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 교리서와 함께 “교리 문해력” 높이기 (26)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
사도신경을 바칠 때 우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신앙 고백이기도 한 ‘하느님의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부른 뒤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셨음을 고백합니다. 참 하느님이신 분께서 성령의 힘으로 말미암아 마리아로부터 참 인간으로 태어나셨음을 고백하는 이 신앙에서 마리아께 대한 교회의 믿음이 나옵니다. 마리아에 대한 4대 교리로 요약하기도 하는, 하느님의 어머니, 원죄 없으신 잉태(무염시태), 평생 동정, 승천(몽소승천) 교리와 같이 마리아에 대하여 가톨릭 교회가 믿는 것은 모두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487항).
인류 구원을 위한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은 우연히 어느 순간 갑자기 결정된 것이 아닙니다. 천지 창조 이전부터 하느님의 계획 안에 있던 것이었으며 이 파견에서 성부께서는 성자에게 인간의 몸을 마련해 주시기 위해 한 인간의 자유로운 협력을 바라셨습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488항). 다른 인간들과 똑같이 어머니의 뱃속에서 잉태되고 세상에 태어나도록 준비하셨으며 이를 위해 한 인간 어머니를 미리 선택하셨습니다.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 마리아는 자유로이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따른 자신의 소명에 동의할 수 있도록 하느님의 은총으로 인도되어야 했습니다. 교회는 이러한 하느님의 은총이 마리아의 잉태 순간부터 이미 주어져 그분께서는 여느 인간들과는 달리 원죄에 물들지 않게 보호되셨음을 우리의 믿음으로 고백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491항).
예수 그리스도의 잉태는 우리가 늘 고백하는 대로 성령의 힘으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남자와 여자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인간의 출생과는 다른, 오직 성령의 힘으로 이루어진 잉태이며 남자를 알지 못한 동정녀의 몸에서 이루어진 사건입니다. 그리고 교회는 마리아가 동정으로 어머니가 되었다는 신앙을 더욱 깊이 묵상하는 가운데 잉태만이 아니라 그분께서 하느님의 아들을 낳는 순간은 물론 평생토록 동정이었음을 고백하기에 이릅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499항). 성경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형제들에 대한 언급을 들어 평생 동정을 반박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이는 동정 마리아의 다른 자녀들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제자 마리아의 아들들(야고보와 요셉, 마태 13,55; 28,1)이거나, 구약성경의 표현 방식대로 가까운 친척을 일컫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에 대해 성부께서는 다른 모든 창조된 인간들보다 더 온갖 영적 축복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동방 교부들은 그래서 그분을 “온전히 거룩한 이”라고 불렀으며, 하느님의 은총으로 일생 동안 어떠한 죄도 범하지 않으신 분입니다. 죽음 이후 영혼과 육신이 분리되어 육신은 지상에 남아 부활의 그날을 기다리게 되는 여느 인간과 달리 하늘로 불러 올림을 받으신 마리아의 승천에 대한 믿음 또한 앞서 살펴본 마리아께 대한 교회의 믿음이 지닌 연장선 상에서 이루어진 신앙 고백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은 그분이 바로 하느님을 낳으신 ‘하느님의 어머니’이시기에 하느님께서 잉태의 첫 순간부터 죽음 이후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에 걸쳐 특별한 은총을 베풀어 주심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입니다. 마리아께 대한 우리의 모든 믿음은 그분이 낳은 참 인간 예수께서 동시에 참 하느님이시라는 우리의 신앙에서 나옵니다.
QR코드로 가톨릭 교회 교리서 이북을 보실 수 있습니다.
교리서 210~220쪽, 484~511항을 함께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2024년 9월 29일(나해) 연중 제26주일(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춘천주보 4면, 안효철 디오니시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