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참변' 합동감식 결과
3층 주민방서 다수 담배 발견
'주민 과실이 원인' 잠정 결론
올들어 관련 인명피해 153명
재산 피해규모 256억원 달해
성탄절인 지난 25일 새벽 서울 도봉구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을 감식한 경찰이 발화 지점에서 담배꽁초를 다수 발견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은 누전 등 전기적 요인과 방화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이 때문에 담뱃불이 이번 참사의 주범으로 의심받고 있다. 경찰은 담뱃불 관리에 부주의한 주민 과실이 이번 화재 원인이라고 잠정 결론짓고 사고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현재로선 3층 주민이 자신의 방에서 피운 담뱃불이 주변 인화물에 옮겨 붙었을 가능성이 높다. 단 한 번의 부주의가 초래한 대가는 너무 참혹했다. 이번 화재로 애꿏은 30대 남성 두 명이 목숨을 잃었고 유족은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슬픔에 빠져 있다.
통계적으로도 담배꽁초는 주요 화재 원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피해 규모도 급격히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소방청에 따르면 올 들어 발생한 크고 작은 화재사고는 총 3만8244건에 이른다.
이 중 '부주의'로 인한 화재 건수는 올해 무려 1만7903건에 달했다. 부주의로 인한 화재사고 원인 중 1위는 32.1%를 차지한 '담배꽁초'다. 뒤를 이어 음식물 조리 과정 화재(13.9%), 불씨 방치(13.0%), 쓰레기 소각(11.1%), 기기 사용·설치 부주의(9.3%), 기타(20.6%) 순이었다. 부주의로 인한 화재사고로 올해만 62명이 죽고 859명이 다쳤으며 총 1054억9000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올 들어 이달 26일까지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 건수는 5748건으로 집계됐다.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 때문에 발생한 인명피해는 153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이달에만 담배꽁초 때문에 전국적으로 281건의 화재사고가 났다. 지난 17일 서울시 모 주택에서는 거주자가 집에서 흡연한 후 담배꽁초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꺼지지 않은 불씨가 음식물에 착화돼 불이 났지만 천만다행으로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작동해 초기 진압됐다. 지난달에도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주민 20여 명이 대피하는 사고가 났는데 당시 출근 전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웠다고 집주인이 진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산피해도 상당하다. 담뱃불 화재 1건당 평균 피해 금액은 445만원이며 전체 피해 규모는 총 255억9000만원에 달했다.
담배꽁초로 인한 사고는 최근 5년간 매년 평균 5800건 이상 나고 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발생 건수가 소폭 줄었지만 인명피해는 5년 평균(146.2명)보다 더 증가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올겨울부터 내년 봄까지 건조한 기후가 예상돼 작은 불씨라도 주변에 착화돼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가령 건물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고 밖으로 던지면 건물 실외기나 좁은 골목으로 불이 옮겨붙을 수 있다"며 "흡연 가능한 장소를 분명히 지정해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담뱃불을 제대로 끄지 않아 화재사고가 나면 단순 과실인 경우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선고된다.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부주의로 막지 못한 경우라면 최대 3년 이하의 금고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앞서 2017년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담배를 피운 뒤 꽁초를 방 안에 버렸다가 불이 번져 이웃에게 피해를 입힌 한 흡연자에게 "중대한 과실로 피해자들이 상해를 입었다"며 2년형을 선고한 바 있다.
[박동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