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기사가 보도된 지 꼭 한 달 후인 11월 13일 평화시장 노동자 전태일 씨가 분신자살했다. 언론이 경고음을 발했는데도 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다 끝내 전태일 분신자살이라는 한국 노동운동사 최고의 항의에 직면한 것이다.
10월 6일 기사는 전 씨의 유언이라도 미리 듣고 쓴 것처럼 생생하다.
"15세 가량의 여자 종업원(시다) 1만여 명은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에 월급은 3천원에서 3천5백 원을 받으며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게 돼 있으나 몇 년 동안 한 번도 받지 않았고 (작업장 별로) 40명 중 한두 명이 진단을 받아 모두 받은 것처럼 위조하고 있다."
"평화시장 안 피복상회는 약 7백 개소가 있는데 보통 종업원은 30-40명, 많으면 2백 명까지 채용하고 있다. 작업장은 허리를 펴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천정이 낮으며 방 속에는 먼지로 꽉 차 있다."
이것이 이른바 미싱공장의 실태다. 15,6세 소녀들이 청춘을 바쳐 일하며 섬유 먼지에 폐가 다 망가지고, 좁은 방 가득 찬 미싱 돌아가는 소음에 귀가 먹고, 허리를 못 펴 20대에 이미 꼬부랑 할머니 신세가 되는 작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