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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정보,여행기 스크랩 [060720] 同好人과 함께하는 깜짝 평내역 다녀오記
츠칵스 추천 0 조회 911 06.07.21 00:55 댓글 8
게시글 본문내용

사건의 발단은 상봉역 근처 식당에서 일어났습니다. K123 구리역님을 채팅방에서 만나게 되어 오프라인에서도 보자고 하고 망우역에서 만남을 가진 뒤 같이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상봉터미널 쪽으로 이동하여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슬슬 마무리를 할 무렵 불현듯 이번에 곧 없어지게 되는 평내역 이야기가 나왔고 말이 나온 김에 한번 다녀와보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때가 15시 약간 넘은 시각...조회해보니 청량리에서 15시 20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가 평내역에 정차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여유시간은 20분...

 

그때부터 스릴 만점의 시간 쫓기 전쟁에 돌입하였습니다. 신속하게 계산을 하고 거리로 나와 그야말로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청량리역에 당도하여 승차권을 끊은 시각은 발차 30초전...출입문이 닫히는 바로 그 찰나에 열차 앞에 도착하고 승무원은 출입문 재개폐 취급을 하여 무사히 탈 수 있었습니다. 이때 이 열차를 타지 못했으면 버스로 대체했어야 하는 상황...천만 다행히도 열차를 이용하여 평내로 갈 수 있었습니다. 미리 약속하지 않고 출발하는 충동여정은 이렇게 시작하였습니다. 우리 사이에는 約束はいらない.....(♠1)

 


[장면 1] 철도를 동경해하는 한 동호인의 꿈...철로를 바라보는 시각은 곧 현실이 되어 이 구간을 왕복하게 됩니다.

 

K123 구리역님은 경춘선을 이용하는 것도 오늘이 처음이고, 리미트형 무궁화호 객차를 타는 것도 오늘이 처음이라 하셨습니다. 평내까지의 짧은 시간을 가는 것이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하고, 경춘선의 경치를 감상하며 남춘천을 향하여 동진(東進)하였습니다. 화랑대역만 지나면 바로 전원적인 풍경이 나오는 경춘선은 철도여행의 극치라 할 수 있습니다. 비록 날씨는 우중충하고 흐렸지만 천천히 움직이는 열차 속에서 바깥으로 스쳐 지나가는 농가며, 목축장이며, 높은 산을 바라볼 때면 기차 여행이란 이런 것이구나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산들바람의 자취를 쫓듯이 열차는 선선한 느낌으로 이동해 갑니다.(♠2)

 

 

[장면 2] 차창 밖의 경치, 그리고 그 경치와 어우러진, 이 시간이 있도록 만들어 주는 승차권입니다.

 

30분 약간 넘은 시각, 짧은 만남을 마치고 최신형 리미트 객차는 옛 모습의 평내역에 도착합니다. 제법 많은 승객들이 이 역에서 하차합니다. 그러나 이 승객들이 가진 표를 걷어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무배치 간이역인 평내역은 쓸쓸하게 역 건물만 덩그러니 놓여진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길만 걸어가는 사람들을 무심하게 쳐다보고만 있습니다.

 

 

[장면 3] 옛것과 새것, 그리고 한적함과 북적임이 공존하는 평내역의 단편적인 장면입니다.

 

승강장 한복판에 역 건물이 위치한 평내역의 특이한 구조는 중앙선 팔당역을 비롯하여 전국에 흔치 않는 구조입니다. 그렇지만 이 한적한 작은 간이역의 주변은 쌩뚱맞은 환경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파트가 역 주변에 한산하게 배치되어있고, 또 지금도 올라가고 있는 주변 환경은 마치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조용한 시설물 주변으로 난립한 현대 사회의 삭막한 건축물'들'을 연상시킵니다. 지금은 신도시로 한창 개발중이지만 역 만큼은 예전의 모습을 간직하며 쉬어가는 장소를 제공합니다.

 

 

[장면 4] 문이 닫힌 고요한 맞이방은 인정많던 따뜻한 온기 대신 차가운 분위기입니다.

 

먼지가 자욱하게 낀 맞이방의 실내는 꽉 막혀버린 매표창구가 정면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옛날, 직원이 있던 시절에는 주변 마을에서 오는 노인들이 한참동안 매표소 앞에서 승차권을 구입하고, 또 그렇게 하며 느리게 가는 시간을 맛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얼마 안되는 정차열차를 제외하고는, 빠른 속도로 통과하는 무궁화호를 바라보며 점점 빨라져만 가는 세상 속에서 자취도 없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지 불어오는 바람만이 그 옛 모습들을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3)

 

 

[장면 5] 21.4Km지점의 평내역은 곧 있으면 옛 이야깃거리가 됩니다.

 

평내역의 역간판은 아직도 유지가 되고 있는 한국철도 역삼각마크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수도권 인근의 또다른 무배치 간이역인 곡산마저도 철도공사의 신 CI로 바뀌어있었더만 아직도 한국철도의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합니다. 다만 한편으로는 곧 없어질 역이니 그냥 두어도 상관 없다는 방침도 있겠지만, 바뀌어버린 평내역 대형 역간판은 그 공식이 성립되지 않음을 보이고 있습니다.

 

 

[장면 6] 구시대의 역명판은 새롭게 이설될 평내역사를 뒤로 하고 아직도 다 할 수 있는 소임의 종료를 바라봅니다.

 

평내역을 들어오기 위해서는 마석과 금곡 방향 모두 곡선을 돌게 됩니다. 산모퉁이를 끼고 달리는 경춘선 선상에 위치한 작은역 평내. 곡선을 돌아나가며 꺾여지는 선로의 미학은 곧 이설될 복선&전철&직선화 공사에 밀려 없어집니다. 철도를 이동수단으로서만 타고다니는 일반인들은 편해지지만 철도애호인의 입장에서는 또하나의 추억거리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장면 7] 평내역의 한적한 분위기를 깨는 배경은 모산역의 그것보다도 더한 모습입니다.

 

잠시 만난 평내역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빨리 나와야 했습니다. 더 있고 싶은 아쉬움이 들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세상을 돌리는 톱니바퀴 속의 한 이빨의 역할을 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나옵니다. 금곡에서 다시 열차를 타고 돌아가는 마음, 비록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바쁘게 살아가지만 간이역이라는 존재가 있기에 분명 쉴 수 있고, 가끔 안정을 되찾으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있게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간이역 또한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들 중 일부이며,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다는 것입니다.

 

 

[장면 8] 금곡역의 곡선을 돌며, 열차는 진입합니다. 여행의 시작에 타는 열차와, 돌아가는 열차의 마음가짐은 틀립니다. 전자는 기대감, 후자는 아쉬움을 남기며 기적소리를 냅니다.

 

순간의 충동(♠4)에 못 이겨 급작스럽게 방문한 평내역 이야기는 청량리역에 도착하므로서 마무리됩니다. 우발적이기는 했어도 이렇게 가끔씩 일탈하므로서 쳇바퀴 돌리듯 반복적인 일상에 청량제 역할로 다시 재충전되는 기회가 항상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일정에 함께 해주신 K123 구리역님께 대단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리면서 곧 사라질 평내역의 마음을 오늘 새롭게 가슴에 새겨봅니다.

 

 

[마지막] 작별하는 친구에게 술을 권하듯...술잔을 기울이며 옛 일들을 추억합니다.

 

060721 0036 작성

060721 0054 게시

 

♠1 : ♪約束はいらない - 에스카플로네 OP
♠2 : ♪Silhouette of a Breeze - 엠마(영국 사랑 이야기) OP
♠3 : ♪The Wind Of Memory -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 광시곡' 삽입곡
♠4 : ♪Before th Moment - 피치피치핏치 퓨어 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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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6.07.21 01:01

    첫댓글 약속은 없습니까..ㅎㅎ 잘봤습니다!

  • 06.07.21 02:30

    참 스릴 만점이었을듯.. ㅋ_ㅋ; 잘 봤습니다~

  • 06.07.21 08:10

    천번째 사진... 의정부 방향인데.... 건설 새마을 인가요?......

  • 06.07.21 16:06

    네 건설 새마을입니다..^^

  • 06.07.21 11:15

    마지막 사진 술병 이슬같은데요.. (왜 이런것들만 보이냐.. 퍽)

  • 06.07.21 11:51

    잘봣어요....담엔 기회디신다면 저도^^

  • 06.07.21 18:36

    마지막 사진 소주병이....ㅎ

  • 06.07.22 08:43

    망우역 식사의 지존은 Costco Wholsale 지하의 피자와 핫도그...회원 아니라도 먹을수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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