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의 이름으로 반딧불이의 장애학생들이 운동장이 있는 3층 건물로 이전할 수 있도록 주변에 알려 주세요. 장애인과 비 장애인의 장벽을 허물고 우리는 다시 빛을 밝히고 싶어요”
최근 페이스북에서 용인시민을 중심으로 '반딧불이 문화학교 알리기 챌린저'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다.
재개발로 6월 말이면 떠나야 하는 위기에 놓인 반딧불이 문화학교의 상황과 용인시의 대응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내용의 글을 공유하며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반딧불이 문화학교(現 사단법인 반딧불이)는 용인시 처인구 옛 보건소 자리에 위치한 특수 교육 기관이다.
지난 2003년 6월 개교한 이래 수천 명의 수강생이 거쳐가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창작 및 공연예술 활동을 매개로, 교류와 상호이해 증진을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반딧불이문화학교가 일반 장애인 교육기관과 다른 점은 다양한 문화교육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배운다는 것이다.
설립 목적에 기반하여 매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져 각종 활동을 진행하며, 장애인에 대한 사회인식개선과 재활 및 자립을 위한 각종 행사를 실시하면서 그들만의 교육 효과를 증명해왔다.
반딧불이 박인선 교장은 “아이들이 배운 것을 결과물로 보여주면 장애인들은 자기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보는 사람들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매년 진행되는 정기예술제가 그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는 10월 19일 정기예술제가 거행되었다. 지금까지 제16회를 맞는 반딧불이 정기예술제는, 용인시 의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기부·후원자들, 백군기 용인시장까지 참여해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기부·후원자 중, 개그맨 이승환은 2007년부터 홍보대사로 있으면서 후원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행사에 참석한 백군기 용인시장은 “비장애인 역시 예비 장애인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교류와 상호이해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며, “반딧불이 문화학교를 통해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창작 및 공연예술 활동을 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관심과 장벽허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용인시에서는 이를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도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경제 속에서도 후원과 관심을 아끼지 않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반딧불이 문화학교는 매년 3월부터 12월까지 1년 과정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에 참여하는 수강생만 수백 명에 이른다. 문예창작교실, 규방공예교실, 합창교실, 원예치료교실, 미술치료교실, 도자기교실 등 다채로운 강좌에 참여한 일반인들은 장애인과 모든 과정에 함께하며 작지만 큰 변화를 경험한다.
박인선 교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문화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각종 체험을 하게 되면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요. 일반 아이들에게 장애인의 행동이 처음엔 무섭게 느껴지더라도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잘 어우러지고 졸업할 때쯤이면 생각의 변화를 갖게 된다.”면서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자신이 갖고 있는 걸 서로 부족한 곳에 채워주다 보면 어느새 하나가 되어가고, 이런 이유로 반딧불이 문화학교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이 없다. 이게 바로 ‘공동체 세상’이 아닐까 싶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그들이 빚어낸 결과물은 연말에 열리는 반딧불이문화학교 예술제를 통해 ‘반딧불이’라는 이름처럼 어둠 속에서 밝혀지는 작은 빛이 하나둘 모여 일반인들의 가슴을 뜨겁게 적신다. 예술제에 참석한 사람들은 그들의 공연과 작품을 본 후 큰 감동을 받고 떠나곤 한다.
이 과정을 누구보다도 흐뭇하게 느끼는 사람은 바로 반딧불이 문화학교를 만든 박인선 교장이다. 그런데 최근 그에게 깊은 근심이 생겼다.
반딧불이문화학교의 자리가 아파트 재개발 구역에 포함돼 학교건물을 헐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6월 말로 이 자리를 떠나야 한다.
박 교장은 학교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절박함과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 부모들을 생각해 탄원서도 제출하는 등 위기 상황을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시청 담당부서로부터 들려오는 얘기는 ‘법과 원칙’이란 말과 상처뿐이었다. 그동안 시에서 제시한 곳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둔 부모의 고통까지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박인선 교장은 “제 입장만 생각하면 어디든 감사하지만 정작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장애인들을 위한다면 그들이 편리한 시설과 편리한 곳에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 아이를 어릴 때 학원에 보내려고 해봤는데, 계속 소리를 내다보니 다른 부모들이 아이가 배울까 봐 꺼려하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해보자 하고 주변을 돌아보니 우리 아이 같은 아이들이 많은 거예요. 그땐 무식하니까 용감했죠.” 라고 말했다.
사실 박 교장은 자신의 아들이 자폐성 발달장애 1급을 갖고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을 잘 알고 있다. 반딧불이 문화학교를 설립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재개발 시행사 측이 건물을 비워달라고 제시한 시한은 오는 6월 말이다. 그래도 장애학생들을 생각하면 여기서 멈출 수 없기에 박 교장은 오랜 기간 용인시에 호소하며 대안을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뛰고 있다. 이러한 박 교장의 노력과 안타까움을 느낀 지역에선 반딧불이 문화학교 이전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각계각층의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박 교장은 “주변의 관심과 도움을 주시려는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시장님과 시청관계자들도 도움을 주기위해 모두 노력하고 있으니깐 좋은 대안이 만들어 질 거라 기대한다. 좋은 결과가 나오길 매일 기도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많지 않다. 박 교장의 말처럼 하루빨리 라도 좋은 대안이 나와 어둠의 터널을 지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장벽을 허물고 다시 빛을 밝히는 반딧불이 문화학교로 만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