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치의 '양아치리즘'
임 춘 훈 언론인, 전 <한국방송공사> 미주지사 사장
"문재인 대통령과의 친분 관계는?" "깜짝 놀랄 사이다." <주간조선 2019년 12월2일자 인터뷰>
대통령과의 관계가 "깜짝 놀랄 사이"라면 어떤 사이일까요?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제왕처럼 군림하는 나라에서 대통령과 깜짝 놀랄 사이인 사람은 얼마나 깜짝 놀랄만큼 '우아하게' 팔자를 고쳤을까요?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한 통신사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정직하고, 용서하며, 끌어안는 대통령이 돼 달라"고 당선인에게 당부했습니다. 문재인의 '평생 은사'라는 여주대학 총장 고기채(81) 이야기입니다. 고기채는 지난해 6월 여든의 나이에 여주대 총장에 부임했습니다. 이 대학은 엄청난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권에 로비를 하고 일부 비자금을 학교관계자들이 횡령하는가 하면 만성적인 부실운영으로 퇴출위기에 몰린 대학입니다. 불법 로비와 횡령 주범인 행정지원실장은 고 총장의 사위입니다.
이 사건을 담당하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고기채 총장 부임 한달만에 돌연 경질됐습니다. 새 청장은 고기채의 전남 해남 동향 출신이자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지인입니다. 사실상 고기채가 여주대를 살리기 위해 '맞춤형' 경찰청장으로 '모신' 거지요. 새 경찰청장이 여주대 비리사건을 제대로 수사하기는 애시당초 글러먹은 구도가 짜여진 셈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고기채 총장의 깜짝 놀랄 관계가 이런 엄청난 '범죄 축소-은폐 커넥션'으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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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채는 경희대 학생처장 때 문재인 학생을 처음 만났습니다. 문재인이 군에서 제대한 후 빈둥거리고 놀 때 그를 고향인 전남 해남에 있는 고찰 대흥사에 보내 사법고시 공부를 하도록 주선한 인물입니다. 고기채는 사찰 관계자들에게 당부했다지요. "공부에 방해되지않게 누구도 재인이 면회를 못하게 막아라, 단 한 사람만 빼고--." 이 단 한 사람이 스물네살 꽃띠 처녀 김정숙입니다. 김정숙은 스승의 '허락' 하에 무시로 대흥사 요사채에서 애인과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40여년 후 대한민국 청와대의 주인이 될 '기품있는' 커플답게 잘 때는 손만 잡고, 어쩌면 손도 안 잡고 잤을 거라는 어우야담(於于野譚)같은 '대흥사 야담'이 전해집니다. 고기채가 말한 "깜짝 놀랄 인연"이라는 게 혹시 문재인-김정숙 커플을 확실하게 운명적으로 맺어준 '대흥사 요사채의 데이트'를 에둘러 자뻑하고싶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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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대는 고기채 총장과 그의 사위가 전방위로 벌인 정치권 로비의 약발이 먹힌 건지 퇴출위기를 넘겼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낸 민주당 의원 도종환 등이 국회에서 여주대 구명을 위해 열심히 군불을 지펴줬습니다. (도종환과 그의 보좌관은 이른바 쪼개기 수법으로 수천 만원의 로비자금과 골프-해외여행-상품권 등을 수수한 것으로 밝혀짐.) 경기남부경찰청장은 고향 어르신이자 대통령과 '깜놀' 사이인 고기채를 위해 여주대 비리 수사를 적당히 뭉갰습니다.
아마도 수천 명은 족히 될듯싶은 고기채같은 '깜놀' 문빠들이 전국에서 활개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대통령의 측근실세와, 측근실세와 가까운 측근과, 실세와 가까운 측근의 측근의 측근과 깜짝 놀랄만큼 가깝다며 각종 잇권을 챙기거나 사기를 치고 다니는 문빠들이 넘쳐납니다. 실제 대통령과의 거리가 지구에서 명왕성만큼 아득한 놈들도, 허다못해 국립공원 화장실 똥치는 잇권까지 챙기며, '문빠의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무법천지에, 먹자판에, 권력 야바위꾼들이 도처에서 '메뚜기 한 철'을 즐기는 양아치 세상이 됐습니다. 몹쓸 '양아치리즘'이 판치는 70년 헌정사상 처음 경험하는 총체적 '난장(亂場)정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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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검경(檢警)수사권조정 관련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습니다. 검찰은 '잡범 수사처' 신세로 쪼그라졌고, 공수처와 경찰권한 확대로 대통령과 권력실세들이 관련된 권력형 부정 비리는 99% 은폐가 가능해졌습니다. 문재인-고기채의 '깜놀 커넥션' 같은 것, 이를테면 지역 토호나 유력인사들이 권력에 줄을 대 경찰서장이나 청장을 갈아치우면서 자기네 범죄를 은폐 조작하는 일이 '경험칙상' 가능해졌습니다.
한국 경찰은 대체로 정치권력에 취약합니다. 자치경찰 운운하지만 실제로는 중앙집권적 국가경찰 형태입니다. 미국과 달리 전문적인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경찰의 인권유린과 수사의 정치적 편향성은 검찰보다 심한 게 사실입니다. 문재인이 '아는 형님' 송철호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려 짜낸 궁리가 '경찰 카드'였습니다. 황운하라는 사냥개 한마리를 울산경찰청장이라는 직함을 줘 선거판에 풀어놨습니다. 권력지향성이 유별난 이 자는 당선이 확실시되는 현직의 야당후보가 공천장을 받는 날 비리혐의가 있다며 그의 사무실을 덮쳤습니다. 선거기간 내내 있지도 않은 각종 혐의를 언론에 흘리며 야당후보를 물어뜯었습니다. 강호동의 '아는 형님' 아닌 문재인의 '아는 형님'은 8전8패 끝에 9전1승으로 울산시장에 당선됐습니다. 임무를 성공적으로 끝낸 사냥개는 그 후 대전경찰청장으로 영전했고, 10년은 감옥에서 썩어야 할 이 희대의 부정선거 사범은 지금은 국회의원이 되겠다며 검찰 개혁 어쩌구 설레발을 치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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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세편살--.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의 줄임말로, 요즘 젊은이들이 즐겨쓰는 신종 유행어입니다. 19세기 유럽을 풍미한 데카당의 퇴폐 언어가 현대에 소환된 것 같은 표현입니다. 요즘 대통령 문재인의 복세편살이 점입가경입니다. 법도, 제도도, 관행도, 상식도 오불관언입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 칼에 잘라 풀듯 국가 최고의 통치 가치인 헌법조항 같은 것도 간단히 쓰레기통에 처넣고, 자기 하고싶은 짓은 뭐든지 멋대로 엿장사 맘대로 해치웁니다. 참으로 엿같은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어제 기자회견에서 문재인은 또다시 조국 찬가를 불렀습니다. "조국이 겪은 고초에 큰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나요?
전 국민이 열받아 연인원 천여만 명이 광화문에 몰려들어 희대의 사기꾼 조국을 규탄한 게 엊그제입니다. 조국 부부는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미 5000만 국민배심원단에 의해 '극형'에 처해진 중범죄자입니다. 헌데 대통령이라는 위인은 "아직도 조국은 내사랑" 어쩌구 80년대 유행가 부르듯 조국에 대한 무한 연모(戀慕)의 정을 드러냅니다. 조국때문에 상처받은 5000만 국민에게 진 마음의 빚은 문재인에겐 털끝만큼도 없는 모양입니다.
문재인은"조국이 짠하다"며 사법부에 레이저 눈빛을 쐈습니다. "조국부부 재판 알아서 하라"고 판사에게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입니다. 유죄 판결이 나오면 판사는 물론 대법원장까지 손 볼 기세입니다. 단순무식한데다 복세편살의 인생관(?)까지 체화(體化)된 문재인은 조국을 위해서라면 대법원장의 목도 간단히 자를 위인입니다.
문 정권이 오는 4월 총선에서 이기고 여세를 몰아 2022년 대선에서도 승리하면 사회주의 건설을 향한 대장정이 본격 막을 올릴 겁니다. 이를 위해 문재인은 차기 대권 후보로 아직도 '조국 옵션'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재인과 조국--.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 두 모진 액운(厄運)과 결별하는 때는 언제쯤일까요? 과연 결별이 가능하기는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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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고 용서하고 끌어 안는 대통령이 돼 달라."
고기채가 취임 초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넨 당부의 말입니다. 지난 3년여, 문재인은 평생 은사의 이같은 바램과 거꾸로 갔습니다. 부정직하고,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증오하고, 이들을 끌어안기보다는 매정히 내치며 국민을 분열시키는 일에만 용맹정진했습니다. 그 결과 나라는 이념 세대 지역 연령 성별 빈부 등으로, 갈라파고스 코끼리거북의 등짝처럼 완강히 갈라졌습니다 .
80 산수(傘壽)를 넘긴 고기채는 자신이 대통령 만들어줬다고 자부하는 제자 문재인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지방대 총장 자리도 벼슬이라고 감지덕지하며, 감옥에 들어가 있는 사위 빼내려 '김정숙 찬스'를 쓸 궁리나 하고 있을까요? 40년 전 대흥사 요사채 출입을 허가한 유일한 사람, 지금은 무소불위 청와대의 수퍼 파워가 된 김정숙 찬스를 쓰면 고기채 사위 감옥에서 빼내는 것쯤은 쨉도 안 될 겁니다. 이렇게해서 대통령의 평생 은사님도 문 정권 양아치리즘의 희생자, 혹은 수혜자가 돼 가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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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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