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신발 뒤꿈치가 먼저 말을 걸었다
오늘은 구두 뒤꿈치를 수선했다.
수선비는 9천 원이었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구두 한 켤레가 내게 건넨 말값이라 생각하니
괜히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뒤꿈치가 닳아 있었다.
구두야 신으면 닳는 것이고,
사람도 살면 닳는 것이니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닳은 모양이 고르지 않았다.
한쪽으로 비스듬히 깎여 있었다.
나는 분명 똑바로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구두는 이미 내 걸음의 비밀을
말없이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은 자기 걸음을 잘 모른다.
나는 바르게 걷고 있다고 믿지만
신발은 안다.
어느 쪽으로 힘을 더 주는지,
어느 발이 먼저 지치는지,
어느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지.
생각해 보면 사는 일도 그렇다.
나는 늘 공평하게 마음을 썼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관계에는 더 오래 힘을 주었고,
어느 억울함 앞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오래 발을 디디고 있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걸었지만,
속으로는 한쪽 마음이
조금씩 비스듬해졌을지도 모른다.
구두는 정직하다.
내가 아무리 단정한 옷을 입고,
수염을 가지런히 다듬고,
허리를 펴고 걸어도
뒤꿈치는 내가 실제로 어떻게 걸었는지를 숨기지 않는다.
오늘 구두방에서 뒤꿈치를 갈았다.
수선하시는 분은 익숙한 손길로
닳은 굽을 떼어 내고
새 굽을 붙였다.
망치 소리가 몇 번 울리고,
칼끝이 가장자리를 다듬고,
검은 굽이 다시 반듯해졌다.
그 모습을 보는데
이상하게 내 마음도 조금 수선되는 것 같았다.
구두만 바로 세울 일이 아니었다.
내 걸음도,
내 생각도,
내 마음의 체중도
다시 조금 바로 세워야 할 때였다.
9천 원짜리 수선이었지만
그날 내가 받은 것은
새 굽 하나만이 아니었다.
내가 너무 한쪽으로 걸어왔다는 작은 경고,
아직은 고쳐 신을 수 있다는 위로,
그리고 다시 바르게 걸어 보자는
조용한 다짐이었다.
살다 보면 누구나 닳는다.
문제는 닳는 것이 아니라
닳은 줄도 모르고 계속 걷는 일이다.
조금 닳았을 때 살피고,
조금 기울었을 때 바로잡고,
조금 피곤할 때 쉬어 주면
아직 길은 이어질 수 있다.
오늘 마음속에 문장 하나가 남았다.
“신발의 뒤꿈치는 걸음의 이력서이고,
마음의 닳음은 살아온 날들의 서명이다.”
나는 그 문장을 속으로 적어 두고
다시 구두를 신었다.
새로 수선한 뒤꿈치가
바닥에 닿는 느낌이 조금 단단했다.
괜히 걸음도 조심스러워졌다.
오늘부터는 조금 바로 걸어야겠다.
억울함 쪽으로만 체중을 싣지 않고,
지나간 일에 발끝을 오래 끌지 않고,
한쪽 마음만 닳도록 나를 몰아붙이지 않고,
양발에 고르게 힘을 나누어 주며 걸어야겠다.
인생도 결국
얼마나 멀리 걸었느냐보다
어느 순간 다시 걸음을 고치느냐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구두 뒤꿈치 하나 갈았을 뿐인데
마음이 이렇게 말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다시 바로 걸으면 된다.”
오늘,
신발 뒤꿈치가 먼저 말을 걸었다.
나는 9천 원을 내고
구두를 고쳤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내 마음의 걸음도
조금 함께 고쳐진 것 같았다.
첫댓글 잘 읽고 갑니다.
9천 원으로 나의 비뚤어진 마음을 바로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9천 원짜리 수선이
마음까지 한번 돌아보게 했으니
참 값진 수선이 된 것 같습니다.
함께 느껴 주셔서 고맙습니다.
신발 이야기?
나도 내 신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나는 젊은 시절에 출근할때 금강 구두 외에 운동화 하나가 다 이었습니다
그런데? 구두장에 신다 말은 현장화가 쌓이고
등산화가 두개나 있었는데?
그거? 벗고 신을 때마다 끈을 풀엇다 매었다 하는게 불편해서
등산이나 걷기 모임때 운동화를 선호 하게 됩디다
그 운동화는 동네 외출 할때도 구두 대신 신게 됩디다
운동화 하나가 오래 되어서 색깔이 바래니 아내가 버리라고 하는데?
도데체가 안 망가져서 안 버리고 신고 있습니다
다만 운동화 바닥이 다 닳아서 언덕길 에서는 위험해서 평지길 걷기에만 신고 있습니다
아내의 잔소리 때문에 작년에 이집트 갈때에 운동화 하나 사 신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내생일 선물 이라고 운동화를 또 하나 사 줍디다
비올때에는 장화 대용 신발이 하나 있습니다
구두도 두 켤레 있습니다
이래 저래 신발장에 아내 신발 뿐만이 아니고 새 신발도 그득해 집디다
나는 옷이 너무 많아서 안타까웠는데 신발도 너무 많아 졌습니다
절약하던 시절에서 세상이 이렇게 변했는지? 아리송 합니다
그래도 옷이나 신발 이나 아껴쓰기를 권합니다
우리 절약하면서 삽시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신발 이야기 속에 세월 이야기가 다 들어 있네요.
아껴 신고, 아껴 입고, 아껴 사는 마음이
결국 삶을 오래 지탱해 주는 것 같습니다.
유쾌한 말씀 고맙습니다. 충성입니다. 하하.
어쩌면,
사람 마음 고치는 비유를
구두 수선에 비유했을까요.
9,000원의 값이 값졌습니다.
걸음 걸음이
세월가면 나의 지나 온 흔적이 되지요.
비뚤어진 것을 빨리 알아차리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자신을 때때로 돌아보며 반성해 가는 습관을
아주 잘 표현하셨습니다.
구두 뒤꿈치가 닳은 모양처럼
마음도 어느 한쪽으로 기울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걸 늦지 않게 알아차리는 일이
삶의 수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깊이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람의 걸음걸이가 참 중요합니다..한화투수코치인 양상문코치가 요새 병가를 내고 안나옵니다. 구단서 병명을 말안하나 65세인 그분이 투수판에 걸어 나올때 그자세를 보고 저는 작년부터 금방 눈치챘습니다. 저렇게 어그적 어그적 걷는것을 보니 저건 파킨슨병이구나..
똑바로 하늘을 보고 빨리 걸어야 하는데 저도 땅을 보고 걸어서 집사람한테 한소리듣습니다. 매일아침6시 아파트주민 10여명과 올림픽공원을 걷는 일이 하루를 여는 행복한 시간입니다. 엄청 웃고 떠들면서 걷지요.. 오늘도 8050보 걸었답니다..
걸음은 몸의 습관이면서
마음의 자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아침마다 함께 걷고 웃는 시간이 있으시다니
그보다 좋은 하루의 시작도 드물겠습니다.
오늘 8050보, 참 든든한 걸음입니다.
저도 신발 밑창을 보니 한쪽으로 기울려 있더군요.
습관이라서 쉽게 고쳐지지 않더군요.
요즘은 걸을 수 있는 것만 해도 축복이라는 생각으로
그냥 편하게 걷습니다.
한쪽으로 닳은 밑창을 보면
내 걸음의 습관까지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말씀처럼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축복이지요.
편안한 걸음 오래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교훈이 되는 글을
쉽고 재미 있게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깊은 사유..섬세한 감성이 돋보이는
이웃마을 시인의 글로 읽고
덕분에 즐거운 외출을 시작합니다.
쉽고 재미있게 읽어 주셨다니 고맙습니다.
작은 구두 뒤꿈치 하나가
즐거운 외출길에 작은 생각 하나 보탰다면
그것만으로도 기쁩니다.
첫직장 신입사원 시절,
의료기 영업한다고
낯선 서울 거리를 걸어다녔더니
구두가 두달에 하나씩 떨어져 나갔어요.
어떤 구두는 옆이 터지고
어떤 구두는 굽이 닳고...
그래도 새길 익히는 것이
참 즐겁고 행복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요즘은 먼길 운전만 하다보니
운동화가 닳지도 않네요.
그저 길만 똑바로 보고 달립니다.
아, 저 대신 제 트럭, 새벽이 발이
빨리 닳긴 합니다. ㅎㅎ
구두가 두 달에 하나씩 닳던 시절은
그만큼 삶을 온몸으로 배워가던 때였겠지요.
요즘은 트럭 ‘새벽이’가 대신 발을 닳는다는 말씀이
참 정겹습니다.
길을 똑바로 보고 달리는 마음도 좋은 걸음 같습니다.
걸음걸이가 반듯하면
구두 밑 창도 손 볼 것이 없지요
저도 신발장에 뒷 금치 손 볼 구두가 여러 켤레 있지만
귀찮아 보고만 있답니다
걸을 때 마다 몸을 바로 세우려 마음 먹어보지만
급한 성격 때문인지
다음엔 다음부터는 한답니다
귀감이 되는 글 감사드립니다~
구두 뒤꿈치도 그렇고
사람 마음도 그렇고,
알면서도 자꾸 다음으로 미루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몸을 바로 세우려 마음먹는다는 말씀만으로도
이미 걸음을 돌아보고 계신 것 아닐까 싶습니다.
신발도 너무 오래 미루지 마시고,
마음도 가끔은 쉬엄쉬엄 수선해 가시길 바랍니다.
따뜻하게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