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도 무더웠던 여름이 한 발 물러가고 시원함과 결실의 계절인 가을이 돌아왔다. 자연의 흐름은 한결같음으로 나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알려준다. 늘 같음을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가능하다면 한결같음이 믿음으로 이어지고 믿음이 서로를 향한 신뢰로 이어짐을 말이다. 이러한 믿음과 신뢰는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하는 원동력이자 뿌리이다.
언제부터 우리사회에 청년 일자리가 사회의 가장 중요 쟁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부터 일반 사회 전반에 걸쳐 청년 문제는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숙제인 것이다. 예술계도 예외는 아니다. 벌써 대학에서 예술 전공분야가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인문학의 뿌리인 철학과가 부산에는 대학에서 사라지더니 예술계도 그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단과대학으로 음악대학 하나 없이 학과로 운영되고 있던 부산의 음악학과도 그 자리를 내어놓기 시작하였고, 학과를 폐과 또는 입학생 수를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현실적으로 학과 운영과 정상적인 교육이 힘들어지는 것은 예정된 일이다.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이미 전공이 정해져 앞만 보고 한길만 달려온 이들에게 폐과 또는 학과축소는 그들이 모든 열정을 다받쳐 달려오던 것을 멈추고 이제 그만하라는 선고와도 같다.
국어사전에서 열정을 찾아보았다. “열정 –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을 가진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은 과연 없는 것일까? 이들의 열정을 다시금 불태우게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필자는 이에 대하여 참으로 많은 생각과 다양한 실험을 하며 지낸 시간이 너무도 길다. 다시금 열정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서는 음악을 먼저 한 선생과 선배들이 모두 지혜를 모음과 동시에 음악후배들과 더불어 집단지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집단지성이 이루어질려면 먼저 모든 자(尺)는 정확하고 분명해야 한다.
<부산오페라하우스 성공건립기원> 2022 부산오페라위크가 8월 26일 금정문화회관에서 콘서트 오페라 ‘가면무도회(Un ballo in maschera)’를 시작으로 (재)부산문화회관의 전막 오페라 ‘라 보엠(La Boheme)’, (재)영화의전당의 콘서트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등이 무대에 오른다. 필자 역시 지난해에는 영화의전당 콘서트오페라 <카르멘>에 예술감독으로 참여하였다. 여기서 고민하였던 것은 공연장 특색에 맞는 오페라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참여 공연장 모두가 공연장 특성에 중요성을 두었을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각 개최 공연장들이 자체적으로 모든 공연을 소화하였고 오케스트라와 합창단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번 오페라 위크가 2021년과 가장 큰 차이점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다. 지난해 오페라위크의 평가에서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제작극장의 가능성을 위해 오케스트라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되었다.
올해 2022년에는 제작극장으로의 가능성을 타진해보고자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시즌 단원으로 모집하여 시즌 전체 공연에 출연하게 하여 연주력 향상과 공연의 질을 높여보고자 하였다. 하지만, 오디션 참여율 저조로 인하여 소기의 목적에 미치지 못했다.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필자의 의견은 믿음과 신뢰의 부족이였으며, 공정한 자(尺)의 부재였다. 예를 들어 지난해에는 평균 3~4번의 오케스트라 연습과 리허설 및 공연이 이루어진 것에 비해, 올해는 5~10번의 연습과 리허설 및 공연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예정되었으며, 지난해와 비슷한 연주료를 지불한다고 하니 연주자들 입장에서는 ‘열정페이’를 요구한다며 응시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학교 방과 후와 공연들을 뛰어야 하는 연주자들 입장에서는 긴 연습 일정으로 개개인의 일정을 조율하기가 매우 어려워진 것 또한 응시률을 낮춘 결과가 되었다.
연주자들의 단합된 연주력과 지속적인 오케스트라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난해와 비슷한 연습 일정과 연주료를 이어가면서 지휘자들 개인의 지도력과 연주력으로 오케스트라의 연주 실력을 같은 자(尺)로 보여줄 때 제작극장을 위한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 연주자들의 열정페이를 요구하기 전에 지도자들의 개인적 욕심을 버리고, 제작극장으로서의 부산오페라하우스 성공을 가능하게하는 큰 틀에서 모든 음악인들은 머리를 맞대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주최자인 부산시도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에 대한 보다 큰 그림을 공론화 할 때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제작극장으로의 성공에 연착륙 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부산 소재 대학의 음악 및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불씨가 되어 자신의 예술혼에 열정을 태울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