 사내와는 말꼬리를 서로 맞물고 돌아가는 통에 타협이 안될 듯했고 신경을 쓰다보니 기진맥진해진 느낌이었다. 이전무가 말했다.
“내야 그럴 맘이 없지만서두, 회사에선 자꾸만 고소를 하겠다는 거요. 말릴 입장두 못되구 해서…… 한가지 방법이 있긴 있는데 어떻소? 이왕 쌓는 김에 아예 우리 담 전체를 새로 쌓아주겠소?”
방선생은 성냥개비만 연달아 부러뜨렸다. 저쪽의 기다란 담 전체를 쌓는 일은 집 반쯤을 허물고 다시 짓는 거나 거의 마찬가지의 엄청난 경비가 들 게 뻔한 노릇이었다. 방선생이 부러뜨린 성냥개비가 다탁 위에 너저분하게 널려 있었는데, 그는 스스로가 계산한 개축공사 비용의 중압감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순간적으로 방태흥씨는 내가 왜 이렇게 불행할까 하고 생각했다. 그는 말했다.
“애당초 말썽난 게 그 한자 다섯치 때문이 아닙니까? 한쪽 담뿐이라면 몰라도, 우린 그렇게 큰 공사를 다시 벌일 만큼 넉넉하지도 못합니다.”
“그러면 담 따위는 쌓아주나마나요. 다른 편 담이 모두 블록인데 한쪽만 벽돌이면 꼴불견일 테니까.”
“이거 딱하군요. 우리 벽 앞에 있는 담만으로 어떻게 안될//1요?”
옆집 사내가 고개를 저었다.
“할 수 없이 회사의 재량에 맡기기로 하겠소. 아마 고소장을 낼 거요.”
이전무란 자가 분연히 일어났다. 그는 인사도 없이 팔목시계만을 힐끔 들여다보았다. 좌우로 꺼떡거리는 옆집 사내의 등판이 너무 당당하고 밉살스러워 보인다고 방 선생은 생각했다. 그자는 차값도 내지 않고 나가버렸을 정도로 자신만만했다. 방태흥씨가 내놓은 타협안대로 한다면 서로 간에 더 이상 불화가 끼어들 요소란 있어 뵈질 않았다. 이웃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만 정의는 완전한 덕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사람과 사람의 상호 교섭에 있어서 시정하는 구실을 하는 어떤 윤리에 비추어본다 해도 그는 성심껏 노력해보았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도 이웃집 사내는 끝끝내 상한 감정의 뿌리를 뽑으려는 모양이었고, 방태흥씨가 어렴풋이나마 믿어왔던 스스로의 권리 이상을 그자가 지배하려는 듯이 보였다. 방씨는 걸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수없이 중얼거렸다. 한참 뒤에 자기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여보니, 소리 안 나는 총이 있었으면, 소리 안 나는 총이, 소리 안 나는…… 이라고 중얼대고 있었다. 그는 귓바퀴의 뒷부분부터 따가운 소름이 안면으로 펴져오는 듯했다. 부끄러웠고, 또한 그만큼 고통스러웠다.
방씨가 집에 돌아와서 듣게 된 아내의 귀띔에 의하면 옆집 남자가 자기 집이 회사 재산이라던 얘기는 거짓말이라는 거였다. 동네 사람들은 그 사람이 지은 걸 모두 알고 있으며 집을 팔려고 벌써 달포 전에 내놓았다고 했다. 선량한 자의 소심증을 건드리기 위해 회사를 들먹인 게 분명했다.
“아저씨, 옆집에서 찾아요.”
식모아이가 볼멘소리로 투털대며 들어왔다.
“자기가 무슨 높은 양반이라구 오라 가라 야단이람.”
“누가 찾는다구?”
“옆집에서요. 뭐 잠깐 왔다 가라나요? 아저씨, 구멍가게 집 아주머니가 그러는데요, 그 집 순 무식한 벼락부자 집안이래요.”
“벼락부자?”
“그 남자가 전에는 말예요, 지금은 사장인 자기 형이랑 가짜 구리무를 집에서 만들었대요.”
옆에서 아내까지 거들었다.
“나두 들었어요. 외제 빈 갑에다 담아갖구선 집집으로 다니면서 팔았대요. 국민학교두 못 나온 일자무식이라지 뭐예요.”
“잘 모르는 남의 일을 함부로 말하는 게 아니야.”
“쩨쩨하구 치사한 집안이에요. 오라, 가라…… 아저씨, 제가 가서 그 남자보구 일루 오라구 그럴까요?”
“아냐, 내가 가지.”
“축 잡힐 노릇 하시지 말구, 저앨 시켜서 부르세요.”
몸이 무거워 아랫목에 누워 있던 아내도 말했지만 방 선생은 못 들은 체해버 렸다.
이전무는 초저녁부터 파자마 바람이었다. 그는 백과사전 같아 보이는 두툼한 책을 무릎 위에 펼쳐놓고 뒤적이다가 한참 만에 방 선생이 담배 한대를 붙여물자 그제서야 고개를 들었다.
“어서 오쇼. 밀린 공부를 하다보니 이거 실례했소이다. 대학원엘 갈려고 준비중인데……”
“어떻게 결정하셨나요.”
“요즘 세상에 까짓 석사학위쯤야 그게 학윈가. 대학은 말할 필요두 없구.”
“결정은 하셨습니까?”
옆집 남자가 멀뚱해진 얼굴로 시치미를 뗐다.
“무슨 결정 말요?”
“우리 쪽에서 담을 쌓아드리겠단 조건을 수락하는 겁니까?”
그자는 책장을 탁 덮고 뒤로 치웠다. 그러곤 공연히 귀만 후벼파면서 말했다.
“글쎄 그게 곤란하군요. 이 집이 내 집이라면야 그걸로 일단락을 짓겠지만 회사 집이란 말입니다.”
집안이 소란스러워지고 짜증난 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오는 통에 이전무의 말은 끊겨겼다.
“없다는데두 부득부득 지랄야, 지랄이. 너 줄 찬밥이 어딨니? 못가 냉큼?”
“에, 밥 없으면 돈이라두 줘요, 씨.”
이전무가 미닫이를 열고 시끄러워, 하며 고함을 쳤다. 투정하는 소리도 더욱 커졌다.
“씨, 안 주면 가나봐라, 좀 줘요.”
“시끄럽다니까. 아, 빨리 못 쫓아내?”
이전무가 미닫이를 힘껏 닫고 나서 하던 얘기를 계속했다.
“우리 회사서는 말이오. 허물지 않으려면 손해 배상을 내라 이거요.”
대문을 발길로 내지르는 소리가 요란해졌다. 이전무가 벌떡 일어섰다.
“이런 쌍눔의 새끼를…….”
방태흥씨가 호주머니를 뒤적여 십원짜리 한장을 꺼냈다. 이전무는 매우 요긴한 것을 발견했다는 표정으로 돈을 덥석 받아쥐었다.
“거 마침 잘됐군, 잘됐어.”
이전무가 방문 밖으로 돈을 내주며 빨리 쫓아버리라고 외쳤다. 불안해서 당황하는 듯 보였던 그자의 얼굴은 포마드로 빗어붙인 머리털과 매한가지로 빠듯하고 정돈된 표정으로 되돌아왔다. 방 선생이 말했다.
“손해 배상이라면 얼마쯤이나……?”
“십만원이오. 집을 버려놓은 꼴루 봐서라두 꼭 알맞은 금액이라 생각하는데.”
“너무 많습니다.”
방 선생은 침울한 얼굴로 말했다.
“능력이 없다는 건 둘째로 치고 부당하군요.”
“그럴 줄 알았시다. 못 내겠다면 구청장을 상대로 고소하겠다 이거요. 아마 고소장을 냈을걸. 댁은 물론이고 건축 허가를 내준 과장부터 구청장까지 모조리 걸린단 말요.”
“고소장을 냈어요?”
“냈지만…… 댁에서 손해 배상금을 지불하겠다면 당장이라도 취하시킬 수 있소. 오늘 이게 마지막 타협이란 걸 잘 알아두쇼.”
“십만원이란 부당합니다. 말씀드렸지만, 말썽난 쪽의 담만을 쌓아드린다는 조건이…… 저로서는 최대의 성의입니다.”
이전무가 심각해진 인상을 하고서 오랫동안 고개를 끄덕였다. 입을 비죽이 내밀고 뭔가 곰곰이 생각해보던 이전무가 말했다.
“오만원 내시오.”
방태흥씨도 속으로 계산을 해보았는데 담을 쌓아주려면 아무래도 최소한 삼만원쯤은 먹힐 것 같았다. 물론 남아 있는 벽돌은 묵혀버릴 작정을 했고 생돈을 들일 각오를 하고서였다. 눈 딱 감고 옜다 먹어라 하고 이만원을 더 얹어주고 나면 이 지겹고 고통스러운 이웃간의 다툼은 끝날 거였다. 방선생이 말했다.
“그쯤에서 생각해보겠습니다.”
하면서도 방씨는 우선 아득한 근심이 앞섰다. 이전무가 말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오만원짜리 약속어음을 십 이월 말까지로 써주시오.”
“나머지라뇨? 약속어음은 빚이나 마찬가진데요.”
“그야 기분문제루 쓰자는 거 아니겠소? 지내노라면 나중에 가서 받게 되겠습니까. 이웃 사촌이라잖소.”
“이웃 사촌……”
“자, 그럼 얘긴 끝난 모양이군.”
“약속어음은 못 쓰겠군요.”
방선생은 맥없이 고개를 저었고, 이전무가 손바닥으로 무릎을 찰싹 소리가 나도록 두드렸다.
“댁과는 타협이 여엉 안되는구만. 우리네도 좋을 대루 하겠소.”
두 사람의 타협은 그것으로 완전히 결렬되었다. 그날은 어찌나 피로한 날이었던지 머리카락 꼬리 부근에 작은 종기가 생겨나 방태흥씨는 목을 움직이기가 거북했다. 작았던 멍울이 밤톨만한 뾰루지가 되어 끝이 노랗게 곪아 있었다. 손거울로 비춰보니 그 옆과 아래쪽에도 종처가 지나간·흔적이 흑색 딱지나 반점으로 남아 있었는데 방씨는 자기가 몹시 빈곤하고 천한 태생이란 느낌이 들었다. 종기 자국들은 자질구레하고 사소했던 여러가지의 피해로써 맺혀진 듯이 보였다. 약솜을 쥐고 뾰루지를 비틀어 누르기 시작했다. 고통이 뇌수 속을 깊이 찌르는 듯하다가 눈가에 눈물이 되어 가득히 고였다. 잠시 후 고통이 일시에 가셨지만 물범벅이 된 눈꺼풀을 껌벅이며 그는 멋쩍은 심정으로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깨알만한 고름 구멍을 보노라니까 자기는 그 아픔과 상처보다도 훨씬 미세한 존재인 것만 같았다.
사나흘이 지났다. 방태흥씨가 출근하려는데 누군가 대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고 보니 정복의 순경이 서 있었다.
“당신 이 방태흥이란 사람이오?”
방씨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순경은 턱 짓을 하며 말했다.
“잠깐 나오쇼. 이 집을 당신이 지은 게 틀림없겠죠?”
순경은 두꺼운 받침에 끼워진 종이 위에 시선을 떨군 채 방씨의 직업, 주소, 연령 등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위포켓에서 흰 철제 껍데기를 씌운 권척(卷尺)을 꺼냈다. 방씨는 짐작이 갔지만 일단 물어보았다.
“무슨 일이 생겼나요?”
“당신이 무허가 건축물을 지었다는 고발장이 본서에 들어와 있소.”
“조사 나오셨군요.”
“우리도 이런 일은 귀찮아요. 우리야 고발장이 들어왔으니 집행할 따름이지만 워낙에 흔한 일이라서…… 이런 일은 이웃끼리 잘 해결하는 게 나을 거요.”
“타협이 안됩니다.”
“모두들 같은 소리요.”
순경은 자를 늘여 두 집의 간격을 재어보았다. 순경이 눈금 위에 손톱을 갖다대고 보여주며 말했다.
“꼭 한자로군. 맞지요? 다섯치라…… 그러면 두 평의 위반입니다. 같이 가셔야 되겠습니다.”
“저는…… 출근하는 길인데…… 나중에 혼자 출두하면 안될까요?”
“댁은 정식으로 기소돼 있어요.”
“내 집을 지었달 뿐인데요. 우린 저쪽에서 시키는 대루 지봉도 짤라내고, 담까지 쌓아주마 했단 말입니다.”
“그건 당신네들 사사로운 건이오. 나중에 손해 배상을 청구하든지 그런 건 맘대루 하시오. 현행법상으로 두 평의 위법 사실만을 경범죄로 다룰 뿐이니까…….”
“경범죄요?”
“삼사천원쯤 준비해 가는 게 아마 좋을 겁니다.”
“왜요?”
“벌금을 물어야죠. 판사가 때리기 나름이지만, 벌금이 없으면 한 사날 구류 살게 됩니다.”
순경이 두 집 사이의 허공을 쳐다보며 실소했다.
“두 평을 침범 했다 그건가?”
“까짓 구류를……살지요.”
반짝, 하며 순경의 가슴께에서 빛이 반사되었다. 순경은 방금 철제 권척을 윗주머니에 넣었던 것이다.
“돈 필요없습니다. 구류를 살지요.”
〔월간중앙 1971. 7; 북망, 멀고도 고적한 곳, 동서문화원 1975〕
2016년 7월 11일 읽음
줄자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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