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중앙교회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녹색 교회'를 떠올립니다. 녹색은 젊음의 색입니다. 또 자연을 수놓은 색입니다. 친환경 색깔을 말할 때 녹색이 빠지지 않습니다. 구미중앙교회가 형곡동 포근한 녹색 산자락 밑에 위치해 있어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아니 그 교회의 주보가 녹색을 바탕색으로 깔고 있어 더 그랬을 것 같습니다. 담임을 맡고 있는 장병일 목사님도 녹색 계통의 사람입니다. 매끄럽고 깔끔하며 순수한 마음과 외모가 그렇습니다. 기존에 물들지 않은 언제나 푸른 클린 목회자, 장 목사님은 그런 상으로 내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구미중앙교회는 제가 좋아하는 교회입니다. 교회 건물이 아니라 교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저의 첫 목회지는 옥천 소서교회입니다. 들어간 길로 돌아 나와야 하는 외진 교회, 겨울에 눈이 조금만 내려도 교통이 두절되어 꼼짝달싹 못하는 교회, 그런 두메산골 교회를 구미중앙교회 성도님들이 기도로 후원해 주는 힘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주일 밤에 작은 교회를 방문해서 예배를 드리는 그 교회 선교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그 때, 기억으로는 근 30여명의 교인들이 저희 소서교회를 방문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사회를 보고 구미중앙교회 한 장로님이 기도를 하고 이어 그 교회 담임목사님이 말씀을 전했습니다. 정말 은혜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정적이 감도는 한적하기 짝이 없는 마을에 승합차와 승용차들이 밀어닥치고, 30여명의 사람들이 당도한 마을은 갑자기 생동감이 넘쳤습니다. 모처럼 사람 사는 장소처럼 변했습니다. 연세 드신 분들밖에 안 계시는 마을에 섞인 구미에서 온 젊은 사람들로 그날 오후 마을의 품격이 한층 올라간 듯했습니다. 제가 그곳을 사임하고 나서도 그들의 소서교회 사랑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교회를 수리해 주고 강대상을 교체해 주는 등 그들의 두메산골 사랑은 끝이 없었습니다.
지난 월요일(4월 19일)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는데, 휴대폰 진동이 유난히 길게 울렸습니다. 구미중앙교회 장병일 목사님이었습니다. 받는 전화가 부담이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늘 기쁨으로 전달되는 전화도 있습니다. 장 목사님의 전화는 항상 후자입니다. 내용이 깊이가 있든 없든, 꼭 필요한 용건이든 아니든 기다려지는 전화가 바로 장 목사님과 같은 사람들에게서 오는 전화입니다.
“목사님, 다음 주일(4월 25일) 저희 교회 오실 수 있겠습니까?”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세요?”
“아니, 뭐 그런 것은 아니구요. 저희 교회 5 ‧ 6 ‧ 7 여전도회 헌신예배가 있는데요. 목사님을 모시고 싶어서요.”
이상했습니다. 나는 무조건 가겠다고 대답을 하고 말았습니다. 나의 일정과 우리 교회 상황을 생각해보지도 않고 가겠다는 즉답이 나온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아마 늘 좋은 교회로 또 친근한 교회로 마음에 새기고 있었던 것이 이유라면 이유가 될 것입니다. 아니 또 이유가 없잖아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지난 주일이 장애인 주일이었습니다. 4월 20일이 장애인의 날인데, 그 날짜와 가까운 주일을 교계에서 장애인 주일로 지켜온 지가 20여년이 되어 갑니다. 우리 교회는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한다는 의미에서 매년 장애인 주일을 지키고 그 때 드려진 헌금은 그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접한 소식입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서 각 교회로 보낸 공문에 담긴 내용입니다. 권장 사항 중 이런 것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장애인주일 드려진 헌금은 장애인들을 위해서 사용해 주십시오, 장애인 목회자를 초청해서 말씀을 전하는 기회를 주십시오 등.
저도 장애인 목회자이니 만큼 가까운 교회에서 초청을 한다면 말씀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그것은 마음 속 제 혼자만의 생각입니다. 그런 중에 구미중앙교회 장 목사님의 위와 같은 전화를 받은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겠어요.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하나님의 뜻 안에서 이루어진 일이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생각할 틈도 없이 좋다고 한 이유를 아시겠지요?
하지만 고민은 그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기도로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고민이었습니다. 작은 교회 목회자가 큰 교회 가서 말씀을 전한다는 것은 큰 짐이 됩니다. 제게는 그것보다 더 큰 마음의 압박이 있습니다. 구미중앙교회는 산 중턱에 위치해 있음으로 가파른 계단이 유난히 많습니다. 그것은 지체 장애인인 저에게 높은 벽입니다. 본당 경사진 바닥도 그렇고 또 강대상 오르는 길도 제가 다가가기엔 험난한 길임에 분명합니다. 그 교회 목사님들에게 예배당 바닥에서 말씀을 전하면 안 되겠느냐고 물어 보기까지 했습니다. 아마 그들은 저의 마음을 미처 읽지 못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주일 낮 예배 마치고 우리 교회 성도들에게 기도로 중보해 달라고 특별 부탁을 했습니다. 노년부 여러분들과 학생회 아이들과 점심을 먹으면서도 온통 생각은 딴 데 가 있었습니다. 구미중앙교회 헌신예배 시간이 오후 2시라고 했습니다. 점심 식사 뒤 노년부 할머니들을 댁에까지 모셔다 드리고 나니 1시 15분이었습니다. 2시 전에 그 교회에 도착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빠듯합니다. 구미 시청 앞을 지나고 있는데 이민규 목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목사님, 어디쯤이세요?”
“예, 다 와 갑니다. 2시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
시간은 2시 5분 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정시에 교회에 도착했습니다. 교회 밑 입구에서부터 사람들이 인사를 해 옵니다. 교회 분위기를 쉽게 감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배당 입구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제(4월 24일) 안수식을 한 이민규 목사님과 장로님들의 얼굴도 보였고, 예배 시간에 맞추어 입장하는 성도들도 반가운 미소로 인사를 해왔습니다. 위쪽에서 장병일 목사님이 반가이 맞아 주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신앙공동체는 사랑이 넘치는 공간입니다. 사랑도 율법에 묶여있는 결박된 사랑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사랑을 말합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 그곳 사람들로부터 느끼는 것이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바로 그 사랑이었습니다.
헌신예배는 우리 자신을 하나님께 온전히 바치겠다는 다짐의 예배입니다. 청년들의 열정적인 찬양이 하늘나라에 들리고도 남을 만큼 쉼 없이 울렸습니다. 잠시 후 예배가 시작되었습니다. 5여전도회 이은혜 집사님의 사회가 매끄러웠습니다. 5 ‧ 6 ‧ 7 여전도회 연합 찬양이 이어졌습니다. 아름답고 청초했습니다. 젊은 찬양 힘찬 모습이 교회의 모습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했습니다. 한 줄이 모자라 뒤에 겹쳐서 정렬했으면서도 모두 환한 얼굴로 찬양을 했습니다. 화사했다는 느낌을 덧붙여야 할 것 같습니다.
말씀을 전할 시간입니다. 기도로 준비했음에도 긴장의 굴레는 쉽게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목소리가 떨려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간단한 소개에 이어 구미중앙교회와 저와의 인연을 말할 때, 성도들이 더 조마조마해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목사님이 너무 긴장하시는 것 같다. 좀 실수해도 우리가 다 이해할 텐데... .’
말씀에 근거해서 일반적인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결론은 신앙생활 열심히 하자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되어 가는 것을 스스로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 있게 간증을 해 나갔습니다. 아멘으로 화답해주는 성도들이 많아 힘이 되었습니다. 밝은 분위기 속 아름다운 마음들의 조화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떨런지요.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역시 장 목사님은 감각이 있습니다. 본인이 맡기로 되어 있는 축도를 어제 목사 안수 받은 이민규 목사님에게 넘겼습니다. 한 마디 덧붙입니다. 이민규 목사님의 첫(first) 축도라고 의미 부여를 합니다.
인사치레인 줄 뻔히 알면서도 은혜 받았다며 인사하는 성도들이 싫지 않습니다. 1층에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장 목사님과 몇 분의 장로님들, 그리고 오늘 헌신 예배드린 여전도회 회장 집사님들과 함께 다과를 들었습니다. 과일과 과자 그리도 차가 정갈하게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우린 서로 덕담을 나누었습니다. 아니 덕담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면 우리가 주고받은 대화는 덕담 수준이 아니라 진실한 마음을 교환한 것이 됩니다. 특별히 그 교회에 충북 옥천에서 그리고 대구에 살면서 예배에 참석하는 성도들이 있다는 말에 놀랐습니다. 목사님의 말씀이 좋고 교회가 따스한 것이 멀리 사는 사람들을 오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좁은 한반도 남쪽에서 어디라도 갈 수 있는 조건이라고 하지만, 시도(市道)를 달리하면서까지 오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주 부러웠습니다. 저는 진정 구미중앙교회가 우리 교단 나아가 교계에 귀하게 쓰임 받는 교회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우리 교회 밤 예배는 오후 8시에 있습니다. 예배 후 제자훈련도 이어집니다. 준비할 것도 있고 해서 자리를 떴습니다. 장 목사님이 봉투를 내 밉니다.
“목사님, 귀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얼마 되지 않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부족한 사람을 불러 헌신예배 강사로 세워준 것도 감사한 일인데, 또 이렇게 사례비까지 잊지 않습니다. 또 한 번 하나님께 영광 돌립니다. 지금 저희 내외는 주님께 일천번제를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로 109번째 번제를 올렸습니다. 매일 저희 부부가 5 천원씩 1만원을 새 성전 건축의 씨앗 헌금으로 드리고 있는데, 이것이 생각한 것처럼 만만치가 않습니다. 하나님께 기대할 수밖에 없는 저희들의 형편입니다. 저는 구미중앙교회로부터 받은 사례비로 하나님께 일천번제 예물을 스무 번 드릴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기도에 답해 주시는 분이 하나님이십니다.
차를 몰고 돌아오면서 부족한 장애인 목회자로서 높은 산 하나를 정복하고 오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은혜로 충만했습니다. 우리가 기도하던 영민이 할머니가 새 성도로 처음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주일 밤 예배와 제자훈련도 성도들과 서로 교통하는 가운데 은혜롭게 진행되었습니다. 하나님께 순종하며 사랑 가득한 목회를 해야 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저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구미중앙교회에 고맙고 그 교회 성도들에게 감사합니다. 부흥해서 교계에 우뚝 서는 교회가 되기를 다시 한 번 기도합니다.
첫댓글 감동 흑....흑,,흑,,
박 목사님, 감사합니다.
목사님멋있어요!!!!!!!!!!!!♥.♥
혜진아, 고맙다.