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화이글스가 참 많이 졌다고 느끼시죠?
실제로 최근에 이긴 경기보다 진 경기가 좀 더 많습니다.
우리 승패표가 나빠진 것은 지난 7월 18일 kt전에서 진 이후부터인데요
이날부터 오늘까지 21경기에서 8승 13패를 기록했죠
이 기간 동안 승률은 .381에 불과하고
그것 때문에 승패마진 5개를 까먹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문제가 뭘까요?
(물론 여기저기 다 문제니까 많이 지겠지만)
21경기에서 8승 13패를 찍는 동안
팀 공수 밸런스가 어땠는지 한번 찾아봤습니다.
우리는 이 기간 동안 승리한 8경기에서 50점을 뽑았고 (이긴 경기 평균 득점 6.2점)
패배한 13경기에서는 56점을 올렸네요 (진 경기 평균 득점 4.3점)
이긴 경기와 진 경기의 기복이 좀 있습니다.
그러면 실점은 어떨까요
승리한 8경기의 실점은 21점이고 (이긴 경기 평균 실점 2.6점)
패배한 13경기 실점은 101점입니다 (진 경기 평균 실점 7.7점)
이긴 경기와 진 경기의 기복이 (공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심했네요
왜 어떤 경기는 실점을 3점 아래로 제어하는데
어떤 경기는 7점 넘게 내주면서 질까요
혹시, 우리 타자들의 공격이 너무 허접하고 빨리 끝나서
투수들이 맥 빠지고 지쳐 힘을 못 써서 그런걸까요?
아마 그런 부분이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죠.
공격과 수비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좀 다른 원인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이긴 경기와 진 경기의 선발투수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21경기의 선발 투수와 승패가 어떻게 연결됐는지 한번 보시죠
이긴 경기 선발투수 : 외국인 6회 + 국내선발 2회
패한 경기 선발투수 : 외국인 1회 + 국내선발 12회 (김진영 1회+김성훈 1회+김범수 2회 포함)
우리는 외국인 투수가 등판한 경기를 거의 모두 이겼고
토종 선발투수가 등판한 경기에서 거의 모두 졌습니다.
자, 2가지 가정을 해봅시다.
[1] 타자들이 국내 선발투수가 나온 날은 상대적으로 점수를 못 내줬다
[2] 국내 선발투수가 상대 선수들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실점을 허용했다
과연 어느 가정이 <참>과 가까울까요?
만일, 타자들이 국내 선발투수 등판 경기에서 공격을 맥없이 해서 수비에 영향을 준 것이 사실이라면
혹시, 국내 선발투수의 볼질 또는 많은 실점이 야수들을 맥빠지게 해서 공격에 영향을 미쳤을 확률은 없을까요?
앞에서 제가 언급한 것 처럼, 그리고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 처럼
공격과 수비가, 또 수비와 공격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말입니다.
2018이글스의 팀 타선은 약합니다. 이건 부인할 수 없는 팩트죠.
그런데, 7월 중순 이후 팀 승패표가 나빠지고 승률이 깎인 것이 <타선탓>이라고 보기에는 좀 문제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타자들은 이기는 경기든 지는 경기든 꾸준히 비슷한 득점을 올려주고 있거든요
7월 27일날 16득점을 올리면서 이긴 경기가 있어 평균 득점이 좀 늘었는데
그 한경기를 빼면 이긴 경기 평균득점 4.8 & 진 경기 평균득점 4.3으로 거의 똑같아지죠
반대로 투수진은 최다실점 경기 하나 (엊그제 넥센전)를 빼고 계산 해도
나머지 패한 경기 평균실점 7.0 & 이긴 경기 평균실점 2.6으로 격차가 여전합니다.
타자들은 이기든 지든 4~5점을 나름 꾸준히 내줬고, 투수들은 실점이 들쭉날쭉했다는 얘기죠.
2018이글스 투수들은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해줬습니다. 이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팩트입니다
하지만, 7월 중순 이후 팀 승패표가 나빠지고 승률이 깎인 건 투수진의 힘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발 전환 후 잘 던져준 윤규진의 페이스가 나빠졌고
김재영 김민우가 그럭저럭 로테이션을 돌아줬으나 최근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며
김범수 김성훈 김진영 등을 새롭게 기용해 돌파구를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외국인 만큼의 득점 억제력을 보여주지는 못한거죠
윤규진은 선발 전환 후 한동안 괜찮은 공을 던져줬고
김민우 김재영도 때로는 꾸역꾸역, 때로는 퐁당퐁당, 어떤 날은 호투를 하면서 나름의 몫을 해줬죠
하지만 세 선수 모두 풀타임 선발 경험이 없습니다
김민우는 재활 후 커리어 첫 시즌이라고 봐도 되고, 김재영도 풀타임 첫해이며
윤규진은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팬들조차 <구위 좋지만 체력적으로 선발은 안된다>며 마무리로 쓰자고 했던 투수죠
이 선수들이 선발로 시즌 내내 잘 던져주기를 바라는 것은
냉정하게 말해서 팬들이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욕심>일 수 있습니다.
우리 팀이 가진 문제의 핵심이 바로 이거고
근본적으로 팀 구조 개선의 첫걸음도 바로 여기서 시작해야 합니다.
[1] 선수층이 얇아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크고
[2] 상대적으로 경기력을 기대할 선수는 대부분 베테랑이며
[3] 그나마 가능성을 가진 선수들은 아직 경험이 일천하고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
한화이글스의 약점을 얘기할 때 늘 거론되는 부분인데
선발진이 가지고 있는 문제와 정확하게 일치하죠. (물론, 야수진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문제고요)
팀이 가능하면 3위 안쪽에서 버티기를 바라고
모처럼 가을야구 가서 거기서도 최대한 많은 경기를 보고 싶은 팬심이 저 역시 가득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발투수 3명을 찾고 그 선수들이 풀타임을 치를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 거죠
윤규진도 내년에 36살이고 김재영은 군입대를 앞둔 대졸 선수거든요.
최소한 선발투수 2명, 장기적으로는 3~4명을 지금부터 찾아야 됩니다.
한용덕 감독이 팀 운용의 우선순위를 여기에 두고 시즌을 치뤄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전력과 승패표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롤러코스터를 탈 수 밖에 없을테니까 말입니다.
첫댓글 역시 야구는 투수 놀음이고 특히나 선발이 진짜 중요하군요.
잘 읽었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비단 저희 뿐만이 아니라 많은 팀들이 용병 투수들의 의존도가 큰건 사실입니다.
비단 이글스의 문제는 아닌듯 합니다.
한팀의 4번타자, 주전 포수만큼 키우기 힘든게 선발투수죠..
누가 됐던 맞어가며 또 막아가며 경험을 쌓고 해야되는 자리인만큼 조금 부족해도 지켜보며 키워내야 됩니다.
제가 가능성이 있는 투수에게 선발 기회를 주는 것보다, 로테이션 돌던 김재영과 김민우에게 풀타임 경험을 주는게 더 장기적으로 이득이라고 보는 이유입니다.
내년이면 김성훈 김진영 문동욱 이승관 안승민 중에 한두선수는 제역할을 해주겠지요
한 경기 평균 4~5점을 낸다면 질 확률이 높은건 당연합니다. 한 시즌 내내 투수력으로 버틴게 맞고, 후반기 투수력이 떨어져 성적이 나빠진 것도 맞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타선은 1년 내내 제 몫을 못한거죠..
선발도 키워야하지만 30대 중후반의 김태균, 송광민, 정근우, 이성열이 없으면 답답한 타선 문제도 외면할 수 없지요. 선발이든 타선이든 우열이 명확히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1년내내 꾸준한 국내선발진을 2명을 보유한 팀은 거의 없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