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같은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참 뜬금없는 얘기죠.
의미 없는 일이기도 하고요
송광민이나 이성열 같은 타자, 심지어 지금 그들보다 더 어린 효율적인 타자가 팀에 있다?
일어나지도 않는 일 가지고 즐거운 상상 하면서 행복회로 돌려봤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 하나도 없잖아요.
저런 타자가 어디 있다고 그런 상상을 하겠습니까.
솔직히, 그런 선수는 퓨쳐스에도 없습니다.
물론, 지금 퓨쳐스에서 뛰는 선수 중에 어쩌다 한명이 몇 년 후에 그렇게 성장할 수도 있지만
그건 정말 몇년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 하는 낮은 확률의 잭팟이고
그런 행운도 우리보다 훨씬 먼저 2군 전용연습장을 지었거나
우리 2군 선수들이 남해에서 겨울을 보낼 때
퓨쳐스 선수들을 일찌감치 해외 전훈이나 교육리그로 보내던 몇몇 팀들에게 확률적으로 더 가능한 얘기죠.
만일 우리에게 저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건 최소한 앞으로 3~4년 후의 일일거라고 생각합니다.
툭 까놓고 말해서
향후 3~4년 이내에 우리 팜에서 김태균 호잉은 고사하고 송광민 이성열 정도의 타자라도 나올까요?
저는 안 그럴 확률이 훨씬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변우혁이라는 고교생에게 갖는 기대는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저런 상상을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왜 그런 쓸데없는 상상을 하냐고요?
이런 기록 때문입니다.
송광민 .305 .338 .473 / 13홈런 59타점
이성열 .304 .360 .538 / 22홈런 72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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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야수 .364 .417 .592 / 20홈런 101타점
외야수 .312 .369 .479 / 12홈런 43타점
외야수 .342 .407 .567 / 21홈런 75타점
내야수 .288 .349 .517 / 19홈런 67타점
포ㅡ수 .267 .336 .484 / 20홈런 62타점
위 스탯은 올 시즌 팀 타선을 이끌고 있는 토종 타자 2명의 기록
그리고 아래는 5개의 스탯은
올해 합법적인 방법으로 한화 타선을 이끌게 만들 수 있었던 타자들의 올 시즌 기록입니다.
우리는 저 선수들에게 한화이글스 유니폼을 입힐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죠
물론 문제는 있었습니다
합법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과연 그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되었는지
실행하더라도 그 방법이 과연 얼마나 효율적(?)이었는지는 따져봐야 되니까요
근본적으로, 구단이 그 방법을 시도할 의사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작년 우리에게는 해결해야 할, 더 급한 다른 문제들도 있었으니까요.
이미 다 알아채셨겠지만
저 5명은 올 시즌 FA계약을 맺은 야수들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지난해 구단이 그 방법을 시도할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 같고
(시기상, 그리고 상황상 일부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시도하지 않은 것이 굉장히 큰 실책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저런 기회가 또 온다면,
그때는 적극적으로 그 기회를 잡으라고 권하고 싶어서입니다.
(아쉬운 것은, 저렇게 많은 기회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타이밍이 당분간 없죠)
(포수는 빼고 생각하더라도) 우리 라인업에 저런 외야수 또는 내야수가 한명 더 있었으면
최진행이 부진하고 양성우가 아플 때 코너외야 자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됐거나
하주석이 부진할때 좀 더 빠른 타이밍에 다른 대안을 마련할 수 있었거나
김태균을 예상보다 일주일 더 먼저 복귀시켜 바로 실전에 투입하지 않았어도 괜찮거나
이용규 페이스가 떨어질 때 좀 더 여유로운 외야진을 운용할 수 있었거나
우타빅뱃이 없어서 정근우에게 수비부담 주면서 이리저리 뺑뺑이를 돌리지 않아도 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 앞서, 타자들이 출루할 확률과 득점할 확률이 기본적으로 더 늘어날 수 있었겠죠
보세요, 송광민 이성열보다 더 높은 출루율을
그리고 그들에게 꿀리지 않는 장타력과 타점 생산능력까지 갖춘 저 기록들을요
게다가 저 선수들은 (포수 빼면) 모두 송광민보다 4~5살 어리죠. 이성열보다도 젊고.
좋은 선수를 만드는 방법은 사실 굉장히 한정적입니다.
트레이드로는 대형 선수 영입이 어렵고, 설령 영입한대도 우리 대형 선수가 나가야죠
외국인 선수로 대박을 낼 수도 있지만 그건 10개구단 모두 똑같은 시장에서 똑같은 활률로 경쟁하는거고
신인을 잘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팜 상태가 좋은 것도, 퓨쳐스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더 좋은 것도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야잘잘 선수를 많이 보유하면 좋은데 그것도 아니고요
남들이랑 똑같은 확률로 경쟁하며 보강하는 것 말고
남들은 보강 못 하는데 우리만 할 수 있는 방법은 (준척급 애매한 선수 말고 대형) FA뿐이죠
정근우 이용규 뽑았다고 우리가 4강에 가지는 못했지만
그리고 이제는 두 선수 자리에도 젊은 후계자가 필요하지만
그나마 두 선수 뽑아서 테이블로 쓴 덕분에 2014년부터 득점력이 비교적 개선됐고
하주석 강경학 이동훈 같은 선수들이 그런 선배들과 플레이하면서 경험도 쌓고 있죠
외부 FA 얘기 나오면 꼭 "그 선수 데려온다고 당장 대권도전 되는 거 아니다"
"그 돈으로 젊은 선수 키우는게 더 좋다" 이런 주장들이 제기되는데
그 좋은 선수 안 데려오면 가뜩이나 약한 전력이 더 약해지는거고
FA를 안 뽑는다고 그 자리에 좋은 선수가 쑥쑥 자라는 것도 아니죠
우리가 투수 FA를 안 데려와서 김혁민 유원상 유창식이 안 컸을까요
아니면 3루수 자리에 고인물 노장이 있어서 김회성 성장이 더딘가요
정우람이 뒤에서 버텨주니까 박상원이 안정적인 상태서 불펜 경험 쌓아가고
선발은 아직인데 마무리 경험도 없는 이태양이 셋업으로 정우람 앞에서 잘 던져주잖아요
타선에도 그런 선수들이 더 생겨야 됩니다.
최준석이나 채태인 같은 선수를 보호선수 내주고 데려온다면 그건 계산기를 두들겨 봐야 됩니다
노수광 같은 유망주가 서산 어디선가 실력을 키우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런데 김현수 손아섭 민병헌 황재균 같은 매물이 시장에 있을때는
그러니까 30대 초반의 국내 정상급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순간과 마주할때는
솔직히, 보호선수니 뭐니 그런걸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보호선수로 아무리 아까운 카드가 많아도 어차피 나가는 건 딱 1명이고
그 1명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확률보다 영입한 선수가 잘할 확률이 몇배는 더 높거든요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자꾸 얘기해봐야 의미 없고
또 지난 겨울의 상황과 특성상 충분히 이해가 가는 면도 있습니다만
혹시 앞으로 또 저런 기회가 있다면
우리 구단은 당장 돈다발 싸들고 가서 그 선수에게 매달려야 됩니다.
FA 선수마다 죄다 쫓아다니면서 그러라는 의미는 물론 아니고
비교적 젊은 나이의 국대급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순간이라면 그렇게 하자는 의미입니다.
송광민 이성열보다 더 젊고, 곰곰히 따져보면 그들보다 더 잘치는 타자
그런 좋은 카드를 비교적 높은 확률로 보유할 수 있는
지극히 합법적인 방법이니까 말입니다.
첫댓글 공감합니다
시즌시작전 야수 고령화와 30대언저리 중심잡아줄 선수가 없으니 s급 fa는 무조건잡아한다고 했을때 유망주 유출되는게 싫다고 반대하는 댓글도 많았는데 그분들 지금은 생각이 바뀌셨는지 궁금하네요.
사실 송은범-임기영 여파가 꽤컸던게 당시 이유기도 했었죠.
보면 볼수록 넥센이 부럽습니다
그런 타자,투수들이 계속 나오는거 같아요.
최원태,김하성,이정후 등등
잘읽었습니다~~
네..올해 김현수를 잡았더라면 이라는 생각이 시즌 내내 들더라구요
팀 마다 사정이 다 있죠. 올해 한화는 큰돈을 쓸 수 없는 팀 사정이 있었지요. 모두가 이해하고 공감하시는....
올해 가장 큰 문제는 한용덕 감독과 송진우 코치의 젊은 불펜 투수 살리기 성공과 샘슨, 호잉의 분전입니다.
결국 성적 욕심을 내게 만들었으니까요. 그래서 행복합니다~^^
올시즌 후 팀 내부에서도 FA자격을 획득하는 30대 중후반 선수들이 꽤 많습니다. 타팀에서 S급 FA선수를 데려오려면 팀 내부의 FA선수들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도 함께 이루어져야겠죠.
김현수 ...아깝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