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로체스터의 휴일 아침
나는 사랑하는 아내 선희와 함께 세스나 수상비행기를 타고 세인트로렌스 강을 따라
캐나다 북부지방 깊숙히로 여행을 시작했다
몬트리올과 퀘백을 거쳐 락데라포인트까지 쉼없이 날아갔다
그곳에는 대지의 눈이라고 불리는 작은 자연호수가 있고 그 호수 주변에는
아주 오래 전, 지금으로부터100년도 전에 여우 사냥에 쓰였던
사냥꾼들의 움막이 몇 채 있었다
우리들은 그 움막에 머물며 한 달 정도 대자연의 가을을 만끽할 예정이었다
세스나는 우리를 호수에 내려주고 30일 후에 다시 오기로 약속하며 떠나갔다
움막에는 오로지 나와 선희 뿐이다
이곳으로부터 사방 300km 이내에는 인적이 없는 그야말로 야생의 한가운데였다
길도 전기도 통신도 없다
들리는 것은 산짐승들의 울부짖음과 하늘을 나는 새소리와 바람소리 뿐이다
수천년 동안 쌓이고 쌓인 부엽토와 쓰러진 거대한 나무들 사이 침엽수림 지대의
호수 한쪽에 있는 낡디낡은 움막을 대충 수리하고 가을여행 준비를 마쳤다
우리들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식품과 도구들만을 가지고 이곳에 왔다
여행 중에 필요한 부분은 현지 조달을 할 요량으로 우리들의 짐은
달랑 배낭 하나가 전부였다
사랑하는 아내 선희는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비행기에서 내린 직후부터
계속해서 싱글벙글 웃음이 떠날 줄을 몰랐다
그에 비하여 나는 비장한 마음으로 긴장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직 몇 개의 식량과 간단한 도구로 이 야생에서 사랑하는 아내를 지켜야 하고
유사시에는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일이 생길 지도 모르기 때문에
나는 아내와 달리 세심하게 계획을 점검하고 주변을 끊임없이 살피며
소리와 냄새와 작은 움직임에도 즉각 반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제부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아름다운 고립의 여행이 시작되었으니
긴장과 설레임과 알 수 없는 희열이 없을 수가 없었다
대자연에서 파란 하늘과 싱그러운 바람과 뭉실 구름과 아내 선희의 얼굴은
너무나 조화로웠다
순수하고 맑디맑은 선희의 실루엣에
태고적 신비로움을 간직한 침엽수림의 장대한 노을 그림자가 어울려
한 편의 시를 쓰고 있었다
나는 너무나 행복했다
내 생애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느낌으로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캐나다 북부는 9월인데에도 벌써 서리가 내리고
아침은 차가웠다
유리처럼 팽팽히 맑은 공기와 은은한 호수의 물안개가
우리들의 아침을 깨웠다
마음껏 심호흡을 하며 잔잔한 호수를 배경으로
우리들은 창가에 앉아 사랑스런 눈으로 커피를 마셨다
아내 선희는 내 손을 잡고 기쁨을 노래했다
"아름다운 고립"
우리들은 예상치 않게 정말 고립되고 말았다
한 달 후에 온다던 세스나는 오지 않았다
점점 날씨는 추워지고 있었다
어제는 약간의 눈도 내렸다
왜 세스나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둘은 거기서 결국 죽고 말았다 ㅎㅎ
첫댓글 소설입니다
그렇게 살다 죽고 싶다는 의지입니다 ㅎㅎ
아내와 함께 그 곳에 고립 되러 갔다는 시작이 불안했네요 ..
너무나 미비한 준비와 환경이 지독하리라 만큼 지루하고 고독해요
무모한 여행지 같아서요 ㅎㅎㅎ
그러나 후속 편을 기대했는데 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