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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6 (목) 나경원 “투병 중인 아버지 반대가 불출마 결정에 영향”
나경원 전 의원이 1월 25일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달 12월 23일 국민의힘이 당 대표 선출 방식을 ‘100% 당원 투표’로 개정하자 일약 당심 1위 주자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지난 1월 6일 ‘부채 탕감’ 저출산 아이디어로 대통령실과 공개 충돌한 뒤 출마와 불출마 사이를 오가다 결국 19일 만에 당권 경쟁 무대에서 퇴장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출마가 분열의 프레임으로 작동하고 있고, 국민께 안 좋은 모습으로 비칠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불출마한다”며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 심정으로 그만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출마하리란 예상을 깨면서다. 지난 1월 13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외교부 기후환경대사에서 해임된 뒤에도 좀처럼 출마의 뜻을 굽히지 않았던 까닭이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월 20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공개 사과했고, 연휴 도중 선거캠프 사무실 임대 계약까지 알아보는 등 출마 채비도 해왔다.
하지만 전날(1월 24일) 네 시간 동안 참모진 회의에서 불출마 의견이 비등하는 등 출마를 말리는 의견이 커지자 결국 불출마로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남편 김재호 부장판사의 출마 반대설은 “사실이 아니다”며 “노환으로 투병 중인 부친의 반대가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여권 관계자는 “설 연휴 동안 많은 원로도 불출마를 권유했다”고 전했다.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배경으론 우선 저출산위 부위원장직과 당권이란 두 마리 토끼를 저울질한 게 패착이라고 여권 인사들은 입을 모은다. 나경원 전 의원은 “비상근·무보수·명예직이기 때문에 다른 직을 겸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당 안팎에서 두루 “잘못된 처신”이란 비판을 받았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중요한 정책을 다루는 장관급 직책을 두 개나 줬는데, 자기 정치에 이용했다는 비판이 (대통령실에서) 매우 강했다”며 “전당대회 출마를 두고 대통령실과 거래를 하려는 듯한 태도도 문제였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척지는 모양새가 되면서 당내 고립이 심화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에 1월 13일 서면으로 사표를 내고 바로 해임당하자 이튿날 “해임은 대통령 본의가 아니고 참모들의 이간질 때문”이라고 주장한 게 결정적이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현역 의원은 단 한 명도 나경원 전 의원 편에 서지 않았다. 이 과정에 ‘상가 투기 의혹’ ‘남편의 대법관 예정설’까지 거론되며 상처만 크게 입었다.
타이밍도 놓쳤다. 지난 1월 13일 저출산 부위원장직 해임 때나 1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전에 출마든, 불출마든 결정했어야 했다. 결심을 미루면서 지지율 1위도 김기현 의원에게 내줬다. 지난 1월 22~23일 조사해 1월 25일 발표된 YTN·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도 나경원 전 의원은 김기현 의원(25.4%), 안철수 의원(22.3%)에게 밀려 16.9%를 기록했다.
다만 나경원 전 의원이 막판 불출마로 정치적 퇴로를 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4월 총선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재입성하는 게 현실적인 과제인데, “(윤석열 대통령과) 다리를 완전히 불사르진 않았다”는 평가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나경원 전 의원이 결국 이 정부에 채권을 가지게 된 것”이라며 “총선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재기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나경원 전 의원도 이날 불출마 선언 이후 측근들과 2시간 넘게 오찬을 함께하며 “이게 끝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재명-김성태 모른다?…얽히고설킨 쌍방울 인연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주목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두 사람이 교류했다는 직접적 증거는 제시된 적이 없다. 다만 이재명 대표 주변과 쌍방울 그룹의 얽힌 인연은 적지않아 의문점을 남긴다. 이재명 대표 주변에서 쌍방울과 직접적 관계가 드러난 인물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꼽힌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2011년 1월~2017년 2월 쌍방울 고문을, 2017년 3월~2018년 6월 사외이사를 지냈다.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지사 당선 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부임하면서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쌍방울그룹에서 준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등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있다. 검찰은 이화영 전 부지사가 쌍방울 이사 때는 물론 경기도에 근무할 때도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거론되는 측근 이모 변호사, 나모 변호사도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 출신이다. 이들은 대납 의혹의 해당 사건인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의 변호인이었다. 이 변호사는 이재명 대표의 대선법률지원단장을 맡았고 나 변호사는 지원단에서 활동했다. 두 변호사의 로펌의 계좌에 쌍방울그룹이 20억원을 입금한 기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이 돈은 쌍방울그룹 계열사의 M&A 자금이었고 반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고문변호사를 맡은 김모 변호사, 전 경기도 정책수석 조모 씨도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를 지냈다. 쌍방울 임원들이 이재명 대표에게 후원금을 내기도 했다. 김성태 전 회장과 함께 구속된 양선길 현 회장, 김세호 쌍방울 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개인 최고 한도인 1000만원을 각각 후원했다. 쌍방울 그룹은 개인 자격으로 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표 주변인물은 아니지만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전 기자의 측근인 최우향 쌍방울 전 대표·부회장도 입길에 오른다. 최우향 전 대표는 김만배 전 기자의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A씨는 이화영 전 부지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재명 대표와 김성태 전 회장이 가까운 관계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증언했다.
다만 직접 진위를 알지는 못하고 회사 주변에서 들은 '전언'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데표는 "인연이라면 내의 사입은 것"이라며 쌍방울과 관계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변호사비 의혹을 놓고도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왜, 어떤 방법으로 줬다는 건지 아무것도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의혹 선거법 위반 혐의를 불기소 처분하면서 "쌍방울이 변호사비를 대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김성태 전 회장이 해외도피 중이었고 선거법은 공소시효가 6개월이라 실체적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는 입장이었다. 최근 김성태 전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사유에도 변호사비 관련 혐의를 넣지 못했다. 이재명 대표는 1월 28일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다. 쌍방울 의혹은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가 수사 중이라 이날 조사 내용에서는 빠질 것으로 보인다.
난방비 쇼크… "1인 가구가 22만원"
올겨울 난방비 폭증이 현실화하면서 고지서를 받아 든 주민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에너지 요금 인상으로 예고됐던 것이지만, 예상보다 큰 증가 폭에 놀란 이들의 원성이 폭발한 것이다. 서울 신창동에 사는 직장인 백모(32)씨는 1인 가구인데도 22만8870원이라는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 전년 같은 달 대비 사용량은 비슷했지만, 가스요금은 6만원 이상 늘었다. 백씨는 “가뜩이나 경기도 안 좋은데 가스비까지 이렇게 나오니 살 맛이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고양시 주엽동의 한 아파트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회사원 이모(31)씨는 2021년 12월 7만5852원이었던 난방비가 1년 만에 13만8091원으로 올랐다. 사용량은 약 31% 늘었는데, 난방비는 82%가량 증가했다. 서울 목3동의 한 다세대주택 원룸에서 홀로 사는 직장인 김모(32)씨도 최근 도시가스요금 고지서를 받아보곤 깜짝 놀랐다. 관리비와 전기·수도요금을 합친 금액보다 더 큰 숫자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김씨에게 청구된 도시가스요금은 13만3400원. 사용량은 1.5배 늘었는데, 요금은 2배 가까이 올랐다. 김씨는 “사용량에 비례해 돈을 내면 억울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생활비 타격이 크지만, 난방을 하지 않으면 얼어 죽을 지경이라 식비를 아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난방비 폭등에 따른 충격은 온라인에서도 화제다. 지난 1월 21일 서울 마곡동 주민들이 활동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12월분 관리비 명세서를 올리며 ‘난방비 폭탄’을 호소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주민은 전월 대비 4배 가까이 뛴 12만3620원이 나왔다며 “항상 실내온도를 22, 23도로 맞춰놓고 살았는데 난방비 폭탄이다. 우리 집만 이런가”라고 썼다. 해당 글엔 “이제 보일러를 다 끄고 지내야 할 것 같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지난해보다 난방을 적게 사용했는데도 비용은 10만원 더 나왔다”(포털사이트 블로그)는 글도 있었다.
이 같은 난방비 급증 뒤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LNG(액화천연가스) 평균 가격은 MMBtu(열량단위)당 34.24달러로 2021년(15.04달러)보다 128% 상승했다. 지난해 국내 가스 수입액을 합치면 567억달러(약 70조원)로 전년 대비 84.4% 증가했다. 역대 최대다. 가스를 비싸게 사 오다 보니 가스·열 요금도 줄줄이 인상됐다. 정부는 지난해 주택용 가스요금을 메가줄(MJ)당 5.47원 올렸다. 증가율은 38.4%다. 지역난방 가구에 부과되는 열 요금도 1년새 37.8% 올랐다.
가스요금 인상을 최근 몇 년간 억제했지만, 수입단가 급등으로 가스공사 재정 상황이 악화하면서 더는 버틸 수 없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2021년 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8조8000억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미수금은 가스 판매 가격을 낮게 책정한 데 따른 일종의 영업손실이다. 일단 올해 1분기 가스요금은 겨울철 난방비 부담, 전기요금 인상 등을 감안해 동결됐다. 하지만 2분기 이후엔 추가 요금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전기·가스요금 조정안 설명문에서 “한전과 가스공사 경영을 정상화하고, 에너지 공급 지속성을 확보하는 등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전기·가스요금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책임 공방을 벌였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4일 “직전 문재인 정부에서 2~3배가량 가스 가격이 오를 때 가스비를 13%만 인상해서 적자가 9조까지 늘어나는 등 모든 부담이 윤정부에게 돌아왔다”고 했고,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정부가 긴급하게 재난예비비라도 편성해서 난방비 급등에 어려운 취약계층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비 70만원… 집집마다 ‘난방비 폭탄’
72만5550원. 서울 송파구 아파트 거주자 A씨(74)는 최근 지난해 12월 관리비 명세서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전월 24만5010원이던 관리비가 한 달 새 3배 올랐기 때문이다. 문제는 난방비였다. A씨 집 난방비는 전월 5만2130원에서 이달 54만2030원으로 열 배 이상 치솟았다. 겨울엔 늘 난방비가 오르긴 했지만 1년 전과 비교해도 30만원 이상 올랐다. A씨는 “25도로 맞춰놓고 있었는데 지난달 명세서를 받고선 아예 보일러를 끄고 사는 중”이라고 말했다.
A씨뿐 아니다. 전국 거의 모든 세대가 설 연휴 직전 날아든 ‘난방비 폭탄’을 받아든 상황이다. 지난 한해 꾸준히 올랐던 가스·열요금이 난방 수요가 몰리는 겨울이 되면서 한꺼번에 청구된 것이다. 수치상으론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30%대(도시가스 36.2%, 지역난방 34.0%) 올렸으나 연중 겨울에만 몰리는 난방 수요의 특성상 각 가정은 이제서야 실감하게 됐다. 특히 A씨처럼 중앙난방을 쓰고 단열이 떨어지는 노후 아파트 거주자는 개별·지역난방 대비 실제 인상 폭도 훨씬 크다.
지난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을 전후로 시작된 국제 에너지 위기 여파다. 지난해 한국 액화천연가스(LNG) 현물 도입 기준가격지표인 JKM은 재작년 1MMBtu당 15.04달러에서 34.24달러로 두 배 이상 올랐다. 이 지표는 러시아가 유럽의 경제제재에 반발해 천연가스 공급관을 끊은 지난해 한때 60~70달러대로 치솟기도 했다. 평소의 6~7배다.
정부는 국내 물가 안정을 이유로 가스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해 왔다. 국내 LNG 도입의 약 80%를 맡은 공기업 한국가스공사(036460)에 국제 시세 급등 부담을 미수금 형태로 전가해 왔다. 그러나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작년 1분기 말 4조5000억원에 이르는 등 개별 공사가 현 상황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고 정부는 지난 한해 네 차례에 걸쳐 가스요금을 메가줄(MJ)당 5.47원씩 인상했다. 이게 올겨울 난방비 폭탄으로 이어진 것이다.
문제는 가스요금이 앞으로 더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번 겨울보다 다음 겨울의 ‘폭탄’이 더 크고 강해진다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 국제 천연가스 시세는 여전히 평년대비 높은 수준이다. 이달 초 JKM 시세는 27달러에 이른다. 작년보단 낮아졌지만 재작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두 배 남짓이다. 전문가들의 현 국제 천연가스값 고공 행진이 2025년까지 이어지리라 전망하고 있다. 유럽 주요국의 탈(脫) 러시아산 가스 행렬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연말께 9조원에 이르렀던 가스공사의 미수금도 올 1분기 말엔 14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결국 가스요금을 올리거나 정부가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돈이다. 지난 2012년 고유가 때도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5조5000억원까지 늘었는데, 이를 회수하는 데는 5년 걸렸다.
정부도 물가 부담을 이유로 올 1분기 가스요금은 동결했으나 2분기 이후의 요금 추가 인상을 사실상 예고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2026년까지 가스공사의 미수금을 해소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012년 고유가 여파로 발생했던 5조5000억원의 가스공사 미수금을 회수하는 데만도 5년이 걸린 걸 고려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목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2분기 이후의 인상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난방비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소비자 스스로 실내 적정온도(18~20도)를 유지하는 등 절약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실제 난방비 폭탄 명세서를 받아든 소비자들은 창문과 문틈에 찬바람을 막는 방풍 커튼을 씌우는 등 발 빠르게 자구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실내 난방온도 상한을 역대 최저인 17도까지 낮췄다.
정부 차원에서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정부는 에너지 요금 인상과 맞물려 저소득 취약계층 가구가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에너지 바우처 한도를 재작년 연간 12만7000원에서 19만2000원으로 올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대상 가구가 직접 신청해야 지급하는 제도의 한계 때문에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최근 산업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재작년 83만2014 에너지 바우처 지급대상 가구 중 6.6%인 5만5323가구는 냉·난방비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결혼 3개월 농협 직원 극단 선택… 유서엔 ‘지속적 괴롭힘’
전북의 한 지역농협에서 간부의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으로 30대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월 25일 A씨의 가족 등에 따르면 전북의 한 지역농협 직원 A(33)씨는 지난 12일 자신의 일터 앞 주차장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졌다. 그가 남긴 유언장에는 이 농협 간부 B씨 등 2명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2019년 입사한 A씨는 지난해 1월 간부 B씨가 부임한 뒤 그에게 수없이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B씨는 직원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A씨에게 “왜 일을 그렇게밖에 못하냐”,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모르겠다” 등의 말을 했다. 그는 A씨가 직원 주차장에 주차하자 “네가 뭔데 이런 편한 곳에 주차를 하냐”고 핀잔을 주거나 “너희 집이 잘사니까 랍스터를 사라”는 등의 눈치를 주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B씨가 결혼을 앞둔 상황에는 “매수철인 10월에 결혼하는 농협 직원이 어디 있느냐, 정신이 있는 거냐” 등 폭언을 했다고 가족들은 설명했다.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A씨는 지난해 9월 결혼을 3주가량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당시 그는 가족의 신고로 발견돼 목숨을 구했고, 전주의 한 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으며 2주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후 농협 측은 직장 내 괴롭힘 자체 조사를 시작했고 지난해 12월 5일 정식조사결과 심의위원회를 통해 B씨 등 2명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A씨 가족들은 농협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업무를 분리하지 않은 채 조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A씨는 B씨의 괴롭힘으로 시작된 우울증 등으로 병원에 입원하기까지 했으나 B씨는 A씨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등 모욕적인 행동을 지속했다. 결국 A씨는 지난 1월 12일 자신이 일하던 농협 근처에 차를 세워둔 채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열심히 해보려 했는데 사무실에서는 휴직이나 하라고 해서 (힘들었다)”며 “이번 선택으로 가족이 힘들겠지만, 이 상태로 계속 간다면 힘들 날이 길어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 가족은 이날 전북경찰청 기자실을 찾아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아들이 숨졌다. 신혼 3개월 만에 목숨을 스스로 끊어야만 했던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A씨 동생은 “형은 전북도지사 상을 받기도 할 만큼 열성적으로 일하던 직장인이다. 하지만 얼마나 괴로웠으면 이런 선택을 했는지 가족들은 한이 서렸다”고 말했다. 이어 “형은 괴롭힘을 당할 때마다 세세하게 노트북에 정황을 기록해뒀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농협 측이 노트북을 무단으로 폐기하기도 했다”며 “이 사건을 제대로 규명하고, 형을 괴롭힌 간부와 이 사건을 방관한 책임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았으면 한다”고 했다.
A씨 가족들은 이날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넣고 경찰에도 고소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A씨가 근무했던 지역농협 측은 고용노동부의 매뉴얼대로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농협 관계자는 “A씨와 B씨를 포함해 함께 근무한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했고, A씨의 주장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직원들 의견 등을 토대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와 관련해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고 뒤 A씨에게 한 달간 명령 휴가를 내리고 이후 A씨 부서를 변경하는 등 B씨와 분리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만일 경찰 수사나, 고용노동부 조사 등이 이뤄지면 이러한 내용에 대해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했다.
섬마을 폐교 막은… 84살 할머니의 ‘빛나는 졸업장’
전남 진도군 조도면 서거차도에 사는 여든네살 장숙자씨는 지난 1월 20일 생애 첫 초등학교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장숙자 할머니는 조도초교 거차분교 6학년 교실에서 졸업 기념 가족사진도 찍었다. 교실 벽엔 ‘장숙자 할머니 졸업 축하합니다’라는 종이 펼침막이 붙었다. 옆에는 동창생 3명이 함께 섰는데 그 중 2명이 조카 손주들이다. 꽃다발을 안은 장숙자 할머니는 우여곡절 끝에 ‘빛나는 졸업장’을 받고 환하게 웃었다.
장숙자 할머니는 1월 25일 통화에서 “졸업장도 타고 재미있었어요. 앨범책도 주고, 경찰서에서 장학금으로 10만원이나 줍디다”라고 말했다. 장숙자 할머니는 2017년 3월 78살의 나이로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다. 학교가 폐교될 위기에 처하자, 주민들이 입학을 ‘부탁’했다. 장숙자 할머니는 고민 끝에 이를 수락하고, 쌍둥이인 조카 손주들과 동창생이 됐다. “나하고 마을의 다른 할매 둘이 학교에 갔는디, 한 할매는 노환이 나서 2학년까지 다니다가 말아 뿔고(그만두고) 나만 다녔제.”
장숙자 할머니의 초등학교 입학과 졸업은 소멸위기에 처한 농어촌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전남에선 1982년 3월 1일 삼호중앙국민학교 나불분교와 한골국민학교 등 2곳이 첫 폐교를 한 이래 지금까지 839곳이 사라졌다. 전남도교육청은 “일정기간 휴교가 계속되면 폐교 수순을 밟게 된다”고 밝혔다. 현재 전남에만 학생이 없어 휴교 중인 초등학교가 17곳, 유치원 36곳이다.
고령의 장숙자 할머니 역시 학교를 다니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는 작은 손수레에 의지한 채 30분 정도 걸리는 오르막 등굣길을 오갔다. 집을 나서서 한참을 걷다가 숨이 차면 앉아서 쉬고 다시 기운을 차려 “배울 욕심으로” 학교로 향했다. 그래도 “손지같은 학생들이랑 노래도 함께 부르고 글도 배우는 재미”가 쏠쏠했다. 물론 날이 상당히 춥거나 더울 때면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자습해 개근상을 타지는 못했다. 눈이 어두운 장 할머니는 시험을 치르지는 않았다.
그래도 어느덧 6년이 지나 ‘까막눈’을 벗고 한글에 눈을 떴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던 장숙자 할머니는 길 거리에 나설 때마다 간판에 있는 한글을 읽지 못한다는 게 늘 마음에 걸렸다. “어렸을 적 야학에 나가 ㄱ, ㄴ, 가, 갸만 겨우 배웠는데 학교 다닝께 한글이 알아지데요. 선생님이 징하니(아주) 좋아갖고 공부를 잘 가르치셨오. 인자(이제) 잡지도 읽고 그러요. 보건소 간판도 보이고.”
장숙자 할머니의 담임인 이상섭(47) 교사는 “할머니가 한글을 어느 정도 읽으시고, 쌍받침만 빼면 받아 쓰기도 잘 하신다”고 말했다. 이상섭 교사는 장숙자 할머니에게 다른 과목은 말고, 한글 동화책을 읽게 하거나 치매 예방을 위해 미술 활동을 하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이상섭 교사는 “끈기가 대단하시다. 학교 수업이 끝난 뒤 바다에 가서 일도 하셨던 할머니는 생선을 갖고 와 건네시곤 했다. 자꾸 뭘 주시려고 했던 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장숙자 할머니 등 학생 4명이 졸업한 거차분교엔 2·5·6학년 1명씩 학생 3명이 남았고, 교사 2명이 근무중이다.
동거차도 출신인 할머니는 인근 서거차도로 시집을 와 평생 농사와 바닷일을 하며 2남2녀를 키웠다. 80여명 주민 중 50~80대가 대부분이다. 서거차도 주민들은 농업과 어업을 겸하며 산다. 근해에선 삼치·우럭·병어·붕장어 등을 잡고, 김 양식도 한다. 서거차도엔 초등학교 분교와 보건진료소·면출장소·경찰초소 등이 있다. 목포를 출발하는 정기여객선이 1일 1회 운항된다. 다른 섬을 들르지 않으면 목포까지 5시간이 걸리고, 돌아가면 8시간도 걸리는 먼 섬이다. “평생 보리 갈고 고구마 갈고, 갱번에 나가 미역도 따며 살았오. 올해 설 명절엔 날이 궂어 자식들이 있는 육지에 나가질 못했오. 영감(남편)은 20년 전에 먼저 가부렀고. 나도 빨리 죽어야 할 것인디, 어쩌까 모르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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