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 “집값 20% 떨어진다” 놓고 내기
교수 vs. 분석가 캔버라-최고봉 230km 걷기
호주의 주택가격이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해 매스컴을 타고 있는 경제학 교수와 그의 예측에 도전하는 민간업체 경제분석가 사이에 내기가 벌어져 화제가 되고 있다.
맥쿼리그룹의 로리 로버트슨 씨는 호주 집값이 미국의 현 하락폭의 2배인 40퍼센트나 폭락할 것이라는 웨스턴시드니대학 스티브 킨 교수의 예측이 적중할 확률은 1퍼센트밖에 안 된다며 지난 주 공개적으로 내기를 제안했다.
로버트슨 씨는 지난 1996년 금융시장의 압도적인 예상과 달리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해 ‘금리인하 로리’ (Rate cut Rory)란 별명을 얻은 전문가.
킨 교수는 로버트슨 씨의 내기 도전을 받아들여 집값 하락이 20퍼센트 미만에 그칠 경우 캔버라에서 호주 최고봉인 해발 2천 2백 28m의 코시우스코산까지 2백 30km 걷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로버트슨 씨는 “게다가 진 사람은 ‘나는 집값에 대해 구제불능으로 잘못 예측했다. 어떻게 예측했는지 내게 물어봐라’ 라고 쓴 티셔츠를 입고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호주의 주택 과잉공급 부족과 훨씬 절제된 주택담보대출 시장, 그리고 특히 중앙은행의 주택대출금리 인하능력에 비추어 가격하락이 제한적이 될 것이다. 2년 내에 내가 쉽게 이길 것으로 본다”고 장담했다.
주택가격 하락폭은 호주통계청 수치를 사용하여 2008년 2월 분기부터 시작해 정점에서 저점까지의 폭을 측정하게 된다.
킨 교수는 “결과를 알려면 15년이 걸릴 수 있다. 그때 가서도 여전히 내 건강상태가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 역시 마찬가지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로버트슨 씨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킨 교수의 예측대로 40퍼센트 폭락하려면 사실상 호주 금융시스템이 붕괴돼야 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호주 하우스 가격은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1.8퍼센트 하락하여 1978년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호주인들의 가계부채는 1999년 이후 가계소득의 약 1백 60퍼센트로 거의 2배나 증가했는데, 이는 미국이나 영국보다 더 높은 수준이며 같은 기간 동안 전국 하우스 평균 가격은 1백 40퍼센트 가량 치솟았다.
한편, 이안 맥팔레인 전 호주중앙은행 총재는 3일 한 연설을 통해 호주 전국의 주택가격이 일부 전문가들의 예측처럼 30-40퍼센트 가량 하락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맥팔레인 전 총재는 호주의 주택시스템이 특히 미국 및 영국과는 아주 판이하게 다르다면서 주택부문 내부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있어 가격이 곤두박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3년에 하우스 가격이 20퍼센트 이상 치솟고 주택담보대출이 20퍼센트 증가하고 이중 40퍼센트가 투자 부동산으로 몰리던 때에 큰 문제가 있었다면서 지금은 한결 나아지고 물론 공급과잉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