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시장 석권한 'K-라면'
'K-라면'이 2015년부터 9년 연속 수출기록을 갱신하고 있다고 한다.
'K-라면' / 조명래
헤픈 여자 아니거늘
긴 머리결 파마하고
나를 찾는 님을위해
때와 장소 불문하고
열기조차 마다 않고
야들야들 미소 짓고
이한몸 님을 위해서
무주상 보시 하오니
김치 곁들여 즐기는
세계인의 맛 K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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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즈’는 인스턴트라면에 대해 이렇게 평한 바 있다. 끓일 물만 있으면 신의 은총을 받을 수 있는게 ‘인스턴트 라면이다. 사람에게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면 평생 먹을 수 있다지만, 인스턴트 라면을 주면 그 무엇도 가르쳐줄 필요 없이 평생 먹을 수 있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라면의 원조는 어디일까? 이러한 논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중국 일본은 자신들이 라면의 원조라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라면은 중국 음식으로 한자로는 '납면(拉麵)'이라고 쓴다.
중국에서는 노면(老麵), 유면(柳麵)이라고도 불리는데 납면을 일본식 한자 발음으로 읽으면 우리가 흔히 아는 '라멘'이 된다.
메이지유신 직후인 1870년대 요코하마 등 일본의 개항장에 들어온 중국 사람들이 라멘을 노점에서 만들어 팔면서 일본에 라멘이 처음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에는 라멘이란 명칭이 아니었고 '지나(支那)소바' 또는 '남경(南京)소바'라고 불렸다.
라멘은 닭 뼈, 돼지 뼈, 멸치, 가다랑어포 등을 우려내고 여러 소스를 가미한 육수에 중화면이라는 국수를 말아 먹는 것으로 일본에선 중화요리로 구분됐다.
해서 '라멘'이 일본에서 자생적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전파된 것으로 보는 것이 옳지만 우리가 흔히 먹는 인스턴트라면은 일본에서 제일 먼저 만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패전국인 일본은 구호물자로 밀가루가 넘쳐났다. 사업가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는 밀가루를 원료로 한 식품을 개발해 식량난을 해결함과 동시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직감하고 밀가루 반죽을 입힌 어묵이 기름에 빠지자 밀가루 속 수분이 급속도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며 면을 기름에 튀기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결국 1958년 '치킨 라멘'이라는 최초의 인스턴트라면을 상품화에 성공하지만 그의 인스턴트라면은 너무 일본식이어서 수출을 하진 못했다. 반면에 한국은 일본식 라면에 고춧가루를 넣어 전 세계가 사랑하는 인스턴트라면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결국 라면은 중국이 제일 먼저 만들고 일본이 인스턴트라면으로 개발하고 한국이 전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개량한 것이 K-라면이 된것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라면은 바로 한국식인 것으로서 다시말해 한국의 라면은 일본의 라멘에서, 일본의 라멘은 중국의 라미엔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지만, 한국에서는 보통 기름에 튀긴 면에 스프가 첨가되는 인스턴트 라면을
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라면의 원조는 일본이지만 이를 개량 발전 시킨 것은 분명히 한국이라서 현재 라면의 종주국은 한국이라 해도 무방 하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 라면이 출시 60주년을 맞아 수출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K콘텐츠의 인기와 함께 세계 간편식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관세청과 식품업계에 따르면, 작년 한국 라면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952억 달러(약 1조 2000억원)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2015년 이후 9년 연속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2020년 10월까지 수출액은 765억 달러를 넘어섰다. 한국 라면의 수출액은 2015년에는 2억 달러대에서 2018년에 4억 달러대로 늘어났으며, 2020년에 6억 달러, 2022년에 7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에 국내외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일부 라면 업체는 수출액에 포함되지 않는 해외 생산량을 감안하면 K라면의 세계 시장 규모가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 라면 시장의 1위를 우리나라가 석권하게 된것이다.
한국 라면의 판매 증가는 K콘텐츠 인기 덕분으로 한국 영화와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라면이 노출되어 세계 각국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간편식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한 것도 수출 증가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라면을 도입한 삼양식품은 해외법인을 중심으로 수출 증대 전략을 짜고 있으며, 경남 밀양에 두 번째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인의 라면 사랑은 유별나다. 1인당 연간 70개 이상으로, 매주 한두개씩 먹고 있다. 전 세계 라면 소비 1위 자리를 놓고 베트남과 경쟁중에 있다.
문학작품에도 그 애정이 녹아 있어 이문열은 대하소설 ‘변경’에서 1960년대 이미 한국인의 라면 사랑이 유별났음을 기록했다.
특히 국물을 예찬했다. ‘노랗고 자잘한 기름기로 덮인 국물’에 ‘깨어 넣는 생계란이 예사 아닌 영양과 품위를 보증’한다고 썼고, 소설가 김훈도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에서 국물을 강조했다.
맛있는 라면을 만들려면 물의 양은 조리법에 나오는 550㎖가 아니라 700㎖여야 하고 ‘파가 우러난 국물에 달걀이 스며’야 한다고 썼다.
○ 이젠 환경도 생각해야
그런데 라면 먹고 남은 것, 특히 국물이 애물단지가 되었다. 라면 국물 맛을 결정하는 수프는 사실상 소금국과 같아 나트륨이 약 1800㎎1일 권장 섭취량 2000㎎에 육박한다. 남아서 버려진 국물 속 염분은 토양을 오염시키고 풀과 나무를 고사시키는 등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종이컵 하나 분량인 200㎖ 라면 국물을 정화하려면 그 7300배인 1460ℓ의 맑은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버려진 국물에서 나는 악취도 문제다. 대표적으로 악취에 시달리는 곳이 한강공원으로 한강 편의점의 즉석 조리기에서 끓인 라면은 워낙 인기여서 ‘한강 라면’이란 표현까지 생겼는데 먹다 남긴 국물을 한강으로 연결된 하수구에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즘엔 건강 생각한다며 면만 건져 먹고 국물은 버리는 이도 많다보니 한강공원에 나가보면 하수구마다 전날 밤 버려진 라면 국물 악취가 진동한다고 한다.
일전에 벚꽃 축제가 열린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도 버려진 라면 국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국의 산들도 라면 국물로 신음하고 있다.
1994년 화기를 사용한 취사가 금지된 뒤 등산객 사이에 컵라면이 인기를 끌면서 부터 일부 등산객이 먹다 남은 국물을 산이나 계곡, 심지어 등산로 화장실 변기에 버리고 있다.
얼마 전부터 소셜미디어에 컵라면 인증샷을 남기는 게 유행하면서 피해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한라산 국립공원이 이달 들어 ‘라면 국물 남기지 않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버려진 라면 국물 때문에 맑은 물에 사는 날도래, 잠자리 애벌레, 제주 도롱뇽 서식지가 위협받고 음식 냄새를 맡은 까마귀와 산짐승까지 꼬이고 있다. 라면 국물도 엄연한 쓰레기이다.
산이라면 비닐봉지에 담아 보온병에 넣어 하산하고 한강공원에선 지정된 수거함에 버려야 한다. 몸에 해로운 국물은 자연에도 해롭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전 세계인이 즐겨찾는 'K-라면'답게 라면하나에도 품위를 지켜야 할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