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편지 866 구두종합병원
이재균(45)씨는 경기도 수원시 화서역 출구에서 '구두종합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말이 종합병원이지 한 평(3.3㎡) 남짓한 공간에서 구두를 닦고 수선하는 게 전부입니다. 그는 3년 전부터 구두 한 켤레 닦을 때마다 500원씩을 떼어 별도로 마련된 깡통에 집어넣습니다. 희귀 난치병 환자 돕기 성금을 모으기 위해서입니다. 돈이 차곡차곡 모이면 희귀 난치병 질환자 돕기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방송사에 기부합니다. 그동안 하루에 3천원∼4천원 씩 모아 이제는 300만원 넘게 기부했습니다.
그는 시흥시에 있는 2,500만원짜리 전셋집에 삽니다. 이 가운데 500만원은 은행에서 대출받은 것입니다. 넉넉지 못한 살림이라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성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한 달 번 돈에서 기부금을 빼면 100만원 정도가 그의 전체 수입입니다.
구두가게 한쪽엔 "구두 닦은 요금 2500원 중 500원은 난치병 환자 돕기 성금으로 사용하겠습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습니다. 그는 이 글을 가리키며 "주민들의 도움 없인 이런 일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많은 동네 분들이 이 문구를 보고 닦지 않아도 않을 구두를 닦고 간다"고 그의 공을 주민들에게 돌립니다. 일부 주민들은 3000원을 내고 '좋은 일에 쓰라'며 거스름돈을 받지 않는다고 그는 말합니다.
그는 2005년. 수원역 매점에서 판매원으로 일하다 그만둔 뒤 화서역에 구두가게 자리를 잡으며 명색이 사장(?)이 됐는데 힘들더라도 좋은 일을 하면서 살자는 아내 의 권유를 받아드려 성금을 모우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아내는 ‘건선’(만성 피부질환의 일종)이라는 선천성 난치병 환자인데 "열이 40도까지 올라가고 숨쉬기도 힘들어 하는 아내를 제대로 치료조차 해주지 못한 적이 있었지요. 당시 주변의 도움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절실히 깨달았습니다."며 이 일을 하게 된 동기라 말했습니다.
그는 동네 주민들이 발에 안 맞아 못 신거나 싫증이나 버리려는 신발을 싸게 사서 수선해 팔기도 합니다. 이 구두들은 일명 '아저씨 표' 구두라 불립니다. 3000원 정도의 가격에 팔지만 손님에 따라 1000원을 받기도 하고, 할아버지나 할머니에게는 공짜로 선사하기도 합니다.
그의 구두가게에는 헌 우산과 지하철 노선도, 구부러진 못, 벌레에 물렸을 때 바르는 약 등으로 빼곡합니다. 비 오는 날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헌 우산을 빌려주고 고장 난 우산을 가져오면 무료로 고쳐 주기도 합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뭔가 도움을 줄 수 있고 내가 세상에서 필요한 존재라고 느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합니다.[이 글은 남희주 중앙일보 인턴기자의 글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내가 많이 가졌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생각은 잘 못된 것임을 이재균씨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진정 이웃으로부터 기쁨을 얻는 것은 물질적인 것을 얻을 때 보다 따뜻한 한마디 말이나 정다운 웃음이라는 것을 상기해 보면 우리가 도울 일들이 참으로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적은 한 가지라도 내 놓는 자세를 취할 때 이 세상은 기쁨과 사랑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예수께서 제자들을 불러다가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가난한 과부는 연보 궤에 넣는 모든 사람보다 많이 넣었도다 저희는 다 그 풍족한 중에서 넣었거니와 이 과부는 그 구차한 중에서 자기 모든 소유 곧 생활 비 전부를 넣었느니라 하셨더라[눅 12:43-44]
첫댓글 감동의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