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는 부산 울산 경남 산꾼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마을이다. 근교산을 즐겨 찾는 이들에게는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마을이기 때문이다. 회재 이언적 선생을 모신 옥산서원이 마을의 중심에 있고 자옥산 도덕산 봉좌산 어래산 등 4개의 산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10여 년 전 근교산 시리즈를 통해 자옥산~도덕산 연계 코스가 소개된 이후부터 많은 산꾼들이 이곳을 방문했고, 일부 건각들은 하루에 4개의 산을 모두 종주하고 원점으로 돌아오는 '옥산 환종주'에 도전하기도 한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의 이창우 대장이 어래산 산행 중 만난 전망대에서 주위 풍광을 감상하고 있다. 아래에 보이는 계곡은 포항 기계면의 학곡이다. | |
전체 산행은 경주시 안강읍 노당리 윗노댕이마을 화룡사 입구 버스정류소에서 출발해 점골~노당재~철탑 3개~갈림길~4철탑~409봉(5철탑)~444봉(삼각점)~잇딴 전망대~508봉(틀린 정상석)~서두방재~봉좌산갈림길~헬기장~어래산 정상~갈림길~옥산서원~독락당으로 이어지는 총 10.5㎞ 구간에서 이뤄진다.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간50분 걸리며 휴식과 조망, 식사시간 등을 더하면 5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원점회귀 산행이 아니라 크게 봐서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가는 능선산행에 해당한다.
노당리 윗노댕이마을 화룡사입구 버스정류소는 여느 시골마을처럼 한적하기만 하다. 화룡사 쪽으로 20m쯤 가다 왼쪽 길로 꺾어 오른다. 50m 위 민가를 통과하면 만나는 여주 이씨 묘 가장자리를 타고 길이 이어진다. 길가에 연보랏빛 조개나물이 꽃을 피웠다. 서서히 마을을 벗어나고 있다. 2분 뒤 널따란 골짜기로 들어선다. 주변에 일부러 심은 듯한 두릅나무 수백 그루에서 새순이 돋고 있다. 다른 과일이나 채소도 마찬가지지만 농민들이 재배용으로 심어 놓은 두룹나무만은 건드리지 말자. 일부 산꾼들의 잘못된 행동이 전체 산꾼들을 욕되게 할 수도 있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 |
길은 계속 뚜렷하다. 연분홍 참철쭉이 어느새 꽃잎을 활짝 벌린 채 5월 봄바람을 따라 살랑거린다. 10분쯤 오르면 무덤 2개가 있는 곳에 닿는데 길 찾기에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아래쪽 무덤 앞을 통과해 직진하지 말고 오르막을 쳐서 윗무덤 뒤로 난 좁은 길을 따라야 한다. 2분 후 갈림길. 오른쪽을 택한다. 각시붓꽃, 솜방망이 등 야생화가 길가 무덤터에 가득 피었다. 3분 뒤 주능선으로 오르는 길목이자 사거리 역할을 하는 노당재에 닿는다. 오른쪽 길은 달성교까지 이어지는 길이고 직진하면 아인골로 내려서게 된다. 취재팀은 본격적인 능선산행을 위해 왼쪽 오르막을 탄다. 노당재에는 정육면체에 가까운 높이 4~5m짜리 거대한 바위 2개가 있다. 주변 토양이나 지세를 살펴보면 도저히 이렇게 큰 바위가 있을만한 곳이 아닌것 같은데 어찌된 영문인지 의아하다. 때마침 나홀로 산행 중이던 노당전원교회 이광도 목사에게 물어봤다. 이 목사는 "예전에는 '고인돌바위'라는 작은 나무푯말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며 "관공서나 문화재청에서 세운 공식 안내판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은 알 길이 없다. 인근 마을 주민들도 궁금해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어래산 등산로에는 연분홍빛을 뿜는 참철쭉이 만발하다. | |
족두리풀꽃 | |
지겹도록 나타나던 철탑은 이제 더 이상 없다. 이리저리 파헤처졌던 능선길도 다시 한적한 오솔길 모양으로 바뀌었다. 안부를 통과해 10분쯤 오르면 삼각점이 있는 444봉에 오른다. 이후부터는 능선에 10여 곳의 전망대가 잇따라 나타나 산꾼의 발길을 붙잡는다. 산행을 하다보면 비슷비슷한 풍광일 것임을 알면서도 전망대나 조망바위가 나타나면 외면하지 못하는 것 또한 주말 산꾼의 마음이다. 이들 전망대는 대부분 기계면 들판과 봉좌산 운주산 침곡산 등을 볼 수 있는 능선 오른쪽에 있지만 딱 한 곳 왼쪽의 경주 방향을 조망하는 곳도 있다. 그 많은 전망대를 모두 들러가면서 산행을 진행하다보니 444봉에서부터 잘못된 어래산 정상석이 설치돼 있는 508봉까지 불과 1.5㎞ 남짓한 길을 1시간20분이나 걸려 통과했다. 삼거리 역할도 하는 508봉에는 2개 산악회가 함께 제작한 정상석이 서 있는데 착각하면 안 된다. 정상은 진행 방향으로 보이는 두 번째 큰 봉우리다. 40분쯤 걸린다.
솜방망이 | |
하산은 진행 방향으로 직진한다. 곧바로 나오는 왼쪽 내리막을 택하지 않고 주능선이 좌우로 갈라지는 삼거리까지 10여 분 가서 왼쪽 능선으로 내려서야 한다. 연분홍 참철쭉이 만발하다. 가장 뚜렷한 길만 택해 30분가량 계속 내려가면 어느새 옥산서원에 닿는다. 사실상 산행은 이곳에서 끝난다. 옥산서원 앞을 통과해 외나무다리를 건너 옥산식당 앞에서 독락당 앞 버스종점까지는 10분이면 충분하다.
◆ 떠나기 전에
- 최근 1~2년 새 건립된 송전 철탑 눈살… 식수는 충분히
봄맞이 | |
한편 5월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날씨가 더워졌다. 코스 중반부에 거치는 안부 습지 주변에 샘물이 1곳 있다고 하지만 찾기가 힘드니 식수는 미리 충분하게 챙겨 가는 것이 좋다.
◆ 교통편
- 경주버스터미널서 기계행 시내버스 갈아타야
부산노포동버스터미널에서 경주행 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약 1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요금 4000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기계행 시내버스는 10~15분 간격으로 운행되니 자주 있는 편이다. 안강읍 노당리 화룡사 앞 정류소에서 하차하면 된다. 산행을 마친 뒤 독락당 앞 버스 종점에서 안강읍을 경유해 경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는 오후 3시15분, 5시30분, 7시50분(막차)에 있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경주TG에서 내려 오릉 방향으로 좌회전한 후 강변도로를 타고 가다 금장교 앞에서 좌회전한다. 현곡면 소재지에서 포항 안강 방면 새 도로인 68번 지방도로를 탄다. 국도 28번 영천 기계 방향으로 직진한 후 곧바로 안강IC에서 기계 방면 우측 도로를 택한다. 10분쯤 가면 노당리 화룡사 앞에 닿는다. 차량 회수를 하려면 버스를 타고 안강읍까지 가서 다시 기계행 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택시(054-761-6200, 761-3405) 요금은 2만 원 안팎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